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토종 아울렛의 쇠락…남는 건 대기업 쇼핑몰 뿐

저무는 아울렛 시대 <상>
롯데·현대 등 대기업 아웃렛만 명성 유지…아울렛 기능 상실
휴일인 24일 대구 서구 퀸스로드 풍경.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휴일인 24일 대구 서구 퀸스로드 풍경.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는 한때 '섬유도시'로 불릴 만큼 원단 및 염색가공 제품의 국내외 공급이 활발했다. 1970년~1990년대에는 대구산(産)원단이 국내 패션산업 발전의 구심점이었다. 2000년대엔 모다아울렛·퀸스로드·올브랜(2012년 이후 'NC 아울렛 엑스코점') 등 대구 토종 아울렛까지 등장하며 자체 의류제품 판로도 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롯데·현대·신세계 등 대형백화점이 들어서고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구 아울렛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대기업계열 아울렛만 명성을 유지할 뿐, 토종 아울렛은 명맥만 유지하는 신세가 됐다. 대구 아울렛이 마주한 녹록지 않은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대응 방안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지난 7일 오후 찾아간 대구 서구 중리동 아울렛 쇼핑몰 퀸스로드. 봄맞이 쇼핑객들로 북적해야 쇼핑몰은 한산했다. 이날은 일요일이지만 적막감이 감돌았다. '유명브랜드 70~80% 할인' '인기상품 최대 70% 할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만 곳곳에 나홀로 나풀거렸다. 드문드문 보이던 쇼핑객도 간단한 제품만 사고 서둘러 쇼핑몰을 빠져나갔다. 사실 둘러볼 상가도 크게 없었다. 130여개에 이르는 상가의 절반 이상이 폐점했다. 문닫힌 가게 앞엔 빛 바랜 '임대'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가 사람들로 북적이고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마불사? 대기업 아울렛만 유지

대구 아울렛들이 유통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권리금 1억원을 훌쩍 넘던 거리형 쇼핑몰은 현재 권리금은 커녕, 수 년째 새 주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롯데·현대 등 대기업 아울렛만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아울렛 쇼핑몰은 롯데 이시아폴리스점,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 퀸스로드, 더블럭, 모다아울렛, 동아쇼핑 등 줄잡아 10여개다. 지역 내 큼지막한 상권마다 둥지를 튼 '상설할인매장'까지 합치면 대략 20곳은 넘는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가 사람들로 북적이고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유통업계는 지역 아울렛 시장 규모를 4천억~4천500억원 수준으로 본다. 코로나 이전엔 규모가 5천억원을 웃돌았다. 시장 파이가 1천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

현재 지역의 아울렛 '빅3'는 롯데 이시아폴리스점·율하점, 현대아울렛시티 대구점이다. 지역 아웃렛 매출의 80%이상 점유한다.

이시아폴리스점의 지난해 매출은 1천805억원으로 전년(1천673억원)대비 7.9% 신장했다. 전국 아웃렛 매출 순위도 17위다. 2011년 개점 이후 매년 1천억원 이상 매출고를 올린다. 이 곳은 롯대백화점이 도입한 국내 첫 라이프스타일센터(LSC)다. 가족 단위 고객이 오래 머물도록 여가 기능도 더했다.

율하점(동구 율하 2지구)은 이시아폴리스점보다 1년 빠른 2010년 개점했다. 인근에 롯데마트가 있어 접근성이 좋다. 개점 당시 롯데그룹의 대구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인식돼 큰 주목을 받았다. 유명 인기브랜드가 입점하면서 2015년~2019년까지 1천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시아폴리스점이 문을 열고 상권이 분산되자 매출도 조금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해 매출액은 743억원으로 전년(719억원)보다 3.3% 상승했다.

2018년 동구 신천동에 문을 연 현대시티아울렛은 현대백화점이 지방 광역상권에서 처음 선보인 '도심형 아울렛'이다. 도심 속 세련되고 편안한 아울렛을 표방한다. 핵심 타깃은 3040이고 개점 2년차에 1천억원이상 매출을 올렸다. 팬데믹 여파로 2020년엔 매출이 급감했지만, 이듬해 다시 1천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1천174억원이다.

◆거리형 아울렛 쇼핑몰의 쇠락

2002년 대구 달서구 옛 삼성상용차 부지 옆에 개점한 모다아울렛(성서점)은 토종 아울렛이다. 전국에 19개 체인점을 뒀다. 유명브랜드를 앞세워 2000년 초·중반엔 매년 20~30% 성장률을 보였다.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아울렛으로 성장했다. 명성은 한동안 이어졌다. 2010년엔 매출액이 1천200억원에 이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대구에 대형백화점과 아울렛이 들어서자 성장세는 둔화됐다. 2018년부터 역성장을 했고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모다아울렛은 쇼핑객이 몰리는 주말임에도 다소 한산했다. 메인거리 내 매장을 찾는 손님은 늘었지만, 예전 활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아웃도어 매장 직원은 "손님 수도 매출도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공휴일이나 주말엔 주차가 힘들만큼 인파로 북적됐다"고 반추했다. 그나마 모다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퀸스로드나 동구 신서동의 더 블럭, 대구스타디움의 칼라스퀘어, 북구의 세븐밸리 등 지역 아울렛은 쇼핑몰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유통계 빅3' 의 백화점과 아울렛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아울렛들의 동반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브랜드 경쟁력에서 뒤처지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잃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시장 점령에도 실패했다. 온라인으로 상품결제 소비 형태가 안착되자, 재고상품을 할인판매하는 중저가 아울렛은 발 디딜 곳이 없었다.

황보성 대경권 이랜드리테일 대외협력실장은 "대형 아울렛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와 꾸준한 리뉴얼을 통해 유지하고 있다"며 "토종아울렛은 대형 아울렛에 브랜드 경쟁력에서, 온라인 쇼핑몰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고전한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대구 빅3 아울렛 최근 5년 매출 추이<자료: 각 사>

2019년/2020년/2021년/2022년/2023년

롯데 이시아폴리스점/1,491억원/1,291억원/1,471억원/1,673억원/1,805억원

현대시티아울렛/1,031억원/887억원/1,021억원/1,043억원/1,174억원

롯데 율하점/805억원/592억원/646억원/719억원/74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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