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압도적인 승차감, 고급스런 레드 스티치..혼다 파일럿 블랙에디션
“대형 3열 SUV 가운데 장거리 고속주행 성능은 혼다 파일럿이 압도적이네, 블랙 에디션은 부족했던 인테리어 고급감을 어느 정도 만족시켰군!”
혼다 8인승 SUV 파일럿 블랙 에디션으로 서울-영월 500km 장거리 시승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점이다. 정체가 심하고 주차장이 좁은 국내에서 전폭이 2m에 달하고 전장이 5m를 넘나드는 3열 대형 SUV가 인기다.
현재 국내 SUV 전체 판매량의 20%가 대형급이다. 국산차로는 현대차 싼타페, 팰리세이드가 이 급에 속한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8월 4세대 풀모델체인지 파일럿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8월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다듬고 내외관을 블랙으로 마무리한 ‘블랙 에디션’을 추가했다. 파일럿 최상위 트림인 엘리트(ELITE)를 기반으로 내외관에 블랙 컬러 디테일에 레드 컬러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투박했던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졌다.
엘리트와 다른 점은 전면 블랙 그릴 바에 블랙 에디션 전용 엠블럼을 장착했다. 프런트 범퍼 하단 역시 블랙 컬러가 적용됐다.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은 강인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도어 하단 가니쉬, 리어 범퍼 하단, 도어 미러, 도어 몰딩까지 블랙 컬러를 적용했다. 후면에도 블랙 에디션 전용 엠블럼이 달려 있다.
인테리어는 블랙 스티어링 가니쉬, 블랙 헤드레스트가 디자인 통일성을 더했다. 1열 헤드레스트 및 1열 플로어 매트에 블랙 에디션 로고를 새겼다. 백미는 블랙 컬러 시트에 레드 엑센트와 스티치가 적용된 점이다. 블랙 에디션은 가격은 엘리트 트림(6940만원)보다 150만원 비싼 7090만원이다.
혼다 파일럿은 그동안 수입 대형 SUV 가운데 주행성능과 합리적 가격대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18년 1110대, 2019년 1251대 등 월 평균 100대 안팎으로 팔렸다. 탄탄한 기본기와 가성비를 인정받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었다.
문제는 2020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급락했다. 2020년 15대, 2021년 155대, 2022년 45대로 사실상 혼다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4세대 혼다 파일럿은 2022년 11월 미국에서 처음 글로벌 공개된 이후 국내에는 2023년 8월 상륙했다. 신형 파일럿은 기존 모델대비 가격이 1천만원 이상 올랐지만 마니아층을 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올해 월 50대 이상 꾸준히 팔리면서 차츰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파일럿은 화려함보다는 탁월한 주행성능, 실용성, 넉넉한 적재 공간이 매력이다. 전장 5090m, 전폭 1995mm, 전장 1805mm, 휠베이스 2890mm로 국산 경쟁자 현대 팰리세이드와 비교했을 때 휠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크다. 휠베이스만 10mm 짧다.
전면은 혼다 최신 디자인 언어,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커다란 블랙그릴, 슬림한 헤드라이트, 좌우 끝단에 위치한 세로형 공기흡입구가 어울리면서 웅장한 인상을 준다.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은 날렵하다. 외관은 앞보다 옆에서 보면 훨씬 더 커 보인다. 높아지고 길어진 영향이다. 전면은 커다란 블랙 그릴이 주변을 압도한다.
단정한 전면 범퍼와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가 조화를 이룬다. 아울러 보닛이 기존 모델보다 높아져 당당한 체구를 뽐낸다. 측면은 대형 SUV다운 간결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긴 직선과 넓은 면으로 웅장함을 드러낸다. 차체가 워낙 커 20인치 휠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후면은 화려하게 디자인한 LED 테일램프가 특징이다. 테일램프를 가로지르는 블랙 하이그로시 치장 안에는 ‘PILOT’ 영문 레터링이 자리를 잡았다. 범퍼 하단 듀얼 배기구는 디테일을 가장한 페이크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디자인이다.
실내는 화려함보다는 기능 중심이다. 한 눈에 봐도 조작이 편리하다, 화려한 엠비언트로 치장한 경쟁 모델 대비 장거리 운행시 눈이 편안하다. 최고급 트림이다 보니 웬만한 편의장비는 모두 달려있다. 스티어링 휠 열선,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가 기본이다.
버튼 배치는 직관적이며 조작감이 확실해 운전 중 시선분산을 최소화한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고속 주행하는데 초점을 맞춘 큼지막한 시트,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버튼, 스티어링휠 버튼은 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쉽다. 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은 게 아쉬울 뿐이다.
변속기는 전자식 ‘쉬프트 바이 와이어’ 10단이다. 특징은 후진 R버튼을 뒤로 당기게 설계했다. 다른 기어와 조작 방식이 달라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다. 버튼식 기어레버의 단점을 극복한 셈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9인치다. 분리형이다. 계기판 정보를 꼭 필요한 것만 간추려 전달한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자체 내비게이션을 적용하지 않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했다. 티맵을 무선으로 사용할 있어 편리하다.
시트는 2+3+3 구조의 8인승이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레드 스티치로 멋을 낸 가죽 시트 촉감이 무척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몸을 편안하면서도 단단하게 지지해준다. 단 허벅지 지지 기능은 달려 있지 않다.
2열은 중앙 시트를 분리하면 캡틴 시트로 바꿀 수 있다. 3열은 3인 좌석이지만 성인 2명이 탑승하기에 넉넉하다. 허벅지가 뜨는 것을 제외하면 헤드룸과 무릎공간이 꽤 여유가 있다. 2,3열 시트는 모두 수동식 폴딩으로 전동 기능이 없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불과 1,2초만에 버튼이나 끈으로 폴딩이 가능한 건 장점이다. 방법도 무척 간단하다. 구형 3세대 천장에 달려있던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사라졌다. 대신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들어갔다. 2,3열 승객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캐빈토크 기능은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3열 승객을 배려한 구성도 눈에 띈다. 2열 시트의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승하차가 편리하도록 슬라이딩과 폴딩을 지원한다. 좌우에 USB포트와 컵홀더, 에어벤트를 갖췄다. 3열을 펼친 상태에서도 뒤쪽에 꽤나 널찍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 큰 적재공간이 숨어 있다. 2열 센터 시트를 분리해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소형 여행용 트렁크까지 넣을 수 있다. 아울러 2,3열은 완벽하게 평탄화가 가능하해 성인 2명이 차박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가 파워트레인이다. 3.5L V6 자연흡기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린다. 최고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kg.m을 발휘한다. 다단화의 정점을 찍는 10단 자동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부드러우면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탁월한 연비의 비결이다.
혼다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V6 회전 질감으로 공회전 상태에서도 매우 정숙하다.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주행하면서도 마찬가지로 2.2톤의 육박하는 거대한 차체가 거동을 시작할때도 진동과 소음을 느끼기 어렵다.
가속을 진행하면 전기차인줄 착각할 정도로 자연흡기 엔진 본질 그대로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변속이 진행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변속충격 조차 느낄 수 없다. 다만 급가속시에는 다단화로 인해 약간의 변속충격이 느껴진다.
출발 가속은 다소 더디지만 중속에 접어들면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코너링은 일품이다. 코너에서 거세게 밀어붙여도 좀처럼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다. 뛰어난 코너링 성능뿐 아니라 일상주행에서 편안한 승차감도 놓치지 않았다. 잔진동을 잘 소화하면서 노면에 대한 적당한 피드백을 준다.
파일럿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꽉 쪼여진 편이다. 잔 요철은 충분히 잘 걸러내 불쾌하게 튀는 느낌은 없다. 전체적으로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 차체가 뒤뚱거리거나 요동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보다는 부드럽고 토요타 하이랜더의 물컹한 승차감보다는 단단하고 야무지다.
고속에 들어서면 시속 140km/h를 넘겨도 꾸준히 속도계 바늘이 상승한다. 전체적인 가속은 혼다 엔진의 특성과 제대로 맞물려 답답하지 않게 진행된다. 사실상 파일럿 최대 강점이 이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10단 변속기가 적용된 덕분에 고속 주행에도 엔진회전수는 좀처럼 2000RPM을 넘지 않는다. 고속에서 안정감이 일품이다.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미국 SUV의 말랑거림과는 결이 다르다. 도로의 요철을 유연하게 소화한다. 코너에서도 꽤나 잘 버텨준다.
상시 사륜구동(AWD)은 전륜 기반이지만 빗길이나 거친 노면에서는 최대 70%까지 후륜에 동력을 전달한다. 도로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 제어가 아닌 출력을 좌우 한 방향으로만 완전히 보내는 ‘트루 토크 벡터링’ 기능도 탑재됐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독일차와 같은 단단한 느낌은 아니다. 여유있게 도로와 소통하면서 부드러움을 기본으로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이번에는 혼다센싱으로 불리는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해봤다. 버튼은 스티어링휠 오른편에 있다. 중앙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후측방 경보 시스템(BSI) 등이 업그레이드됐다.
혼다센싱을 작동하면 디지털 계기판 중앙에 진행 차선뿐 아니라 차량 좌우 앞뒤를 감지해 그래픽으로 표현한다. 테슬라 ADAS와 비슷하다. 상당히 깔끔하다. 곡선로에 들어서면 실제 곡선을 인식해 차선을 보여준다. 경쟁 차량과 비교했을 때 가장 보기에 편안한 기능이다. 중앙 차선유지와 커브에서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도 수준급이다.
혼다센싱이 미국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시속 25km/h 이하에서는 스티어링휠 오른쪽 레버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가 작동해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한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할 때 무척 편리하다.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시내 정체구간에서는 7~8km/L, 시속 110km 정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12~13km/L가 나왔다. 정속 주행을 할 때 3개의 실린더만 사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VCM)이 제 역할을 한다.
약 500km를 주행하는 동안 평균연비는 10.5km/L를 기록했다. 해발 고도 650m쯤 되는 영월 동강자연휴양림캠핑장을 올라가는 길에서 연비가 뚝 떨어졌다. 육중한 덩치의 대형 SUV치고 준수한 연비다. 냉각이 필요 없을 때 공기 흡입구를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셔터그릴’ 역시 연비 개선에 한몫을 한다.
놀랍게도 3.5L 대배기량인데도 저공해차 3종을 획득, 공영주차장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인증 연비는 복합 8.4km/L(도심 7.4, 고속도로 10.0)다. 4세대 파일럿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기본기다. 달리기 성능이 최고다. 특히 장거리를 갈 때 편안한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이외에 꽉 쪼여진 듯한 차체와 서스펜션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인테리어는 경쟁 모델에 비해 다소 촌스럽고 9인치 인포테인먼트는 구식으로 느껴진다. 투박하지만 튼튼한 내구성은 장점이다. 가격이 다소 높아 보일수도 있지만 잠깐이라도 시승을 해 본다면 혼다가 기본기에 충실하고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차를 만드는지 쉽게 이해되는 차가 바로 파일럿이다.
한 줄 평장점 : 정말 편안한 고속주행 승차감, 정숙성과 부드러움의 극치단점 : 9인치 인포테인먼트는 뭐야..좀 키워봐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엔진V6 3.5L 가솔린변속기10단 자동전장5090mm전폭1995mm전고1805mm축거2890mm최대출력289마력최대토크36.2kg.m공차중량2,130kg복합연비8.4km/L시승차 가격70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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