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본 주식을 팔지 못하는 사람의 진짜 심리

과거의 손실을 줄이려 하고 매몰비용을 회피하려는 경향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매몰비용이란 무엇일까?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전문용어 같지만, 우리 주위에도 매몰비용을 흔히 찾을 수 있다.

끝나버린 사랑을 붙잡고 놓지않으려 하는 것, 이미 엄청난 손해를 본 주식 종목을 끝끝내 붙잡고 팔지 않는 것. 더는 전공하고 싶지 않은 분야의 석사 과정을 그때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과 등록금이 아까워서 계속 밟는 것. 또 회사에서 몇 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는 이유만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그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경우가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예다.
매몰비용 오류에 굴복하는 이런 경향에는 한계적 사고를 시급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계 분석을 회사나 조직에 적용하면 과거의 실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한한 자원 중 매몰비용이 되어버린 자원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갖고서 변변찮게 배분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당연히 고통스럽다.


당신이 과거에 자원을 잘못 배분했다고 치자.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당신의 명성이나 경력이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판돈을 두 배로 올리는 도박꾼처럼 잘못된 배분에 계속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려는 유혹이 바로 여기에서 생긴다.

하지만 나쁜 일에 좋은 돈을 넣는 선택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규모가 확장된 조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에서 매몰비용 오류의 근절을 가로막는 정치적 장애물과 평판적 장애물은 종종 조직 문화에 따라서 달라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할 만큼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까?

사람들은 성공이나 실패를 개인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로 볼까, 아니면 조직이 기울인 총체적인 노력의 결과로 볼까?사람들은 조직이나 회사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도록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받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이나 회사의 운영이 과연 얼마나 빈틈없이 꼼꼼할 것인지 결정된다.

이 질문이 한계를 발견하고 여기에 대응하며 또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매몰비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문화의 차원 말고, 과거에 저지른 실수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막아주는 조직적 차원의 메커니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투자운용사들은 각각의 직원이 운용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여섯달에 한 번씩 서로 맞바꾸게 해서 어떤 투자 종목이 잘못된 것인지참신한 눈으로 다시 살피게 한다.

그리고 만일 그런 게 발견되면 곧바로 매각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부끄러움이나 후회와 같은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사업이든 경력 문제든 혹은 사생활 문제든 간에 객관적인 제삼자의 관점은 의미가 있다.

요점은 이것이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어차피 지나간 것이므로 지나간대로 그냥 내버려둬라. 매몰비용은 매몰된 채로 그냥 내버려둬라.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식했을 때,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는 한계비용이 눈에 뻔히 보여도 계속 그 길을 따라가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은 손실 회피의 길이다.

그저 후회에 매달리는 것일 뿐임을 상기하라.

그 목소리를 무시하라. 과거의 자아가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 손길을 뿌리쳐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미래의 자아가 당신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설령 그 선택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것, 즉 지금까지 하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종신교수이자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행동경제학의 거장 존 리스트.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의 규모를 성공적으로 확장시키는 ‘스케일의 법칙’을 소개한다. 번창하는 중소기업이 회사 규모를 확장할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할 때 제품의 가격 인상과 고객층 확대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조기에 알아볼 수 있는 시그널은 존재하는가? 그 해답은 ‘스케일(scale)’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