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다이스가 숙원사업이자 그룹의 중점사업으로 꼽혀온 럭셔리호텔 사업 확장에 나섰다. 선대회장 때부터 번번이 좌절돼온 서울 장충동 호텔 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12일 파라다이스는 장충동 호텔 건립에 총 57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 중 95%인 5500억원을 우리은행으로부터 만기 일시상환 조건으로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91일)에 0.97%가 가산되며 11일 기준으로 3.81% 수준이다. 차입 기간은 최초 인출 시부터 5년간이며, 파라다이스는 호텔 건설이 진행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분할 대출한다고 밝혔다.
장충동 호텔 건립은 파라다이스 그룹의 숙원사업이었다. 창업주인 전락원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두 차례에 걸쳐 건립을 추진하다 남산 자연경관지구 내 건축규제에 막혀 좌절된 바 있다. 이후 전 회장의 아들인 전필립 회장이 2016년부터 다시 추진했으나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팬데믹 시기의 실적부진이 맞물리며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장충동 호텔에 대한 주주들의 시선은 따갑다. 당초 4000억원으로 예상됐던 공사비가 지난해 5000억원으로 늘어났고, 12일 공시에서는 5750억원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매출의 42%를 카지노 사업에 의존하는 파라다이스가 장충동 호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이번 투자가 주주환원 정책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지난해 7월2일 미디어·IR데이를 열고 구체적인 호텔 건축 계획을 발표한 이튿날에는 주가가 13.7%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하락으로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도 늘었다. 파라다이스는 2021년 8월12일 팬데믹 시기의 대외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20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였다. 당시 전환가액은 주당 1만6819원이었으나 △2022년 6월 1만5077원 △2023년 11월 1만4364원 △2024년 2월 1만4297원(리픽싱 최저한도)까지 낮아졌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CB의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아야 추후 주식으로 전환한 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주가반등이 요원해지자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며 원금 회수에 나섰다.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91억원과 671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됐으며, 올해 1월에도 823억원 규모의 CB 조기상환이 이뤄졌다. 연이은 CB 조기상환청구권 때문에 자금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파라다이스는 당초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장충동 호텔 착공을 올해 1분기로 한 차례 더 연기했다.
파라다이스 측은 장충동 호텔이 단순한 신규 개발을 넘어 그룹의 호텔 및 리조트 브랜드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핵심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지노에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각화하고, 호텔과 카지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럭셔리 호스피털리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의 장충동 호텔 투자계획이 발표된 이튿날인 13일 주가는 전일(1만1020원) 대비 6.53% 하락한 1만300원으로 마감했다.
파라다이스 장충동 호텔은 2028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과거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있던 1만3,950㎡의 부지에 지하 5층~지상 18층, 객실 200실 규모의 VVIP호텔로 조성된다.
권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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