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돈과 기간 고민, 손아섭 FA 협상이 꼬인 진짜 이유

아마 많은 야구 팬들이 황재균과 손아섭이라는 두 이름을 함께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롯데 자이언츠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두 선수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그라운드를 누볐다. 화려한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시간을 버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둘 사이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관계가 생겼다. 그래서 최근 황재균이 손아섭을 걱정하며 꺼낸 말들이 더 현실적으로,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지금 두 사람은 모두 ‘자유인’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전혀 다르다. 황재균은 스스로 은퇴를 선택한 자발적 백수다. 커리어를 정리했고, 이미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반면 손아섭은 다르다. 그는 아직 방망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기록이 남아 있고, 목표가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의 공백은 손아섭에게 훨씬 더 아프다. 같은 자유지만, 하나는 선택이고 하나는 기다림이다.

손아섭은 이번 겨울 세 번째 FA 자격을 행사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여전히 시장에서 주목받아야 할 선수다. 통산 안타 수는 리그 최상위권이고, 꾸준함 하나만큼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지난해 연봉은 5억 원이었다. C등급 FA라 보상 선수가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금전 보상만 해도 7억 5천만 원이 붙는다. 다른 팀이 손아섭을 데려가려면, 연봉과 별개로 그 정도 비용을 먼저 감수해야 한다. 금액 자체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그만큼의 가치가 지금도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지난 시즌 손아섭은 107안타를 쳤다. 콘택트 능력만 놓고 보면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홈런은 단 1개였고, 도루 시도는 오히려 실패만 남았다. 외야 수비 부담도 예전 같지 않다. 결국 손아섭의 활용 가치는 자연스럽게 지명타자, 혹은 제한적인 외야로 좁아진다. 지금 KBO 시장에서 이런 유형의 30대 후반 타자에게 구단들이 쉽게 2~3년 계약을 내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한화가 1년 계약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구단 입장에서는 ‘시험용’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1년 동안 지켜보고, 몸 상태와 생산성을 확인한 뒤 다음을 판단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1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선수 인생에서의 1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38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계약 기간은 곧 존중의 문제로 이어진다. 돈보다 시간이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황재균의 말이 더해지면서 이 문제는 단순한 FA 협상이 아니라, 한 선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바뀐다. 황재균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버텨라”고 말했다. 얼핏 담담해 보이지만, 그 말 속에는 답을 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선배의 체념이 함께 담겨 있다. 너무 친해서, 오히려 더 해줄 말이 없다는 대목이 오래 남는다. 이게 진짜 동료의 걱정이다.

결국 손아섭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1년을 버티는 길, 그 길 끝에 다시 한 번 시장에 나서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커리어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길이다. 365일이라는 시간은 말로 하면 짧아 보이지만, 선수에게는 매일이 증명이다. 그 시간을 잘 넘기면, 꿈에 그리던 3000안타라는 숫자가 눈앞에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손아섭은 쉽게 물러설 수 없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손아섭이 힘든 건 과연 돈일까, 아니면 시간일까. 어쩌면 둘 다일 것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선수로서의 마지막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가깝다. 지금 이 겨울은 손아섭에게 선수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계절일지도 모른다. 팀도, 계약서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를 믿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름값도, 과거의 기록도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까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1년이 끝났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떤 표정으로 다시 보게 될까. 그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손아섭이 서 있는 이 갈림길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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