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츠브릿지 지분 거래, 지배기업 이스트버건디 손실 방어 노림수?[Vault@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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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재활의료 기업 네오펙트가 같은 지배구조 아래 있는 에스맥으로부터 경영컨설팅 기업 나이츠브릿지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적자기업이 지배구조 상 하위기업으로 떠넘겨진 것인데 이는 최상위 지배기업인 이스트버건디에게 나이츠브릿지의 적자가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오펙트는 12일 에스멕으로부터 나이츠브릿지 지분 100%를 119억원에 인수했다.

네오펙트는 AI, IoT(사물인터넷)기술을 기반 회사다. 신경계와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재활훈련을 위한 재활의료기기와 재활컨텐츠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네오펙트는 사업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나이츠브릿지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나이츠브릿지가 네오펙트와 주요사업 간에 연결점이 없는 만큼 시너지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매각, 인수 주체 모두 이스트버건디 아래

이스트버건디 지배구조 상 나이츠브릿지 매각, 인수 주체의 위치.(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이번 거래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같은 지배구조 아래 놓여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배구조는 이스트버건디-(9.37%)-오성첨단소재-(22.77%)-에스맥-(100%)-에스맥웰스매니지먼트-(100%)-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10.14%)-스칸디 신기술조합 제 278호-(13.51%)-네오펙트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중간에 위치한 에스맥이 적자 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이스트버건디에 미치는 영향을 100이라고 했을 때, 네오펙트 아래 적자 자회사가 위치할 때의 영향은 1.3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적자 충격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인수자인 네오펙트보다 에스맥이 더 뛰어나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에서 두 기업은 큰 차이를 보인다.

네오펙트의 2020년~2022년 부채비율은 224.14%, 242.37%, 426.13%로 늘었다.

에스맥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4.14%, 28.23%, 28.52%로 네오펙트의 10%~6% 수준이다.

순환출자 고리 형성

거래 대상인 나이츠브릿지의 보유지분 기업도 특이하다. 나이츠브릿지는 인수 기업인 네오펙트의 최대주주인 스칸디 신기술조합 제278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이츠브릿지는 프루니 신기술조합 제276호에도 투자했다. 이 조합은 이스트버건디 지배구조 아래 있는 또 다른 기업인 금호에이치티에 투자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스칸디신기술조합 제278호, 네오펙트, 나이츠브릿지 사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또는 기업집단에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가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A회사가 B회사에 출자하고, B회사는 C회사에, 그리고 C회사는 다시 A회사에 출자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되면 A회사는 B회사와 C회사를 지배하는 동시에 자본금 역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임효상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은 "순환출자가 문제되는 것은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순환출자라는 구조에 의해 A회사의 대주주가 실제 소유권에 비해 과도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어느 한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 순환출자에 의해 얽혀있는 우량 계열사까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네오펙트 관계자는 <블로터>와 통화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법무 검토를 한 결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나이츠브릿지, 매각 직전 누적적자 만큼 유상감자

나이츠브릿지 기업가치 평가 결과 요약.(사진=네오펙트의 나이츠브릿지 인수 공시 상 외부평가기관의 의견서)

에스맥은 자회사인 나이츠브릿지를 손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네오펙트에 매각하기에 앞서 유상감자도 실시했다.

외부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 바름의 의견서에 따르면 나이츠브릿지는 이번 거래를 앞둔 10일 주주총회를 통해 80만주를 유상감자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는 159억원에서 40억원 줄어든 119억원이 됐다.

유상감자는 주주에게 보유한 주식 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주면서 자본을 줄이는 행위다. 매각 직전의 유상감자는 출자한 자금을 미리 회수하고 지분 거래를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유상감자 규모(40억원)는 나이츠브릿지가 2020년 4월 13일 설립된 이후 투자활동을 통해 입은 손해 규모와도 비슷하다. 나이츠브릿지는 2020년 9200만원 순손실, 2021년 41억 순손실, 2022년 1600만원 순이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