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00달러 미만의 소액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세금 면제 제도를 전면 폐지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29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부터 800달러 미만의 상품에 대한 소액면세제도(de minimis)를 전 세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월 중국과 홍콩발 제품에 대해 이 조항을 폐지한데 이어 이날부터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당초 이 제도는 2027년 7월 종료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조기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는 이 제도를 “재앙적인 허점”이라 부르며 관세 회피와 같은 “불법적이거나 시장 이하 수준의 제품” 유입에 이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종료돼서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일부 국가 우체국은 시스템 업데이트 등을 위해 미국에 대한 발송을 일시 중단했다. 물류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대기업부터 소규모 기업까지 단순한 공급망 재편을 넘어 사업 모델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수익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미국 기업들도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EY글로벌의 린리 브라운 무역 부문 파트너는 “이 규칙의 종료는 글로벌 차원에서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재무적 파급 효과, 운영상 파급 효과, 그리고 규정 준수 문제까지 모두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쉬인이나 테무 같은 기업뿐 아니라 기존에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던 기업들의 운영 모델에도 큰 변화를 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이미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에 노출돼있는 가운데 이 제도 폐지로 여러 수입품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이 제도 폐지로 미국 소비자들이 최소 109억달러, 가구당 약 136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액면세제도의 사용량은 지난 2015년 1억3400만건에서 지난해 13억6000만건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쉬인과 테무가 이를 적극 활용했다. 두 기업은 미국으로 발송된 소액면세제도 화물의 30% 이상,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미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소액면세제도 적용을 받는 화물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출발했지만 소포 대해 제출해야 하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출처와 상품 유형 등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이 제도가 과도하게 악용됐고 세관 당국이 불법적이거나 또는 안전하지 않은 화물을 차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제도 때문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이, 트럼프는 펜타닐 등 합성오피오이드가 미국으로 반입됐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가 화물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대부분 약 200달러의 소규모 소포에 적용된다. 미국의 경우 기존에는 200달러였으나 2016년 무역촉진(TFTEA) 통과 후 800달러로 상향됐다. 브라운은 “법 의도는 좋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되면서 사실상 모든 물건이 들어와도 된다는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캐나다와 멕시코 등 관세 유예가 가능한 곳에 보세창고를 세우고 대량의 상품을 수입한 뒤 고객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미국에 배송하는 구조로 공급망을 전면 개편했다. 그러나 제도 폐지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공급망 구조를 다시 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쉬인과 테무는 최근 미국 내 물류 창고를 확장하고 가격을 인상하며 사업 모델을 조정하고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사업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KPMG의 이리나 바이즈펠드 무역 및 관세 전문가는 “기업들은 관세가 1~2년 지속되면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델링을 통해 예측한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장기 생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코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는 그동안 전체 매출의 약 13~14%가 면세 적용을 받았는데 이제는 30%의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스콧 로 태피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제도 종료로 올해 순이익이 1억6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3%의 마진 감소에 해당된다. 로는 “소액면세제도가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 기반을 활용해 비용 절감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룰루레몬 또한 소액면세제도를 활용해 왔는데 제도 종료로 주당순이익(EPS)에 0.9~1.1달러의 부담이 예상된다.
특히 엣시, 이베이, 쇼피파이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지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그동안 해외 판매자로부터 무관세로 상품을 구매했지만 앞으로는 비용 부담과 제품 선택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엣시와 이베이 등은 제도 폐지 전 공청회에서 유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엣시의 제프리 주브리키 정책 담당자는 “소규모의 미국 판매자에게 불균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변경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조치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이나 배송 지연을 이유로 대규모 유통업체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 5월 중국과 홍콩발 소액면세제도 종료 후에도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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