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미술인들 ‘안전한 노동 현장’ 기원한다

박태규 작 ‘불꽃202411’

영·호남 미술인들이 안전한 노동 현장을 기원하기 위한 전시를 광주에서 열고 있다.

(사)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회장 김병택, 이하 광주민미협)는 ‘민주 인권 평화-같이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한 특별전을 지난 23일 개막, 오는 12월 20일까지 광주 소촌아트팩토리에서 갖는다.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노동미술2024’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지난해 부산과의 교류전에 이어 올해는 (사)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대표 윤은숙, 이하 울산민미협)와 함께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광주정신이 지향하는 공동체 정신의 가치와 대동세상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더하는 교류전으로 지난 1년 동안 준비해 왔다. 영·호남 작가 26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39명(팀)을 초청한 이번 전시는 노동을 예술로 사유한 미술 작품이 총망라됐다.

타이틀인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노동미술2024’는 본래의 의미뿐 아니라 현실과 다른 역설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원래 노동은 안전해야 하지만 사회구조가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노동조건이 악화일로를 걸어온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이같은 노동환경의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 세태를 직시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작품들을 출품했다. 예술로 노동현장의 안전을 말하는 전시로 이해하면 된다.

<@1><@2><@3>이번 전시는 소촌공단 한 가운데에 위치한 소촌아트팩토리의 설립취지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장소적 의미가 더해져 야외마당과 전시장 곳곳에서 노동자를 중심에 둔 사회참여 메시지를 녹여낸 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주요 작품으로 박은태 작가의 ‘노동산수도1’과 대구의 뜨개질연대 프로젝트의 ‘같이 뜨개더’, 박보나의 ‘1967-2015’ 등이 꼽힌다.

먼저 박은태 작가의 ‘노동산수도1’은 포스터의 배경으로 담겨있기도 하지만 작품에는 안전모를 쓴 한 남성 노동자가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노동자의 발밑으로부터 개울과 바위를 타고 여러 가닥의 전선이 지나고 있는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노동현장을 반추하고 있다. 익숙한 휴식의 풍경이 위험한 사고 직전의 풍경처럼 보이게 하는 이 그림은 여전히 위험한 노동 현장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어 대구의 ‘같이 뜨개더 프로젝트’는 2년째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중인 한국옵티컬의 노동현장을 박정혜, 소현숙과 루치아, 최지혜, 김미련 작가 등이 함께 뜨개질로 연대와 치유를 표현한 예술 프로그램인데 여성들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동체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상징적 행위로 연결한 뜨개작품과 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박보나 작가의 ‘1967-2015’는 미디어 작품으로 영화 노동자 폴리아티스트 이충규씨가 1967년 구봉광산 붕괴사고에서 매몰됐던 광부 김창선씨의 구출과정을 6개의 작은 단위의 소리로 구현하고 있다. 이 미디어작품 외에도 백보림·성백·오민수 작가의 영상작품과 박경렬 작가의 3D영상작품 ‘지금 다시, 전태일 정신’ 등 다채로운 미디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4><@5><@6>무엇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야외공간에 있는 울산설치류파견미술팀 ‘로컬포스트&친구들’의 3m 높이의 거대한 설치 작품이 눈에 띈다. ‘파견미술팀’은 현장에 스스로를 파견시켜, 시각적 언어로 농성현장의 상징물을 만들어 그 상황을 알리고, 함께 집단창작을 하거나, 숨 막히는 현장을 아름답게 수놓기도 하는 작가들로 이번 전시에는 기륭전자, 삼성반도체, 태안발전소 김용균 등의 대형 설치물 등을 출품했다.

이밖에 노동과 오월의 불꽃을 그린 박태규 작가의 ‘불꽃202411’과 울산의 윤은숙·이루·김병학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생과 사의 유연’ 등 노동의 위기와 위험을 담은 총 39명(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참여작가로는 강공지 고가연 김경화 김규표 김나영 김미련 김병학 김영아 나규환 노주일 문서현 박경열 박보나 박성완 박영균 박은태 박태규 배성희 백보림 서수경 서원 성백 성효숙 소정 손향옥 송주웅 신미란 신민 안중돈 오민수 윤엽 윤은숙 이루 이선일 전미영 전진경 정봉진 최대주 홍진훤 황종모, 울산설치류 파견미술팀 ‘로컬포스트&친구들’ 등이다.

김병택 회장은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나타난 민주, 인권, 평화와 관련한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어 뜻깊다”라면서 “아울러 올해 출품작들은 노동의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노동존중 세상을 향한 대한민국의 미래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소촌아트팩토리에서 1차 전시를 한 뒤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12월 24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울산노동역사관에서 순회전시가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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