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대출 논란에 가려진 묵은 숙제들 ‘안산갑’ [전지적 유권자 시점]

‘다채로운 인구’ 수도권 지역구 특색
구도심 열악한 인프라… 주차난 심각
안산과 멀었던 정치행보 2인의 대책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양문석 vs 장성민 -안산시갑 ①

산업도시·이주민도시, 그리고 416 도시. 안산은 다양한 수식어 만큼이나 도시를 상징하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가 형성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람이 모였고 많은 일이 있었으며 그로인해 여러 변화도 수반됐죠.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건, 달리 생각하면 풀어야 할 지역의 숙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안산시갑은 인구유입이 다양한 수도권 지역구의 특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산단이 위치해 있어 직장을 찾아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보니, 그간 지역구를 거쳐간 정치인들도 안산 출신 정치인보다는 자신만의 정치터전을 찾아 새롭게 유입돼온 경향이 강합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두 후보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터전을 찾아 안산시갑에 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와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 모두 오랫동안 정치권 활동을 하며 여러차례 선거에 도전해 온 경력이 있습니다. 양문석 후보는 2019년 통영시·고성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는 경상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죠. 이후 지역구인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을 사퇴하고 이번 총선 공천에서 전해철 의원과 경선을 벌여 안산시갑 최종 후보로 낙점됐습니다. 장성민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됐고 이후 여러번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선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로 출마선언했지만 경선에서 컷오프 탈락하기도 했죠. 이후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으로 일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했고 이번 총선에서 안산시갑에 전략공천됐습니다. 뼈아픈 낙선 경험이 녹아든 두 후보의 지난 정치여정을 보면, 이번 선거는 후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안산시갑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 양문석 후보가 자녀명의로 받은 아파트대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사기대출’이라며 양문석 후보를 고발했고 양문석 후보는 ‘편법대출’이며 해당 아파트를 처분해 국민에 사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거열기가 가열되는 시기인지라, 공세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 검증은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치이슈가 안산시갑을 덮치면서 정작 안산시갑의 문제는 얼마나 조명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실 두 후보 모두 그간의 정치행보를 살펴볼때, 안산과의 연결고리를 따져보면 ‘무관’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안산에 대해 더 깊이 파악하고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경인일보가 안산시갑의 진짜 문제를 물었습니다.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구도심’ 안산갑의 열악한 주거 인프라…‘주차난·재건축’
이번엔 해결될까?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찾은 안산시 본오1동 다세대 주택 밀집 단지. 퇴근 후 귀가 차량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도로에 주차되기 시작했습니다. 빌라 주차장은 이미 만차인 터라 차를 댈 곳이 도로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로 한복판이지만 이중 주차도 만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왕복 2차선 도로는 일방통행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근 공용주차장도 이미 주차 허용 면수 8대를 넘겨 총 12대가 겹겹이 주차됐습니다.

이 일대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이모(50대)씨는 “밤에 운전할 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차가 긁히는 건 물론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주차장 만든다고 하는데 언제쯤 완공되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26일 오후 9시께 안산시 본오1동 다세대 주택 밀집 단지 모습 2024.3.26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안산시갑 지역은 안산에서도 구도심에 속합니다. 구도심이 겪는 주차난, 재건축 등의 문제가 선거 때마다 돌출되고 공약으로 약속되긴 하지만 지켜진 적이 별로 없죠.

주차난은 어느 도시나 있는 문제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산시갑 주차난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다른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보다 인구 밀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안산시 내에서만 비교해봐도 지난 2월 기준 사동과 본오1동은 각각 1만1천499명/㎢, 5천434명인/㎢ 반면, 이들 행정동과 비슷한 주거 형태를 가진 월피동과 부곡동은 각각 6천148명/㎢, 3천319명/㎢으로 집계돼 2배이상 차이납니다.

26일 오후 9시께 안산시 본오1동 다세대 주택 밀집 단지 모습 2024.3.26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이 때문에 사동과 본오1동을 중심으로 대거 형성된 다세대 주택단지는 주차난으로 매일 저녁 전쟁을 치르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인근의 교통체증 문제도 심각합니다. 세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에 더해 인근 사이동 준공업단지를 경유하는 화물차들의 불법 주정차도 주차난의 또 다른 원인입니다.

묵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주차장 신설이 추진됐고, 주차정비 5개년 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엔 사동엔 사동118호 노외주차장·대학동 노외주차장, 본오1동엔 신선어린이공원 지하주차장·반월공원 노외주차장·고목로 주차장·각골공원 노외주차장 모두 6곳에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기도 하고, 임시방편적 주차장 보충으로는 완전한 해결은 불가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안산시갑 다가구 주택단지는 주차난을 앓고 있는 반면, 아파트 단지들은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들 단지는 1988년 상록수역이 설립된 후 인근 본오2동과 본오3동을 중심으로 들어섰습니다. 세대는 8천400여 규모에 달하며, 대부분 건령이 30년을 넘었습니다.

26일 오후 2시께 사동 118호 주차장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모습 2024.3.26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1기신도시에 가려져 재건축 목소리가 묻히는 측면이 있지만, 2022년 8대 지방선거에선 재건축 추진 공약이 나오는 등 지역사회 여론은 계속해서 모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상록수역이 GTX-C 노선 정차역으로 지정되면서 인구 유입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20만6천413명에서 지난해 19만7천576명으로 감소하면서 20만명대도 붕괴된 안산갑 지역 인구추세에 반전을 꾀할 수 있는 호재입니다.

본오1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 A씨는 “상록수역 정차로 호재이긴 하다. 하지만 월드 아파트를 제외하면 조합이 형성된 곳이 아직 없는데 지역 주민, 국회의원, 공무원, 전문가 등이 모여 논의를 하는 등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경인일보가 대신 물었습니다. 후보님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시민의 삶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첫째, 현재 안산 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주차난 문제입니다. 저는 주차난 문제를 단순하게 주차난의 문제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가구 밀집지역의 도로에 3중 주차를 하게 되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주차 문제가 생명존중 사상, 즉 인권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재산 손실뿐만 아니라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습니다.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고, 화재가 신속하게 진압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은 스스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됩니다. 이 어르신들의 생명을 보살피기 위해서라도 주차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둘째, 노후화된 건축물에 대해 재건축‧재개발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에 따라 대폭 완화된 규제를 통해 재건축과 재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후, 노후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정비사업, 리모델링, 컨설팅, 현장자문, 정비학교, 안전진단 비용 등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

경인일보는 지난달 26일 장성민 후보 선거캠프에 양문석 후보에게 보낸 것과 동일한 내용의 질문을 문자메시지(캠프관계자의 요청)로 전달했고 이후 유선전화 연결 및 현장 방문을 통해 답변을 요청했지만, 후보측이 답변을 거절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언제라도 후보측의 답변이 온다면 원문 그대로 게재할 것을 밝힙니다.

/김동한·공지영·목은수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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