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고 잘 살기] 빈티지 성지에서 보물찾기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2월호 기사입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행인들의 개성 있는 차림은 화제를 모았고, 어느새 패션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장소로 떠올랐다. 불가리아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스포티함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믹스매치 정신”이라며 극찬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 결과, 독특하고 빈티지한 감성에 끌린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졌고, 지금의 동묘는 10대부터 80대까지 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동묘에는 의류와 신발은 물론 전자제품·골동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끄는 건 ‘의류’다. 새 옷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중고 상품이 주를 이룬다. 운이 좋으면 단종된 제품도 발견할 수 있다. 가격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이는 상인들의 유통 방식과 연관된다. 일부 상인은 재활용품 수거함 등에서 모은 옷을 1㎏당 몇백 원에 매입한다. 이 옷들을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는 덕분에, 소비자는 비교적 낮은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집어 드는 선택이 성공적인 쇼핑이라고 보긴 어렵다. 상태는 괜찮은지, 나에게 필요한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패 확률을 낮추고, 알뜰하게 좋은 물건을 잘 고르는 것’. 이 기준을 수많은 옷을 다뤄온 전문가에게 들어보기로 했다. 18년 차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의 대표 고태용 씨(45)와 함께 동묘를 찾았다.

보통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쇼핑을 시작한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 길이 복잡하다. 주말은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옷 한 벌당 5000원!”을 외치는 상인들 사이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옷 더미를 뒤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가판대에 놓인 상품은 품목 구분 없이 서로 뒤섞여 있거나 가격표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을 물으면 상인이 금액을 부른다. 고 디자이너는 “흥정은 동묘 쇼핑의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물건을 보는 안목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율하는 태도도 중요하단다.
그러나 동묘 쇼핑의 매력은 비싼 제품을 사는 데 있지 않다. 가격 대비 가치가 뛰어난 아이템을 발견하는 데 있다. 보물찾기하듯 둘러보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고른 저렴한 아이템이 쇼핑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고 디자이너는 아이템별로 코트 10만 원 미만, 니트 1만 5000~2만 원, 티셔츠와 모자는 각각 1만 원대가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저렴하면서도 특별한 제품을 찾고 싶다면 유니클로·자라 같은 SPA 브랜드와 타사 브랜드가 컬래버(협업)한 제품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유명 디자이너나 하이엔드 브랜드, 캐릭터와 컬래버해 출시한 제품들은 감각적이면서 차별화된 스타일을 갖춘 데다 소위 ‘한정판’이어서 인기가 많다. 동묘에서는 이런 특별한 제품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만날 기회가 종종 있다. 만약 옷장 속 기존 아이템과 조합이 걱정된다면 베이직한 스타일을 선택해야 활용도가 높다.

신발 판매대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동묘는 신발과 모자 같은 패션 잡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바닥에 물건을 늘어놓은 노점부터 내부에 깔끔하게 진열한 가게까지, 놓여 있는 방식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패션 잡화는 옷과 마찬가지로 가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격은 가게와 상품에 따라 다르다. 저렴한 곳에서는 신발이나 모자를 5000원에, 선글라스는 1000원에도 살 수 있다. 시계는 보통 1만 원대부터 시작된다. 다만 가격에 끌려 구매하기보다는 상태·크기·착용감 등을 점검해야 한다.

엘피(LP)를 파는 레코드 숍도 가볼 만하다. 1960~1990년대 엘피가 주를 이룬다. 장르는 가요·팝·클래식 등 다양하다. 가격대는 몇천 원대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운이 좋으면 원하는 상품을 5000원에 구할 수도 있다고. 카메라는 노점에서 많이 판매된다. 필름 카메라, 초기 디지털카메라 등 1970~2000년대 제품이 대부분이다. 가격대는 보통 3만 원대부터 50만 원 이상까지로,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라디오·식품·악기 등 수많은 물건을 동묘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김민선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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