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집들이 '입주장' 여파 없다는데…내년은?
실거주에 계약기간 3년 미만, 4년은 웃돈 줘야
"수요 높아 내년 강남 입주장도 비슷할 수 있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한달가량 남았지만 소위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둔 경우 전·월세 매물이 증가해 주변 전셋값과 매매가를 끌어내리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는데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어서다.
이처럼 과거 입주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내년 입주를 앞둔 단지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실거주 유예에 이중가격…'정상매물'은 더 비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다음 달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규모는 1만2032가구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2만4362가구)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 전세 매물은 6억~10억원에 나와 있다. 전용 84㎡ 전세 호가는 6억9000만~13억원에 형성됐다. 하지만 전세대출과 계약갱신 청구가 가능한 소위 '정상 매물' 시세는 각각 8억원, 10억원대였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6억원대 매물은 융자가 좀 많이 껴 있다. 집주인이 일반분양 때 받은 이주비·옵션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한다"며 "융자 없는 일반 매물은 전용 59㎡ 8억원, 전용 84㎡ 1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분양 물건은 실거주 유예 3년 때문에 집주인들이 2년~2년 11개월만 전세로 주고 실거주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갱신권을 써서 4년 살 수 있는 조합원 물건은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된다"고 덧붙였다.
매매의 경우도 하락 전망과 정반대로 강세를 보였다.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7월 24억5177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23억~24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2022년 12월 분양가(약 13억원)보다 10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과거 입주장은 이와 달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 때에는 전세와 매매가격이 덩달아 떨어졌다. 2018년 말 당시 전용 84㎡ 전셋값은 시세보다 3억~4억원 낮은 5억원대에 형성됐다. 17억원대였던 입주권은 입주를 앞두고 14억원까지 하락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 리드는 "공급 불안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매맷값도 덩달아 오르는 시장 상황에 맞물려 과거 입주장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등 올해 입주한 단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효과로 매매가격이 올랐다"며 "전셋값의 경우 일반분양과 조합원 매물의 이중가격 현상이 뚜렷해 아직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입주가 본격화되고 나서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입주장도 매매·전세 동시 상승?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362가구로 전망된다. 상반기엔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 서초구 '메이플자이'가 입주를 앞뒀다. 하반기엔 강남구 '청담 르엘', 송파구 '잠실 르엘'과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등 단지가 집들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라그란데는 전용 59㎡ 전세 매물이 4억8000만~8억원에 나와 있다.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000만원 정도 내린 매물이 많다. 로열층·로열동을 제외하면 보통 5억원대가 시세"라며 "규제 지역이 아니라 별다른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3월 입주를 앞둔 롯데캐슬이스트폴은 전용 74㎡ 전세 매물이 8억8000만~11억원에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자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융자가 들어있긴 한데 전세가 맞춰지면 상환하겠다는 임대인이 많다"며 "매매가가 18억~20억원대라 8억원대 전세가 크게 문제 되진 않는다. 융자 있다고 해도 안 나가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내년에도 비슷한 입주장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은선 리드는 "지금과 같은 매매와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과 비슷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격이 좀 안정된다면 입주장도 달라질 수 있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수민 위원은 "동대문구나 광진구는 비규제 지역이라 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전세 비중이 훨씬 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강남권은 배후 수요가 충분한 만큼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과 비슷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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