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머니피치’에서는 각 팀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팀의 결정적 순간은 대부분 우승의 순간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다양한 이야기를 얽히고설키게 한다고 해도 식상한 소재의 나열에 그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단순히 팀의 결정적 순간만이 아닌 선수나 지도자, 그리고 관계자의 모멘텀이 된 순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마구, 상대 타자를 현혹하는 공을 뜻한다. 애초 이 단어는 만화의 세계에서 나왔다. 그런 만큼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변화구를 뜻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투수의 공이든 물리법칙과 동떨어진 변화를 보일 수는 없다. 다만 타자의 눈을 현혹하며 헛스윙 등을 끌어내는 공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 대표적인 구종이 포크볼이다.
속구처럼 날아오다가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가른다. 포크볼이 위력적인 데는 누구나 생각하듯 공의 낙폭이 중요하다. 다만 야구는 체조 등과 달리 상대와 겨루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상대인 타자를 속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낙폭보다 얼마큼 속구처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된다.
포크볼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회전’에 있다. 투수의 손끝을 떠난 포크볼은 무회전에 가까운 상태로 18.44m를 날아간다. 이것은 공의 회전으로 발생하는 마그너스 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다른 공과 달리 중력의 작용에 그대로 따른다.
공의 회전은 그 궤도에 영향을 준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은 백스핀이 걸리므로, 중력을 거스르는 힘, 즉 양력이 더해져 될 수 있는 한 지구로 끌려 들어가지 않은 채 똑바로 날아가려고 한다. 이와는 달리 중력의 힘을 그대로 수용하는 포크볼은 지면으로 떨어진다. 즉, 포크볼은 아래로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아도, 공의 회전이 거의 없으면 저절로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 구종이다.
또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공은 중력에 저항하려고 해, 바로 떨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공이 떨어지는 순간을 늦춰, 타자가 포크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한다. 결국, 포크볼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더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다. 또한, 무회전과 빠른 팔 스윙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무회전’이 포크볼의 생명선인 동시에 함정이 되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팔 스윙과 공을 던지는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그 궤도가 속구와 똑같다고 해도, 타자는 공의 회전이 속구와 다른 것을 보고 포크볼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포크볼은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서 볼존으로 떨어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종이다. 그런데 타자가 포크볼인 것을 알면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이것에 대한 투수들의 해답은 무엇일까? 미·일 통산 381세이브를 올린 사사키 가즈히로는 ‘무회전’을 버리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포크볼의 기본은 실밥을 잡지 않는 그립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타자가 포크볼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린다. 회전을 줘서 속구와 같은 회전을 하게끔 하는 게 내 포크볼의 비법이다.”
즉, 사사키는 최고 42cm의 ‘낙차’ 큰 포크볼을 버리고, 속구와 같은 공에서 떨어지는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흔히 마구라면 하면, 엄청난 변화가 있는 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상대가 있는 경기다. 상대가 그 공이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알아서는 마구와 같은 낙차도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낙차는 적더라도 타자가 무슨 공인지를 알 수 없게끔 하는 것이 그 공을 더 위력적으로 만든다. 결국, 투수와 타자와의 승부는 타이밍 싸움이라는 말이 포크볼에도 딱 적용되는 것이다.
포크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투수는 여럿 있다. ‘머니피치’에서는 우선 두산 정재훈 투수 코치를 만나봤다. 정 코치는 현역 시절, 포크볼을 주 무기로 삼아 통산 555경기에 나와 35승 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한화 정우람과 함께 세이브왕과 홀드왕을 거머쥔 적이 있는 유이한 기록도 세웠다.
내가 포크볼을 처음 던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다. 휘문고 시절에는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런데 제대로 구사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내 팔 스윙과는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성균관대에 입학한 뒤, 포크볼을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학년 때까지는 포크볼만 던지면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왜냐하면, 속구랑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포크볼이 속구 궤도로 날아오다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붕 떴다가 떨어지니까 타자 배트에 다 걸려들었다. 투 스트라이크 후에 던지는 족족 커트당한 거다. 여기에 공의 움직임을 내가 조절도 못 하겠더라. 포크볼의 기본 그립은 잘 알다시피 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쪽으로 던지든 어디로 움직일지 조절이 안 됐다.
그때는 지금처럼 야구에 관한 전문적인 서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프로에서도 포크볼을 던지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즉,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독학으로 포크볼을 내 것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려움은 그다지 못 느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면 이것이 좋거나 안 좋고, 저렇게 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다든지 그런 정보가 없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니까 이런 면이 좋다는 것만 느꼈으니까.
변화구는 ‘속구처럼’이 중요
그러다가 대학 3학년 때부터 포크볼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속구를 던질 때 잡은 그립, 즉 포심 그립에서 그냥 벌려서 잡은 점이다. 그렇게 던지니까 공의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일단 내가 조절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볼존으로 떨어뜨리거나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게 됐고, 또 바깥쪽이나 몸쪽 다 내가 의도한 대로 던질 수 있었다.
둘째는, 2학년 때까지랑 3학년 때부터랑은 투구폼이 달라진 점이다. 2학년 때까지는 투구폼이 되게 와일드했다. 제구는 신경 안 쓰고 힘껏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가 팔꿈치를 다친 뒤, 3학년 때부터는 그렇게 던지지를 못하게 됐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내가 찾은 폼이 꼿꼿이 서서 위에서 아래로 던진다는 느낌의 다소 얌전한 투구폼이다. 근데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이 폼으로 던지니까 포크볼의 각도가 좋아지며, 위력도 더 좋아졌다.

그러면서 나도 어디에 투수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그때는 정말 1회부터 9회까지 던지면 노히터를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내 공에 자신이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뜨리면 다 헛스윙이었다. 이것은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땅바닥에 내리꽂는 데도 타자의 배트가 나온 것은 속구로 오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포크볼만이 아니라 모든 변화구가 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구처럼 오다가 변화해야 타자가 속는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속구와 다르면 한두 번은 속을지 몰라도 그다음부터는 속지 않는다. 타자는 바보가 아니니까.
자기 ‘라인’을 아는 것에서 시작
나는 항상 후배들에게 “자기가 던진 공을 꼭 챙겨봐라”라고 말해준다. 비디오 등을 보고 공이 가는 ‘라인’을 항상 머릿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라고 조언한다. 똑같은 바깥쪽 속구라고 해도 선수마다 ‘라인’이 있다. 몸쪽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속구 라인을 알고 나서, 그 라인에서 변화하는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속구처럼 오다가 변화하는 변화구야말로 좋은 변화구다. 엄청나게 떨어지거나 크게 휘어도 속구와 처음부터 차이가 나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경기에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변화구는 아니다.
물론, 나도 변화구로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을 던지는데, 커브는 분명히 속구 라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커브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던지지 않는다. 커트되는 등 배트에 맞아나가기 때문이다. 단지, 이른 볼카운트에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때, 던진다. 빠른 공을 던지는 데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데 공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변화구가 속구 라인에서 떨어지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위협적인 변화구를 던져도 속구 라인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방망이에 맞거나 타자의 배트는 나오지 않는다. 즉, 커트되거나 볼이 돼 투구 수가 늘어나고, 그러다가 힘이 떨어지면 얻어맞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 타자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 라인을 알아야 한다. 볼링을 할 때처럼 그 라인으로 굴리면 거기로 가듯이 그 라인을 보고 던지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포크볼은 아무래도 가장 속구처럼 보이는 변화구인 것 같다. 타자의 눈에는. 그래서 땅에 원 바운드되는 어이없는 공에도 헛스윙하는 것이고.

포크볼을 던질 때의 느낌은, 속구가 때린다는 느낌이라면 포크볼은 공중에서 뺀다는 느낌으로 이미지 트레이닝과 투구 연습을 해왔다. 포크볼은 던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손을 싹 뺀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또 포크볼이 한창 좋을 때는 속구와 릴리스 포인트가 거의 같았다. 그런데 팔 스윙이 느려졌을 때는 나쁜 습관도 생긴다. 속구는 이렇게 던지면서, 포크볼은 변화가 있어야지 안 맞는다고 생각해 자꾸 속구와 다른 포인트에서 던지려고 한다. 속구랑 똑같은 포인트에서 던져야 타자가 속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즉, 머리는 아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거다. 왜냐하면, 불안하니까. 포크볼을 변화구로 생각해 그립도 다양하게 잡고 릴리스 포인트에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게 오히려 포크볼의 위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악순환인 셈이다. 포크볼은 속구처럼, 이것이 포크볼의 철칙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포크볼을 많이 던지면 힘이 떨어져서 구속이 감소하거나 부상을 당하기 쉽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포크볼을 던지려면 강한 악력 등이 필요하므로 손목 운동과 악력기를 사용한 연습에 힘을 쏟고 있지만, 큰 부작용은 없다. 애초 나는 빠른 공 투수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단, 이틀 연속 연투하거나 하면 집게손가락이 부어올라 아파서 젓가락을 잡기도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려면, 그만큼 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도, 동료도, 팬도, 다들 알아도 던지는 게 중요
만약 내가 포크볼을 안 던졌으면 정재훈이란 투수가 있었을까. 포크볼은 나에게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공이다. 대학 시절 내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두산에 처음 입단했을 때 투수들이 쫙 서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내가 저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저 가운데 누군가를 이기고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랑 시범경기를 거치며 포크볼을 의식해 타자가 내 속구에 타이밍이 늦는 것을 보고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포크볼이 안 좋을 때도 상대 타자는 물론, 벤치도 모든 신경이 포크볼에만 쏠린다. 그러면 타자는 속구와 포크볼, 양쪽을 다 대처하기 위해 그 중간 타이밍으로 기다린다. 마운드에 서 있으면 그게 보인다. 그럴 때 슬라이더를 던지면 대부분 타자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니면, 타자가 포크볼을 노리고 있을 때는, 거꾸로 속구를 던진다. 그러면 타자는 빠른 공이 아닌데도 더 빠르게 느낀다. 그런 것을 역이용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것도 내가 포크볼을 던지니까 얻는 이득이었다.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좋다는 말처럼 포크볼도 던지지 않고, 타자가 그것을 의식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이길 수 있게 된다.
또 이런 것도 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항상 내 주 무기는 속구라고 말한다.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포크볼을 많이 던지면 마음이 위축된다. 내가 변화구 투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물론, 볼 배합에 따라서는 한 타자에게 포크볼 4개를 잇달아 던질 수도 있지만, 너무 남발하면 상대에게 노출될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위축되는 것이 있다. 포크볼은 기본적으로 결정구로만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우리 팀은 물론, 상대 팀과 관중도 다 느낀다. 포크볼을 던지리라는 것을. 예전에 앞의 투수가 투 스트라이크를 잘 잡은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님이 나를 마운드에 올리더라. 이것은 누가 봐도 알 것 아닌가. 포크볼을 던질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그 상황에서 포크볼을 던져야만 한다. 그것이 내 역할이니까. 내가 무엇을 던질지 누구나 다 아는 상황에서 던져야 하는 비애, 그런 것을 느낄 때도 있다.
포크볼을 잘 던지는 요령은, 선수들이 자주 묻는다. “그립은 어떻게 잡느냐?”, “어떻게 던지느냐?”라고. 그럴 때마다 가르쳐주지만, 이것은 가르쳐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에게 그 그립 등을 배웠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 내 팔 스윙과 내 공 각도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내 포크볼만 해도 다양하다. 헛스윙을 유도할 때는 좀 더 깊이 잡는다든지, 볼카운트가 불리해서 파울이나 범타를 유도할 때는 양 손가락을 더 좁게 잡는다든지, 또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한쪽 손가락만 실밥에 걸리게끔 해서 슬라이더성으로 던진다든지, 상황과 타자에 따라 그립 등을 바꾸어서 던진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다가 보니까 습득한 것이다.
결국, 자기 것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포크볼을 통해 배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