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개봉…환상의 세계서 쌓아올린 마법 같은 우정
동명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
초록피부 마법사·금발 미녀
끈끈한 친구로 성장 ‘훈훈’
곳곳 밝고 신나는 합창·군무
무지개 평원 등 연출력 빛나
상영시간 160분이나 돼 ‘흠’
“남들이 정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마음의 소리를 믿고 나아갈 거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를 거야.”
20일 개봉하는 영화 ‘위키드’에서 엘파바가 유명한 넘버(뮤지컬곡) ‘중력을 벗어나’를 부르는 순간 눈앞의 스크린은 사라지고, 드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엘파바와 함께 무한히 자유롭게 비상할 것만 같다. 영화 예술의 힘이다.

‘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영화로, 동명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1995년작 소설을 무대로 옮겨 대성공을 거뒀다.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도 2013년 초연 이래 크게 사랑받고 있다.
영화는 뮤지컬보다 섬세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드러내고 볼거리를 펼쳐놓는다. 이번에 개봉하는 ‘위키드’는 파트1이며, 파트2는 내년에 나온다. 파트1에서는 초록 피부로 태어난 엘파바가 시즈대학교에 입학해 금발의 인기녀 글린다와 우정을 쌓는 과정을 다룬다. 학교장으로부터 마법 능력을 인정받은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티에 사는 마법사에게 초청된다. 신이 난 엘파바와 글린다는 열차에 오르지만 곧 마법사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에 사랑스러움을 불어넣는 건 단연 글린다다. 배우 아리아나 그란데가 만들어낸 이 입체적인 인물에 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다. 글린다는 아름답고 착하지만 해맑게 이기적이고 밉지 않은 선민의식을 가졌다. 특권층답게 화려한 글린다의 옷과 방, 소품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올겨울 어린이들이 글린다의 꽃분홍 드레스와 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닐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영화에서 시각적 찬탄을 부르는 건 글린다이지만, 관객 대부분은 배우 신시아 에리보가 연기하는 엘파바에 감정이입을 하게 될 듯하다. 우리 누구나 내면에는 일정 부분 엘파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 중반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 우정을 확인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적신다.
존 추 감독의 연출력은 곳곳에서 빛난다. 원작을 아는 이들이라면 엘파바가 곧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겠거니 예상돼도, 실제 장면이 펼쳐질 때 여지없이 몰입하게 된다.



국내 더빙은 ‘위키드’ 한국 공연으로 주목받은 뮤지컬 배우들이 했다. 원작 배우들이 워낙 입체적 매력의 글린다와 엘파바를 창조해냈기에 더빙 연기로 이를 온전히 전하지는 못하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보장한다. 엘파바는 박혜나, 글린다는 정선아, 피예로 왕자는 고은성, 마담 모리블은 정영주, 마법사는 남경주가 연기한다.
다만 16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은 흠이다. 초반 일부 장면은 덜어내도 크게 무리 없을 듯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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