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수리에 왜 대체 부품을 써요?" ...보험 약관 개정에 소비자 '분노 폭발'

"이제 정품 대신 대체부품?"…자동차 보험 수리, 8월부터 달라지는 이유

오는 8월부터 자동차 사고 수리 시 정품 부품 대신 **‘품질 인증 대체 부품(K-PAC)’**이 우선 적용될 수 있도록 보험 약관이 개정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정책으로, 보험료 절감과 수리비 인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소비자와 정비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시행 전부터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소비자 불만 쏟아지는 이유…"왜 내 차에 값싼 부품을?"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정품 부품이 아닌 대체 인증 부품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인증 부품은 정부 산하 기관이 성능과 품질을 테스트해 정품과 동등하다고 평가한 비정품 부품으로, 주로 범퍼, 펜더, 헤드램프 등 외장 부위에 사용된다. 가격은 정품 대비 평균 30~40%가량 저렴해, 보험사 입장에선 수리비를 줄이고 적자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고급차나 신차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보험료를 내고도 왜 값싼 부품을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부는 "정품이 아닌 부품이 들어가면 중고차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이 문제는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차량 수리는 단순한 기능 복구를 넘어 자산 보호라는 정서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전북 중앙

당국 "강제 아니다"…그러나 사실상 '묵시적 강제' 우려

금융감독원은 해당 제도를 강제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품과 대체 부품 중 **전체 수리 비용(부품비 + 공임 + 대차료)**이 낮은 쪽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되, 수리비 절감을 위해 보험사가 대체 부품을 권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이 ‘권장’이 사실상 ‘묵시적 강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면, 정비소 역시 대체 부품을 사용하도록 유도받게 되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수리 방식이 결정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선택권은 명목상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업계 "현장 혼란 불가피"…물류·책임 부담에 긴장

정비업계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 부품 사용 확대는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차종별 부품 수급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소 대표는 "이미 정품 부품조차 수급이 어려워 수리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대체 부품까지 구색을 갖춰야 한다면 물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비자가 부품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제조사나 보험사보다는 최종 수리를 맡은 정비소가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대체 부품을 적용해 수리 시간이 길어질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대차 비용 등의 간접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 “소통 강화할 것”…업계는 “명확한 기준부터 만들어야”

정부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대체 부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비교 시험 데이터와 성능 인증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협의를 전제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런 방향성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명확한 적용 기준과 책임 분담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 부품 사용 여부를 결정할 때,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인하보다 중요한 것…소비자의 감정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적 물건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에게 있어 차는 자산이며, 감정이 깃든 소유물이다. 몇 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수리 과정에서 ‘비정품 부품’이 쓰인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

기술적으로는 정품과 대체 부품 간 성능 차이가 없다고 해도,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가치의 문제다.

결론: 비용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설득' 없는 개정은 혼란만 부른다

보험료 인하라는 목표는 분명 의미 있는 방향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감정을 무시한 채 비용 절감 논리만을 앞세운다면, 제도는 안착하기 어렵다. 진정한 성공은 소비자의 신뢰와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강제 도입이 아니라, 투명한 설명과 명확한 절차, 그리고 소비자 감정을 존중하는 설계다. 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먼저 그 정책이 적용될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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