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비용 저효율 된 프로농구, 어찌해야 하나

점프볼 2025. 6. 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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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매달 발행되는 점프볼 매거진을 깊이 있게 읽은 분이라면 매년 이맘때쯤 공헌도 내용이 들어간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8년 전 KBL이 개편한 기록 프로그램에 선수별 득실 마진, 각종 2차 스탯까지 표기되는 와중에 구단에서도 잘 보지 않는 공헌도가 왜 이리 들어가나 싶겠지만 여전히 공헌도에 관심 있는 독자도 있다.

점프볼 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소수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 코너에 공을 들여 준비했다. ‘고비용 저효율’ 선수가 유독 많았던 2024-2025시즌, 고액연봉자들의 공헌도와 함께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고액 연봉자들의 부진과 이에 맞는 해결책에 대해서도 구단 관계자, 기자 등 농구계 종사자들에게 견해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자, 일단 올 시즌 연봉 순위 20위 이내 국내선수들의 공헌도를 살펴보자
6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공헌도가 처참하다. 8명의 선수 중 공헌도 10위 안에 드는 선수는 88년생 김선형(공헌도 4위) 뿐이다. 이대성은 오른쪽 무릎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래서 삼성은 2024-2025시즌에 대한 계약을 1년 유예 시켰으니 패스. 그래도 20위 안에 든 강상재, 허훈, 허웅은 좀 낫다. 최고 연봉자인 문성곤은 팀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면서 46위에 그쳤으며 최준용은 52위, 발목 부상에 시달린 김종규는 무려 105위다. 심지어 김종규는 지난해 FA 계약을 새로 한 선수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시급했던 DB는 제대로 뛸 수 없었던 김종규를 정관장으로 트레이드 시켰다. 대신 정효근(공헌도 11위)을 받았다.

그 밑으로도 송교창(97위), 전성현(59위), 김낙현(31위), 이대헌(32위)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몸값만큼 활약한 선수들도 있다. 정관장과 FA 재계약을 체결한 박지훈은 국내선수 공헌도 1위에 오르며 ‘FA 모범생’의 사례를 보여줬다. 안영준, 이재도, 이승현도 연봉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친 고액연봉자들이 유독 많았던 올 시즌, 이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A구단 사무국장
결국 FA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적정가 이상으로 몸값이 오르면 구단이 계약을 안 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선수가 없으니 ‘일단 지르자’라는 마음으로 계약을 한다. 지난해 계약 규모가 예상보다 커서 깜짝 놀랐던 선수가 있는데 구단 관계자가 “이렇게 투자하지 않으면 안 온다고 하더라. 선수층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력 보강을 위해서라면 내부적으로 책정한 연봉으로 선수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게 자신 없으니 1, 2억 원을 더 얹어서 데려가는 것이다. 그런 형태의 계약이 쌓이다 보면 FA 시장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B구단 사무국장
선수 본인보다 아쉬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프로라면 연봉으로서 평가를 받는다. KBL은 매 시즌 연봉 협상을 하는 시스템이므로 다음 시즌 평가에 반영이 된다. 다만, 최근 불거지는 선수들의 몸 관리 이슈에 대해서는 구단과 선수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특히 고액 연봉자라면 더욱 자기관리에 투자를 해야 하고, 구단은 선수의 가치를 유지하고 올리기 위에 함께 신경써야 한다.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한국 농구 시스템이다. 고액 연봉자는 흔히 S급이라고 하는데,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를 일컫는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그런 선수들이 많지 않다. FA가 되면 몸값이 자신의 가치에 비해 올라가게 되고 고액 연봉자는 실질적으로 S급이 아닌 A급과 S급 사이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확률상 FA 이후 기대치가 높아지는데,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두 번째는 이 선수들의 매너리즘과 보신주의다. FA가 되면 일부 선수들은 훈련을 게을리한다. 기량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거나 하향되지만, 기대치는 높아진다. 당연히 기대만큼 활약을 못하는 선수들의 비율이 높아진다. 심리적 부담감도 있다.

세 번째는 몸값이 높아지면, 팀내 비중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롤이 많아져 공수에서 기여도가 높아야 한다. 단, 아마농구에서 에이스들은 공격에 치중하는 경향이 한국농구가 유독 심하다. 프로에서도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따라서 FA 이후 고액 연봉자는 기대치가 떨어진다. 즉, KBL에서 FA 제도는 고액 연봉자가 기대만큼 활약할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지는 시스템이다.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은 FA가 된 후 더욱 자신을 단련시키는 프로 정신인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 단, 강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고비용 저효율 선수들이 올 시즌 유독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연봉이 오르는 만큼 경기력도 상승해야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견제 세력이 없다. 부상으로 쉬다가 복귀를 해도 자신의 자리가 그대로 있으니 간절하지 않을 수밖에. 대체자가 없으니 구단은 오버페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몸값은 계속 오르는 상황, 그렇다면 FA 제도는 어떻게 손을 봐야 하며 이에 맞춘 제도 개선 방안이 있을까?

FA 제도는 어떻게 손봐야 할까?

A구단 사무국장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시스템이 된 건 구단의 잘못도, 몸 관리를 못한 선수들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보상이라는 규정을 없애고 말 그대로 ‘자율’로 만들면 선수들의 이적도 수월해진다. 이제는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선수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 싶으면 아시아쿼터, 외국선수로 대안을 찾으면 된다. 그래도 아쉽다면 아시아쿼터의 자리를 더 늘리는 것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선수의 자리가 없어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변은 이미 줄어들 대로 줄어들었다.

B구단 사무국장
우선 리그의 목표, 방향성을 어디에 둬야 할지 분명히 해야만 FA 제도 개선 방향성 또한 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대 스포츠 시대에 접어들었다. 프로야구, 축구는 넘쳐나는 관중몰이, 흥행 성공으로 선순환의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프로농구는 어떠한가. 2024-2025시즌 입장 관중은 제자리에 머물러있고, 별다른 마케팅 이슈도 없었다. 100만 관중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패했고,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기억나질 않는다.

KBL은 흥행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일단 파이를 키워야만 하는 위기 상황이다. FA 제도 또한 흥행, 즉 팬들이 원하는,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FA 제도의 핵심은 보상 시스템인데, 선수와 구단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로 그동안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힘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보상 제도로 인해 이적 시장은 활기를 띄지 못하고, 오히려 선수 연봉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보상을 피해 사인&트레이드로 서로 보상을 우회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KBL은 여전히 유무형적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리그다. 구단의 1년 총 매출이 20억 초중반대에 머무르는 마켓에서 1명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보상금과 별도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 그러다 보니 특정 선수를 평가할때 “보상 수준 대비 괜찮다”, “~어떠하다”라는 식으로 평가가 왜곡된다.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이적 시장(트레이드 포함)이 활발해져서 화젯거리, 볼거리가 많아지는게 아닐까. 따라서 보상 제도의 범위와 규모를 축소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
고액 연봉자 비율이 높다고 해서 현 FA 제도가 선수에게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연봉 30위권, 40위권 이내 선수들에게 보상 선수 및 보상 금액은 타 리그에 비해 강하게 책정돼 있다. 일본 B.리그는 FA 시장이 그야말로 무제한 시장이다. 별다른 보상이 없다. FA 영입을 한다는 것은 그 구단이 돈을 들여 그 선수의 능력을 산다는 의미다. 구단이 책임질 일이다. 즉, 지금 FA 제도는 보상 규정이 상당히 강력한데 그럼에도 먹튀가 많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현 FA제도는 적절하다고 본다. 단,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출전 쿼터가 확대되면 오히려 FA 보상 규정을 느슨하게 하고, 선수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몸값 거품을 빼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A구단 사무국장
KBL도, 각 구단도 연봉 책정과 관련된 솔루션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면 공헌도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공헌도에서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다. 구단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박스아웃, 허슬 플레이, 디나이 등 궂은일도 모두 정리해서 연봉 협상을 한다. 선수가 납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고, 그래도 수긍할 수 없다면 선수는 연봉 조정 신청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야구는 규정상 다년계약이 허용되는데 농구도 이를 정례화하려면 결국 선수가 잘해야 한다. 야구는 시즌이 길고, 토미존 수술과 같은 큰 부상이 아니라면 한 시즌을 통째로 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장기 결장이라 해도 2, 3개월이다. 똑같은 2, 3개월이라도 길어야 7개월인 KBL에서는 그 정도 공백기를 갖는 것만 해도 치명적이다.

5~7억 원 이상 받는 선수들은 오프시즌부터 농구만 생각해야 한다. 놀 거 다 놀고 농구하면 몸이 멀쩡하겠나. 이정현(삼성)처럼 결장 없이 뛰는 선수가 많아지면 KBL도 다년계약을 공식적으로 도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B구단 사무국장
선수의 연봉이 무엇으로 결정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선수 연봉은 국민소득, 리그의 마케팅 지표, 타종목 연봉 및 개인 실력 등 다양한 요소들에 복합적 작용까지 더해 결정된다. 만약 국내선수 연봉을 NBA처럼 철저하게 수익성으로 결정한다면 얼마가 될까. 아마 현재 연봉의 1/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WNBA 선수의 연봉 사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WNBA는 NBA 못지않게 흥행에 불이 붙고 있지만 선수 샐러리캡은 올리지 않는다. 사무국은 그 이유를 그동안 누적된 연맹과 구단의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자본의 원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농구 실력으로만 연봉을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연봉을 보면 대략적으로 추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또한 세계 4강권인 호주리그(NBL)의 선수 연봉도 좋은 데이터가 될 수 있다. (편집자 주 KBO리그 1억 6071만 원, K리그1 2억 3519만 원, KBL 1억 7401만 원) 프로야구, 축구 등 타 종목과 비교했을 때 KBL의 평균 연봉은 낮지 않다. KBL은 실력만 있으면 충분히 대우받을 수 있는 리그라고 할 수 있다. 몸값이 거품이냐 아니냐의 논란보다는 팬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보여주느냐, 현재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
지난 시즌까지 FA 몸값에 거품이 많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KCC가 허웅, 최준용, 이승현, 송교창을 중심으로 우승했고, KT가 허훈, 패리스 배스를 중심으로 파이널에 진출하면서 단기전에 S급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아시아쿼터들의 맹활약으로 시장은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비슷한 부분은 무보상 선수들이 인기라는 점이다. 연봉 2억원 정도가 적당한 선수들이 4~5억원, 혹은 3~4년에 10억 이상의 보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은 FA 보상 규정이 강력하기 떄문에 나오는 부작용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즉, 몸값 거품을 빼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아시아쿼터 연봉 상한선을 늘리고, 경쟁력 있는 아시아쿼터를 좀 더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선수의 경우에도 2명 보유 4쿼터 출전 등 제도 확대가 동반된다면, 자연스럽게 국내선수 S급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자연스럽게 몸값 거품이 빠질 수 있다. 즉, KBL도 B.리그(용병 2명 출전+아시아쿼터 1명 or 귀화 1명으로 사실상 국내 쿼터가 1~2명 밖에 없다)처럼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FA 몸값 거품을 줄이고, 리그 수준을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 대안이다.



반대로 ‘저비용 고효율’을 낸 선수들도 있다. 호봉 개념이 짙은 KBL 특성상 저연차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LG다. 기대를 모았던 고액연봉자 전성현, 두경민이 사실상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지만 연봉 1억 3000만 원의 양준석이 리그 정상급 가드로 발돋움 했으며 연봉 1억 1000만원의 정인덕은 리그 최고의 3&D로, 연봉 1억원의 유기상은 팀내 간판을 넘어 국가대표 슈터로 자리매김했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LG는 창단 28년 만의 첫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다.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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