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매출 급감하자 항암제 카드 꺼냈다…실적 회복 가능할까?

ASCO2023 당시 화이자 부스(사진=황병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팬데믹 종료 이후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에서는 실적 회복 카드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내세웠으며, 한국화이자는 항암제뿐만 아니라 백신을 통해서도  매출 향상이 기대된다.

화이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투자자 미팅을 통해 2030년까지 8개 이상의 잠재적 블록버스터(매출 10억 달러 이상) 항암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제시된 화이자의 장기비전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감소한 매출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월 말 화이자의 글로벌 실적발표를 살펴보면 화이자의 2023년 매출은 585억달러(78조1735억원)로 2022년 1003억달러(134조308억원) 대비 42%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관련 제품인 코미나티(백신) 및 팍스로비드(치료제)의 급격한 매출 감소와 연관돼 있다.

코미나티 매출은 2022년 378억 달러에서 2023년 112억 달러로 266억 달러 줄었으며, 팍스로비드는 2022년 189억 달러에서 2023년 128억 달러로 61억 달러가 감소했다.

화이자의 국내 법인인 한국화이자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없었던 시기인 2020년 39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판매에 힘입어 2022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약 1조6017억원(제66기 감사보고서 기준, 2022년 12월~2023년 11월까지)을 기록했다. 엔데믹 상황에 따른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 화이자는 이미 기업 전반에 걸친 비용 재조정 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최소 35억달러(4조7512억원)의 연간 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 역시 희망퇴직(ERP) 프로그램을 시작해 마무리 조정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화이자의 항암제 파이프라인 발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출구전략인 셈이다.

발표에 따르면 화이자 항암제 사업부는 네 가지 주요 암 유형에서 리더십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유방암, 비뇨생식기암, 혈액암, 흉부암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지난해 말 이뤄진 블록버스터 인수합병(M&A)인 시젠 인수가 자리하고 있다. 화이자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업인 시젠 인수 등의 모멘텀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비(非)코로나바이러스 제품군에 대한 목표치를 700억~840억달러(95조250억~114조300억원)로 예측하고 있다.

크리스 보쇼프 화이자 부사장(항암제 사업부 최고 책임자)은 "화이자는 2023년에 시젠 인수를 완료하고 항암제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새로운 표준 치료를 발전시키고 환자 결과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25년 상반기부터 많은 중요한 촉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항암제 사업부는 2020년대 말까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 매출 및 이익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화이자 최근 3년 매출 및 영업이익(자료=화이자 감사보고서 블로터 재구성)

실제로 화이자 매출에서 코로나 관련 매출을 떼어놓고 봤을 때 2023년도 매출은 2022년 대비 7%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화이자는 2023년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물질신약 및 바이오신약을 포함해 총 9개의 신약 허가를 받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회사는 허가받은 신약들이 향후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쳐 2024년도 매출 전망치를 2023년 대비 소폭 증가한 585억~615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과는 다르게 한국화이자는 항암제보다 백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국가예방접종(이하 NIP) 도입을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에 폐렴구균 백신이 2번째로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에서 사실상 화이자의 폐렴구균 13가 백신인 프리베나13을 기준으로 설정한 만큼 NIP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화이자는 프리베나13을 소아와 성인팀으로 구분해 운영 중이다. 소아와 성인 시장에서 가장 큰 차이는 NIP 진입 여부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아는 NIP 대상이지만, 성인은 아직 NIP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4년에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폐렴구균백신 NIP 논의에 진전이 있다면 매출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국내에도 출시가 기대되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도 국내에서 매출 창출이 기대되는 제품 중 하나다.

해당 백신인 아브리스보(Abrysvo)는 지난해 5월 말과 8월 말에 각각 60세이상 고령자와 영아 보호를 위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FDA 허가를 획득한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아브리스보의 2023년 3분기 글로벌 매출은 3억7500만 달러로 아직 구체적인 국내 허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