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기가 쏟아지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03년 개봉한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름 장마철마다 다시 소환되는 한국 멜로의 고전이다.
엄마의 첫사랑, 딸의 첫사랑

'클래식'은 두 개의 러브스토리가 교차하는 영화다. 대학생 지혜는 우연히 엄마 주희의 오래된 편지 상자를 발견하고, 1960년대 엄마의 애틋한 첫사랑을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신기하게도 지혜 자신의 사랑과 겹쳐진다. 세대를 건너 반복되는 인연이라는 낭만적인 설정이 영화의 뼈대다.
손예진, 국민 첫사랑이 되다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엄마 주희와 딸 지혜, 1인 2역을 맡아 빛나는 청춘의 얼굴을 새겼다. '클래식'으로 '국민 첫사랑' 수식어를 얻은 그는 이후 멜로 퀸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다시 품에 안으며 여전한 저력을 증명했다. 준하 역의 조승우, 상민 역의 조인성의 풋풋한 젊은 날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다.
소나기, 그리고 그 노래

'클래식' 하면 열에 아홉은 그 장면을 말한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속에서 두 사람이 겉옷 하나를 같이 뒤집어쓰고 캠퍼스를 내달리는 장면.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흐르는 이 시퀀스는 한국 멜로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촌스러워서 더 오래가는 사랑

손편지와 반딧불이, 나룻배와 목걸이. '클래식'의 사랑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촌스러울 만큼 우직하다. 그런데 바로 그 우직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난다. 빠르게 만나고 빠르게 헤어지는 시대에, 평생을 건 기다림의 사랑이 주는 울림은 오히려 더 커졌다.
장마철 정주행 1순위

매년 여름 SNS에는 '클래식'을 다시 봤다는 후기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세대를 바꿔 가며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진짜 클래식이 된 셈이다. 비 소식이 있는 날,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꺼내 보기 좋은 영화다.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