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아시안 팝’ 부문 신설… BTS와 K팝에게 독일까 득일까

윤수정 기자 2026. 6. 1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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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영어로 쓴 가사는 제외”
BTS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2022년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팝/듀오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올라 시상식 공연을 펼쳤던 BTS. 당시 수상은 불발됐다. /빅히트뮤직

16일(현지 시각)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가 K팝을 아우르는 아시안 팝 전용 부문을 신설했다. 내년 시상식부터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대형 스타들의 그래미 수상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미 어워즈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K팝, J팝(일본 팝), C팝(중국 팝)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들만 따로 모아 수상자를 가린다는 것이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대표(CEO)는 “아시안 팝은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힘 중 하나”라며 부문 신설 배경을 밝혔다.

그래미는 이 밖에 가사의 51% 이상을 스페인어로 쓴 노래를 대상으로 하는 ‘베스트 라틴 송’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 ‘베스트 알앤비 컬래버레이션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트래디셔널 포크 앨범’ 등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또한 ‘베스트 뉴 아티스트’(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지원할 수 있는 최대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리고, 출품 앨범들의 신규 녹음곡 비율 기준을 기존 75%에서 66%로 낮췄다.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만을 위한 특별 부문을 신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래미를 포함한 미국 4대 음악상(빌보드뮤직어워즈·아메리칸뮤직어워즈·MTV비디오뮤직어워즈) 중 그래미를 제외한 나머지 시상식에선 K팝 부문을 운영해왔다. 그래미는 이번 규정에서 “(K·J·C팝을) 포함하되 국한되진 않는다”며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언어권 수상 가능성도 터놓았다. 그럼에도 현지에선 첫 수상 유력자로 ‘K팝’과 ‘BTS’가 거론됐다. 이날 미국 주요 시상식의 승률 예측 전문 매체인 골드 더비는 “BTS와 (신인상 자격이 길어진 컨트리 가수) 엘라 랭글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부 K팝 팬덤에선 “K팝에 격이 높은 부문상은 주지 않겠다는 또 다른 유리 천장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과거 미국 최고 권위 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랜 기간 아시아 영화들을 외국어 장르로만 따로 떼어 상을 준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농어촌전형 신설”이란 반응도 나왔다.

현재 그래미가 매년 100여 개 내외로 운영 중인 수상 부문 중 최고 영예로 꼽히는 ‘본상’은 ‘제너럴 필즈’로 불리는 6개 부문(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비 클래식 프로듀서·비클래식 작곡가 및 최우수 신인)뿐이다. 통상 제너럴 필즈를 비롯해 주목도가 높은 일부 부문만 본 시상식에 참석해 트로피를 받는 기회를 가져왔고, 라틴 팝 등 특정 지역 장르상은 주로 사전 시상식에서 트로피가 수여됐다. 올 초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이 K팝 최초로 거머쥔 그래미 트로피도 사전 시상이 이뤄진 ‘최우수 영상 미디어 주제가상’이었다.

그래미가 아시안 팝 부문의 자격 요건을 ‘언어’로 나눈 점이 BTS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미가 이 부문에서 “(아시아 언어를) 일부 문구나 단어로만(isolated words, adlibs, or brief phrase) 사용하거나, 전체 영어로 쓴 가사는 제외한다”고 못 박아서다. 한국인 출신이어도 영어로 노래하면 이 상을 못 받고, 해외 출신이어도 한국어로 노래하면 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BTS가 내년 그래미에 도전 가능한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은 공교롭게도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다. 미국 현지 차트 성적(빌보드 핫100 1위)이 가장 좋은 타이틀곡 ‘스윔’은 전곡 영어 가사고, 가장 한국적인 노래 ‘바디 투 바디’는 민요 ‘아리랑’이 삽입됐지만 직접 노래한 형태가 아니어서 인정될지 미지수다. 그나마 BTS가 지난 12일 ‘한국어 버전’으로 재발매한 ‘노멀’이 자격 요건에 가장 부합한다. 김도헌 평론가는 “만일 BTS가 ‘노멀’은 아시안 팝 부문에, 나머지 곡은 다른 부문에 출품한다면 K팝이 ‘아시아’ 계급장을 떼고도 그래미에서 어디까지 수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새 규정이 적용되는 제69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내년 2월 7일 열리며, 오는 7월 7일부터 8월 28일 사이 후보작 출품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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