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배민·쿠팡이츠의 '난타전'…'상생'은 뒷전

정혜인 2024. 10. 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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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배달 수수료·최혜 대우' 논란 확대
입장자료 내놓으며 잇따라 장외 경쟁
여론 악화에 '책임 떠넘기기'에만 집중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료배달 수수료·배달비를 놓고 갈등을 빚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업주에 대한 '최혜 대우' 요구까지 도마에 올랐는데요. 배달 수수료 논란이 음식 물가로 번지면서 여론이 돌아선 데다, 국정감사 등 정치권 이슈로까지 떠오르자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혜 대우 요구 하긴 했는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9일 뉴스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배민클럽'을 도입하면서 음식 가격,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하게 하도록 업주들에게 강요했다는, 이른바 최혜 대우 요구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배달의민족이 해명을 내놓은 겁니다.

배달의민족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업주들에게 최혜 대우 요구를 했다는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최혜 대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관련해 '경쟁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쿠팡이츠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달의민족 입장문의 첫번째 항목은 "업주에 대한 최혜 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먼저 식당업주들에게 최혜 대우 요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배달의민족은 "(경쟁사의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해)관계 당국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사는 올해 5월 배민클럽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두 배달앱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배달의민족도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기 위해 같은 요구를 고려해야 했다는 겁니다.쟤가 먼저 했다

또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이 개별 업주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직접 변경하는 사례가 있는 경쟁사와 달리 순수히 혜택 및 정보 제공 방식의 대응이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쿠팡이츠와 달리 최혜 대우 요구의 강제성이 덜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 때문에 고객들마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내놨는데요. 배달의민족은 "경쟁사 대비 3%포인트 낮은 중개이용료를 적용한 만큼 업주들이 이를 메뉴가격 인하, 배달비 인하, 할인 등 고객 대상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경쟁사 최혜 대우 요구로 이를 차단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배민1플러스의 수수료는 지난 7월 인상 이전까지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6.8%였지만 쿠팡이츠 탓에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요약하자면 쿠팡이츠가 먼저 최혜 대우 요구를 하면서 업주와 고객이 피해를 입었고, 배달의민족 역시 경쟁을 위해서는 최혜 대우 요구를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쿠팡이츠가 업주들에게 배달팁, 리뷰 이벤트 서비스, 음식 가격 등을 배달의민족 수준으로 혹은 그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심심찮게 들립니다. 실제로 올해 초에도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와 비슷한 문제로 충돌한 바 있는데요.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이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출시할 당시의 일입니다. 이후 배달의민족 내에서 고객 부담 배달팁이 낮아진 식당들이 생겼는데, 이 중 일부 식당들이 쿠팡이츠로부터 와우할인 혜택 대상 가게에서 제외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와우할인은 쿠팡 와우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을 해주는 혜택을 말하는데요. 와우할인 식당이 아니면 주문 수가 급감한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당시 배달의민족은 업주 대상 공지사항을 통해 "쿠팡이츠 와우할인 대상에서 비자발적으로 제외되신 사장님들에게 광고비와 고객 쿠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정 업체만의 문제?

사실 배달의민족과 쿠팔이츠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최혜 대우 논란이 벌어지기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이미 한 차례 공방을 벌인 바 있습니다. 쿠팡이츠가 먼저 배달의민족 무료배달 배달비를 문제 삼으면서입니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25일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참고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이날은 정부 주도로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접업체 상생협의체'의 5차 회의가 열렸던 날입니다. 5차 회의를 앞두고 '이중가격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던 상황이죠. 이중가격제란, 일부 식당이 최근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의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일부 프랜차이즈들이 이중가격제의 원인으로 배달앱 수수료 인상을 지목하고 있는데요.

쿠팡이츠는 이 문제가 배달앱 전반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라고 주장하기 위해 이 설명자료를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경쟁사와의 배달비, 수수료 등을 비교한 표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쟁사는 당연히 배달의민족입니다.

유리한 내용으로 짜깁기

문제는 이 표의 내용이 배달의민족의 여러 요금제를 섞어 놨던 탓에 사실과 다소 달랐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료배달비 부담 주체'입니다. 쿠팡은 무료배달 배달비를 쿠팡이츠가 부담하지만 경쟁사는 업주가 부담한다고 적었습니다. 배달의민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든 셈입니다. 물론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가게배달 대상'이라고 적혀있긴 했지만 한눈에 들어오진 않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배달의민족 무료배달은 요금제에 따라 배달비 부담 주체가 다릅니다. 쿠팡이츠와 같은 배민 자체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는 배달팁을 배민이 부담합니다. 배달의민족 가게배달은 업주가 배달비를 부담하지만 현재 배달의민족에서 건당 2000원씩 지원 중입니다.

/ 자료=각 사

배달의민족은 발끈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설명자료를 내놓고 쿠팡이츠에게 반격을 가했는데요.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에게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배달의민족이 이때 내놓은 표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무료배달만 놓고 쿠팡이츠와 비교하는 내용의 표를 새로 만들었는데요. 그렇다보니 배달의민족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포장 수수료에 대한 내용이 빠졌습니다. 포장 수수료는 쿠팡에서 무료인 반면 배달의민족에서 유료입니다.

대신 양사 멤버십 요금을 비교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자사에 더 유리한 내용을 더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소비자 관점에서 배달의민족 멤버십(배민클럽)과 쿠팡 와우 멤버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상생은 언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배달앱 1·2위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배달앱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게 아니라 '장외'에서 서로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데요. 쿠팡이츠가 난데없이 무료배달을 두고 배달의민족을 저격한 것도, 배달의민족이 공정위 조사를 받자 쿠팡이츠를 걸고 넘어진 것도 모두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서로를 공격하는 건지도 의문이죠.

다만 한 가지 가능한 추측은 현재 여론이 상당히 악화하면서 정치권까지 배달앱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민1플러스' 수수료를 인상한 지난 7월부터 배달앱 수수료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업주들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고, 소비자들도 배달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데 이어 상생협의체까지 출범하며 배달앱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게다가 지금은 국감이 코앞입니다. 피터 반 얀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증인 명단에 올랐습니다. 쿠팡이츠는 강한승 쿠팡 대표가 산자위에 출석하긴 하지만 배달앱 이슈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 다소 부담은 덜한 상황입니다.

이렇듯 현재 배달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만큼 두 회사는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면 최소한 자신이 질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두 회사는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상생협의체에서 함께 배달앱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생협의체는 출범 2개월이 지나도록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달 안에 반드시 합의된 상생안을 내놔야하는데 배달앱 1·2위가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도움이 되진 않겠죠. 두 회사가 지금처럼 눈살 찌푸려지는 장외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건전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앞서주길 바라봅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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