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이석준 교체 가닥…강호동 중앙회장 입김 속 이대훈 전 행장 물망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 제공=농협금융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 제공=농협금융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NH농협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CEO) '물갈이 인사'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3명으로 추린 회장 후보 중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이 급부상한다는 전언이다.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강 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 인사권 키를 쥐고 이성희 전 중앙회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는 평을 내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에 이 전 행장이 물망에 올랐다. 1차 후보군 10명에서 최종 3명으로 추려진 상황에서 이 전 행장과 현직 내부 인사 2명으로 좁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이 농협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농협 인사 관례에 따라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을 텐데 내부자 두 분이 밝혀지면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전 행장이 급부상한 이유로 그의 출신지를 주목한다. 경기도 포천 출신의 이 전 행장이 경남 합천 출신의 강 회장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강 회장 입장에서 동향의 인사를 핵심 그룹 회장에 앉힌기에 부담이 따른다는 시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회장이 영남 출신을 앉히고 싶어도 못 앉히는 게 현재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강 회장에 대한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호남 출신을 앉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기 출신인 이 전 행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농협 내부에서는 강 회장을 둘러싼 불만 기류가 이미 팽배한 것으로 감지된다. 노조를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중앙회장은 농정 활동에 대해서만 대표권이 있는데, 강 회장은 중앙회부터 계열사 전부까지 모두 쥐락펴락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A 의원도 "농협 자회사 CEO 인선에 강 회장 입김 영향이 있다"며 "현재 노조하고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강 회장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강력한 인사권은 농협의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금융계열사)'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기인한다. 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다시 농협금융이 농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식이다. [관련 기사 : 농협금융 이석준‧이석용 연임 불투명…"강호동 중앙회장 '입김' 결정적"]

이외에도 이 전 행장이 현직에 있을 당시 시현한 실적을 두고도 호평이 나온다. 중앙회 상호금융 대표를 거친 이 전 행장이 중앙회와 소통에 능한 동시에 행장 시절, 순이익 2배 성장 등 경영 능력도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전 행장은 1985년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2004년 농협은행 경기도청출장소 소장, 서수원지점장직을 맡았다. 2012년 프로젝트금융부장, 2014년 경기영업본부장 그리고 2016년에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7년 12월 제4대 농협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 행장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 이례적인 3연임 성공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행장 취임 이후 농협은행 순이익은 2017년 3분기 5109억원에서 2019년 3분기 1조1894억원으로 2년 새 132.8%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27%p, 5.13%p씩 올랐고, 연체율 및 민원 건수 개선 등 우수한 경영 능력으로 평가됐다.

한편 이 전 행장을 겨냥한 노조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태다. '올드보이' 인사를 반대한다는 반응인데, 노조 측은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는 없다"면서 "다만 부적격자들, 올드보이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고 사측에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전 행장에 대한 소식은 내부에서 어떤 소식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임추위에서 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협동조합으로 시작된 곳이다 보니 타 금융사에 비해 비밀스럽다"며 "사외이사도 경제 전문가보다는 법률 전문가가 포진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조언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