국제 현대미술 아트 페어 아르코 마드리드가 지난 3월 4일부터 닷새간 진행됐다. 유럽과 중남미 미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온 아르코 마드리드의 주요 전시 리뷰.



1982년 첫 회를 개최한 아르코 마드리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국제 현대미술 아트 페어로, 출범 이후 현대미술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동시에 조망하는 이벤트로 스페인이라는 지리적·문화적 위치 덕분에 라틴아메리카 갤러리의 참여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아르코는 두 개의 페어를 운영한다. 하나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여는 아르코 마드리드(ARCOmadrid), 다른 하나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진행하는 아르코 리스보아(ARCOlisboa)다. 두 아트 페어에는 갤러리와 작가, 미술계 전문가,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며, 페어 기간 동안 마드리드와 리스본은 현대미술과 미술 시장이 집중되는 중요한 거점으로 변모한다.
올해 45회를 맞이한 아르코 마드리드는 ‘지금, 미래를 상상하다’라는 테마를 내세웠다. 이 주제에 따라 큐레이터 호세 루이스 블론데트(José Luis Blondet)와 마갈리 아리올라(Magalí Arriola)는 두 개의 전시 공간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제너럴 프로그램
General Programme
아르코 마드리드의 핵심 프로그램인 제너럴 프로그램은 올해 총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해마다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갤러리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성하며 이번에도 예술적 콘텐츠 자체를 페어의 중심에 두는 방향성을 유지했다. 제너럴 프로그램은 국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갤러리들도 대거 참여했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오랜 역사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해 블루칩 갤러리라고 평가받는 파리 기반의 국제 현대미술 갤러리 르롱(Galerie Lelong & Co.),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에 동시대 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빈의 차림 갤러리(Charim Galerie), 포르투갈 리스본에 기반을 두고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 프로젝트와 신진 작가 발굴을 지속하는 베라 코르테스(Vera Cortês), 스위스 현대미술 갤러리로 라틴아메리카와 유럽 작가를 폭넓게 소개하는 피터 킬히만(Peter Kilchmann)이 참가했다. 동유럽과 중부유럽 현대미술 작가들을 국제 미술계에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베를린 갤러리 그레고어 포드나르(Gregor Podnar), 덴마크 코펜하겐에 자리하며 회화와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니콜라이 발네르(Nicolai Wallner), 벨기에 브뤼셀의 현대미술 신을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메이선 드 클레르크(Meessen De Clercq)도 함께했다. 유럽 주요 도시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며 아르코 마드리드는 국제 현대미술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오프닝. 뉴 갤러리스
Opening. New Galleries
현재의 불안정성과 가속된 시간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획한 섹션이다. 아테네,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뉴욕, 다카르, 뭄바이 등 18개 도시의 신생 갤러리가 참여해 서로 다른 지역과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동시대 미술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 섹션은 불확실성을 결핍이 아닌 출발점으로 바라보며, 예술이 미래의 약속보다 지금의 조건 아래서 어떻게 저항하고 연결되며 소속의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주목한다. 전시에 소개한 작업들은 가족의 기억과 집, 노동, 욕망, 생태, 디지털 환경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가로지르며 현재를 임시적이고 협상 가능한 공간으로 제시한다.
특히 세대 간 전송, 공동체적 감각, 몸과 물질의 관계, 초연결 사회의 이미지 체계 등을 탐구하는 작업이 두드러졌다. 이 섹션은 오늘의 예술을 고정된 세대론이나 중심과 주변의 구도로 읽기보다 이동하는 네트워크와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는 실천으로 바라보게 한다. 예술은 확정된 해답을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불안정한 현재 속에서 드러나는 가능성의순간을 포착한다. 이 섹션의 큐레이팅은 런던과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작가 라파 바르베르 코르텔(Rafa Barber Cortell)과 그리스 BCK 비엔날레 2026 공동 큐레이터 아니사 투아티(Anissa Touati)가 맡았다.




아르코 2045: 더 퓨처, 포 나우
ARCO 2045: The Future, for now
아르코 마드리드의 특별 전시로 준비한 . 마갈리 아리올라와 호세 루이스 블론데트의 큐레이션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동시대 예술의 시선을 조망한다. 전시는 “사람들이 날씨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는 그들이 사실은 다른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확신이 든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과 로스앤젤레스의 일기예보를 전하는 짧은 영상을 매일 게시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스토리에서 출발한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며 대응하는지 탐색하는 전시로서 데자뷔를 하나의 전략으로 삼아 작은 장면 연출, 반복처럼 보이는 상황, 정확한 예보, 아무도 믿지 않는 예언, 향수 어린 순간들을 펼쳐낸다. 전시장에서는 로돌포아불라라크, 바버라 블룸, 파울리나 올로프스카, 훈 크레스포, 토마스 히르슈호른, 알베르 세라 등 다양한 작가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바버라 블룸의 작업은 배우 없는 무대 세트 혹은 조작자 없는 사진 장치처럼 펼쳐져 예견과 기억 사이에 떠 있는 초상을 포착한다. 패션 사진가 데버라 터비빌의 친밀한 시선을 재조명하는 파울리나 올로프스카의 회화는 동시대 남성 중심의 사진 미학에 맞선다. 산업적 형태와 유기적 형태를 병치해 서사가 제거된 파편화된 신체를 떠올리게 하는 훈 크레스포의 조각, 도표 같은 이미지로 냉혹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논리를 담은 기묘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케조에 아키라의 회화, 프란시스코 고야의 원본 판화를 자신의 조부와 함께 조각한 나무 프레임에 넣어 역사적 작품을 가족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파트리시아 페르난데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에디터 | 박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