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퇴사한 AI 천재 복귀 위해 3조6000억원 투입

오픈AI의 ‘챗GPT’보다 먼저
AI 챗봇 ‘미니’ 개발 성공했지만
구글 출시 미루자 퇴사한 샤지르
부회장 컴백해 차세대 챗봇 개발중

노암 샤지르 구글 부회장. 캐릭터.AI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과거 자사의 더딘 AI 개발에 불만을 표출하고 퇴사했던 천재 직원을 재고용하기 위해 거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AI 스타트업 ‘캐릭터.AI’(이하 캐릭터)와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캐릭터의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거래에 정통한 복수의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이 캐릭터의 창업자 노암 샤지르(48)를 구글에서 다시 일하게 하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 샤지르 개인도 이번 캐릭터의 지분 거래로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회사를 상장하거나 매각하지 않은 창업자가 번 금액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고 WSJ은 전했다.

2000년 구글에 입사한 샤지르는 2017년 생성형 AI 기술의 토대가 된 주요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샤지르는 ‘미니’로 이름 붙인 챗봇을 개발해 수조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사가 안정성 등을 이유로 챗봇 출시를 거부하자 2021년 구글을 나와 캐릭터를 설립했다.

샤지르는 과거 구글이 AI 개발에서 지나치게 위험 회피적으로 변했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구글은 AI 챗봇을 오픈AI보다 먼저 개발하고도 출시를 늦추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주도권을 내줬다고 비판받아 왔다.

구글은 캐릭터가 빅테크의 AI 개발 참여로 경쟁이 격화되고 개발 비용도 상승해 고전하자, 이 기회를 이용해 샤지르의 재영입에 성공했다.

샤지르는 현재 구글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고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의 차세대 버전 개발을 주도하는 3인 중 한 명으로 일하고 있다.

샤지르의 영입작업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기존에는 AI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지만, 이제 최대한 빨리 개발·출시하고 있다면서 샤지르의 복귀에 대해 “굉장하다”고 최근 밝혔다.

다만, 샤지르의 영입으로 빅테크의 AI 인재 유치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매닝 소장은 “샤지르는 분명히 AI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이라면서도 “그가 다른 사람보다 20배가량 더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