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잠수함 침몰 사고로 해군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아르헨티나가 3척 이상의 신형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자체 개발 모델 'HDS-1500'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전통 강국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이 아르헨티나에 판매될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비극이 부른 절박한 현실, 아르헨티나의 잠수함 공백
아르헨티나 해군이 처한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2017년 11월, TR-1700급 잠수함 ARA 산 후안(ARA San Juan)함이 대서양에서 침몰하며 44명의 승무원 전원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아르헨티나는 보유 잠수함 3척 중 1척을 잃게 되었고, 현재 남은 두 척마저 제대로 작전에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1980년대에 도입한 노후 잠수함 'ARA 산타 크루즈'는 현지 조선소에서 장기 보관 중이며, ARA 살타는 마르델플라타 해군 기지에 정박된 채 훈련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상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잠수함이 전무한 상황이죠.
남대서양의 광활한 해역을 담당해야 하는 아르헨티나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해군력 강화를 위해 잠수함 전력을 보강하고 있는 추세에서 아르헨티나만 역행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미 지역의 군사적 균형과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서라도 신속한 잠수함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와의 협상 지지부진, 새로운 선택지 모색
아르헨티나는 처음에 프랑스 나발그룹과 스코르펜급 잠수함 3척 도입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 루이스 페트리 아르헨티나 국방부 장관이 파리를 공식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죠.
스콜펜급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신 디젤 전기 추진 잠수함으로, 브라질과 인도 등에 수출된 검증된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예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현지에서는 잠수함 발주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 문제인지, 기술 이전 조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고려사항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의 HDS-1500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 방산 전문지 푸카라 디펜스 등 외신들이 아르헨티나가 차세대 잠수함 모델로 HD현대중공업의 HDS-1500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죠.
치열한 글로벌 경쟁, 6개국 잠수함의 각축전
아르헨티나의 잠수함 시장은 이제 진정한 국제전이 되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HDS-1500과 더불어 스웨덴 사브의 A26(C71), 독일의 214급과 209NG급, 스페인의 S80, 그리고 프랑스의 스콜펜급까지 총 6개국의 주력 모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각의 모델들은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214급과 209NG급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검증된 모델이며, 스웨덴의 A26은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S80은 최신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부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직 정식으로 필요 스펙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상당히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수중에서 최소 10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작전 지역에서 40일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며, 항속거리는 4500해리에 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소 16발의 어뢰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높은 자동화 수준으로 30명 미만의 승무원으로 운용 가능한 잠수함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HDS-1500의 강점, 가성비와 첨단기술의 조화
HD현대중공업의 HDS-1500은 아르헨티나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매력적인 후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길이 65m, 폭 6.5m, 수중배수량 1500톤의 엔트리급 잠수함이지만 그 안에 담긴 기술력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리튬이온전지 탑재입니다.
기존의 납축전지를 사용한 구형 잠수함들과 비교해 수중 잠항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죠. 이는 작전 능력의 비약적 향상을 의미합니다.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더 오랫동안 수중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잠수함의 핵심 가치인 은밀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운영 인원이 25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인건비와 훈련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해군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에게는 매우 실용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남미 시장 공략, 페루에서 시작된 성공 스토리
HD현대중공업의 중남미 진출은 이미 페루에서 첫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중남미 최대 규모 방산전시회 'SITDEF 2025'에서 HDS-1500을 공개하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개발 합의서까지 체결하며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죠.

이 합의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HDS-1500을 기반으로 한 중형 잠수함을 페루 현지에서 공동개발하고, 페루가 보유한 노후 모델들을 대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기술 이전과 현지 산업 발전까지 고려한 상생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콜롬비아 까르따헤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해양방위 컨퍼런스 'Colombiamar 2025'에서도 HDS-1500을 선보이며 중남미 전체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승산 있는 도전, 아르헨티나 수주 가능성 진단
HD현대중공업이 아르헨티나 잠수함 사업을 따낼 수 있을까요?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입니다.

우선 아르헨티나가 처한 절박한 상황이 HD현대중공업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확실한 대안을 찾고 있는 아르헨티나에게 검증된 기술력과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페루에서의 성공 사례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중남미 국가인 페루와 잠수함 공동개발 합의서를 체결하며 현지에서의 신뢰도를 높인 것이 아르헨티나에게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HDS-1500의 핵심 기술인 리튬이온전지와 높은 자동화 시스템은 인력 운용에 제약이 있는 아르헨티나 해군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독일과 프랑스 등 전통 강국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도입 규모가 최소 3척에서 최대 5척으로 상당한 만큼, 가격 경쟁력과 기술 이전 조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만약 아르헨티나 수주에 성공한다면 중남미 잠수함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며, 이는 다른 남미 국가들에게도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