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현실적인 '손보싫'에서 판타지적인 김지욱을 만든 노력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결혼식마저 수단이 된 현실 세계를 풍자한 '손해 보기 싫어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김지욱은 너무나 판타지스러운 인물이다. 현실적인 드라마 속 비현실적 인물이 도드라질 수 있었던 건 섬세한 노력으로 이를 완성한 배우 김영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지금까지 활동해온 김영대의 배우 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종영한 tvN '손해 보기 싫어서'(연출 김정식, 극본 김혜영)는 손해 보기 싫어서 결혼식을 올린 여자 손해영과 피해 주기 싫어서 신랑이 된 남자 김지욱의 손익 제로 로맨스 드라마다. 김영대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김지욱 역할을 맡았다.
'손해 보기 싫어서'는 월화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5%를 기록하고 신민아와 김영대가 화제성 순위 상위권을 랭크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이 모두 끝난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아우터유니버스 사옥에서 만난 김영대는 "12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시작으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올해 초까지 촬영을 했어요. 중간에 텀이 있다가 방송이 됐는데 1년 동안 '손해 보기 싫어서'와 김지욱이라는 캐릭터를 안고 살아갔어요. 촬영이 끝났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방송이 끝나니까 너무 아쉽더라고요. 12부작이 짧게 느껴지고 1년 동안 같이 있었는데 헤어지려고 하니 아쉬웠어요."
신민아가 맡은 손해영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라면 김영대가 맡은 김지욱의 가장 큰 특징은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김영대는 이런 지욱이 안타깝고 지켜주고 싶었다며 '손해 보기 싫어서' 그리고 김지욱의 첫인상을 전했다.
"처음 봤을 때는 안타까웠어요.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피해 주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켜주고 싶은 그런 캐릭터였어요. 대본 자체도 현실적인 대사들과 공감되는 요소가 있었고 매력적이었어요."
다만 가짜 결혼식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조금의 반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점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해영이의 생각이 이해됐다고 설명했다.
"제 또래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결혼은 먼일 같아서 결혼식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아직은 생소해요. 심지어 가짜 결혼식이라 처음에는 조금의 반감도 있었어요. 아직 저라는 사람은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낭만이 있고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과 하는 신중한 약속이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인 이야기를 반영한 스토리를 보다 보니 충분히 해영이의 생각이 이해되고 지욱이라면 가짜 결혼식의 가짜 신랑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작품에 현실적인 요인이 많아서 반감이 있었지만 빨리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대가 '손해 보기 싫어서'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바로 상대역으로 나선 신민아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신민아의 출연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보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김영대는 신민아와 함께 한 작품에 나선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신민아 선배님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이유였어요. 현실적인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김지욱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신민아 선배님이 연기하는 해영이 옆에서 그런 모습을 잘 살리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렇다면 신민아와 실제로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어땠을까. 김영대는 "이제 나도 동종업계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신민아와의 호흡을 되돌아봤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보고 처음으로 신민아 선배님께 빠졌어요. 그때부터 쭉 발자취를 따라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학창 시절 갖고 있던 몽글몽글한 감정을 다시 만나니 무척 신기하더라고요. 신민아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렇고 처음 뵀을 때도 설렜어요. 이제 나도 동종업계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어요. 실제로 대면했을 때 아우라나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팬심이 많이 있어서 연기할 때 괜찮을까 싶기도 했는데 연기할 때는 또 완전히 해영이처럼 보이더라고요. 차분하고 배려심도 넘어서 연기할 때 지욱이로 호흡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다 좋았어요. "
신민아와 김영대가 보여준 케미가 특별했던 이유는 마지막까지 어느 정도의 텐션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신민아 역시 이를 짚으며 김영대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했다. 김영대는 가짜 결혼식과 가짜 신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해석하며 끝까지 텐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부분이 가짜 결혼식과 가짜 신랑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가짜 결혼식으로 만나 진심을 표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묘한 긴장감과 거리감이 있었던 거죠. 가짜 결혼식으로 만났는데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우니까요. 가짜 결혼식에 반감이 있었는데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걱정이 있었어요. 그 걱정을 지욱이와 해영이의 이별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어요. 다시 만날 때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마음을 표현하면서 가까워진 거죠. 그래서 결말도 좋았어요."
김영대 역시 김지욱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적지 않은 공을 기울였다. 김영대는 외적인 부분은 물론 촬영장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정하며 김지욱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예쁘면 팔자가 사납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기 때문에 가발을 쓰면서 기존에 제가 가진 이미지를 뜯어내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걱정도 됐고 감독님도 '어떡하냐? 괜찮겠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점점 지욱이로서 느끼고 바라보니까 적응이 됐어요. 또 지욱이는 계산적이거나 손해 보기 싫어하지 않고 다 떠안고 가는 스타일인데 저는 그런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욱이라면 웬지 처음에는 수동적이게 움직일 것 같아서 촬영할 때도 제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이 어떤 의견을 가진지 들어보려고 했어요. 지욱이라면 그렇게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해영이에게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걸 기점으로 동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이처럼 김영대는 재능보다는 노력의 영역에서 연기를 접근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다양한 밑바탕을 깔아놓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연기는 물론 인터뷰, 예능까지 보며 배울 점을 찾는다는 김영대의 말에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느껴졌다.
"연기를 동물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아직 그런 부분들이 나오는 순간들이 부족해요. 그래서 베이스를 좀 많이 깔아두려고 분석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으로 기반을 다져놓고 그 안에서 재능을 끄집어내 보려는거죠. 그래서 평소에도 작품을 많이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보려고 해요. 베테랑 선배님들의 예능이나 인터뷰를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지 배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한다고 현장에서 곧이곧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많이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적인 경험을 하기에는 부족해서 요즘에는 독서도 하고 있어요. 외적인 부분의 자기관리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2017년 데뷔한 김영대는 알게 모르게 많은 경험을 쌓았다. 다만, 1996년 생으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입대가 유력한 상태. 김영대는 "20대에는 앞만 봤다"며 군입대를 앞둔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20대를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보냈어요. 옆도 보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봤던 것 같아요. 그게 초조함과 불안함을 이기게 해줬거든요.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마 군대를 간다면 다 내려놓고 어떻게 달려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20대의 김영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손해 보기 싫어서'가 김영대의 군입대전 마지막 작품은 아니다. 현재 '친해하는X'를 촬영에 매진하고 있는 김영대는 '손해 보기 싫어서'와는 다른 캐릭터로 또 다른 모습을 예고했다.
"멜로 스릴러인데 스릴러가 더 큰 느낌이에요.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이죠. 각 캐릭터를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요. 작품 소개에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멜로 스릴러'라는 표현이 있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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