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물류센터 정규직 된 쿠팡맨…배식원으로 활력 찾은 50대
국적 경력 나이 넘어 ‘취업 새출발’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27번이나 떨어졌어요. 생활비가 필요해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으로 물건 상하차 일을 시작했는데 이게 제 인생을 바꿨죠.”
쿠팡 창원물류센터의 권정욱 사원(34)은 현재 인사채용팀 정규직 사원이다. 2020년 봄 충청 지역의 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원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전공인 항공전자공학과 연관 있는 항공 업종은 펜데믹 여파로 채용 한파가 더 매서웠다. 그해 11월 권 씨는 쿠팡의 김해물류센터를 찾았다.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4개월쯤 지났을까, 집에서 10분 거리의 창원물류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그는 주저 없이 원서를 넣었고, 물류센터에서의 경험과 성실함이 통했는지 덜컥 붙었다.
권 씨는 예전부터 꿈꾸던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도 살고 있다. 퇴근 후와 주말에 틈틈이 연습한 그는 현재 작품 3개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인생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혼자만 생각하고 준비했던 취미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자리로 ‘새로운 전성기’를 연 사람들이 있다. 경력이나 나이, 국적 등은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기업들도 이렇듯 도전적이고 잠재력 높은 이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1년째 스타벅스 별내불암로점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미나미 레나 씨(31)는 요즘도 동료들이 정해 주는 ‘오늘의 한국어’를 하루 한 문장씩 외우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을 마치고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사내 커피 전문가 자격증도 따고, 8월에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달의 우수 사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미나미 씨는 “한국 고객들은 주문 전부터 카드를 내밀고, 매장 동료들도 누가 시키기 전에 미리미리 자기 일을 한다”며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 회사에서 혼자 너무 느긋해 보일까 봐 속도감 있게 일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그는 2022년 12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일본에서 건너왔다. 스타벅스에서 외국인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근무하게 되니 타지에 딸을 보내고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안심하고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기린아 애슐리퀸즈 잠실롯데캐슬점장(37)은 지난해 12월 월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이른바 ‘기네스 매출’에 성공해 사내에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애슐리퀸즈 매장의 월 매출은 보통 3억~4억 원 수준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기 점장은 학비를 벌기 위해 해산물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이때 경험이 점장이 된 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 점장은 “아르바이트 당시에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무척 즐거웠다”며 “언젠가 나도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외식업계로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4,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4 리스타트 잡페어’를 연다. 71개 기업·기관이 참가해 92개 부스를 차렸다. 잡페어 현장에서 직접 채용에 나서는 곳도 많다.
쿠팡은 전국 각지 물류센터에서 근무할 일용직·계약직 현장 근무자와 현장 관리자를 채용한다. 스타벅스는 경력보유여성, 외국인, 중장년, 군장병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신입 바리스타 채용 상담을 진행한다. 이랜드그룹은 켄싱턴호텔앤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에서 프런트·식음·조리 직군과 스페셜리스트 세일즈, 마케팅(리서치·디자인·상품기획) 직군을, CJ프레시웨이는 급식 점포 조리원과 판매원 채용에 나선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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