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작은 학교들 ‘고교학점제’ 걱정 태산
내년 전면시행…과목 많아져 교사 업무 늘고 학생 내신 등 불이익 우려
교육청 시간강사 지원 방침에도 문제 해결 난망…도농 교육격차 확대
‘고교학점제’가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광주·전남 교사와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시·전남도 교육청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남 지역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교사들은 업무가중을 우려하고 있고 광주·전남 학부모들은 내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학생 수 60명 이하 작은 학교에 해당하는 전남 지역 고등학교는 18곳으로 전체 전남 고등학교의 12.5%를 차지한다.
그동안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고교학점제가 내년 3월 학교 개학시부터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수강신청하듯 고등학생이 진로와 적성,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3년간 192학점을 취득해야 하며, 과목당 수업횟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 및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만족해야 이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선택과목만 14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남지역 작은 학교는 선택과목 개설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도시학교에 비해 교사수가 적고 전문강사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고교학점제 취지와 달리 작은 학교의 경우 인력과 공간의 한계 탓에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주시·전남도교육청은 교육청에서 시간강사를 지원하고 온라인학교를 활성화할 것이라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작은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작은 학교는 점차 증가하는 탓에 교원 수도 덩달아 감축되니 도농간 교육격차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전남지역 작은학교에 근무중인 윤모(45) 교사는 “작은학교 교사들은 이미 2~3과목을 맡고 있어 아무리 학생들이 원해도 여러 교과를 개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들에게 희망 과목 신청을 받지만 결국 개설할 수 있는 교과는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국·영·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과 담당 교사가 한명씩이라 이미 여러 과목을 지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다과목 지도 부담이 커져 작은학교 교사들의 업무가중이 심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은 학교에 근무중인 A교사는 “여러 과목을 담당하면 수업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시험과 과목당 2~3개의 수행평가도 해야한다”며 “작은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적어도 해야할 행정 업무 등은 정해져 있어 교원 한 명당 업무 부담이 큰편인데 고교학점제까지 시행되면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전남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학교와 연합해 과목을 개설·운영하도록 하고, 온라인학교를 활성화해 다양한 과목을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수업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를 대상으로 교·강사 인력풀을 활용해 시간강사 채용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작은 학교가 주로 농산어촌에 위치해 시간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 정년 퇴직한 교사에게 알음알음 부탁해 맡겨야하는 처지인데다, 시간강사가 들어와도 행정업무는 맡지 않기 때문에 기존 교사들의 업무 강도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작은 학교의 경우 한 과목당 수강자 수가 적다보니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대입에 내신, 생활기록부상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중3 자녀를 둔 정모(여·47·광주시 남구 봉선동)씨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입시 전략이 복잡해지니 주변에서는 아이 입학 전부터 어떤 과목이 진학에 유리할지 따지고 있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학교별 격차가 커지니 ‘차라리 외고나 특목고가 낫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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