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오컬트의 새로운 이정표, 이 영화가 제대로 세워버렸다

▲ 영화 <파묘> ⓒ (주)쇼박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62] <파묘> (Exhuma,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글에 앞서서 <파묘>를 '오컬트'라고 부르는 곳이 많은데, "'오컬트'는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넓은 의미에서 '오컬트'는 인간의 이성, 그러니까 물질과학으로는 규명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이론적인 오컬트는 여타 학문처럼 어느 정도의 이론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점성술, 관상, 사주, 풍수지리, 타로, 음양오행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컬트 장르' 영화는 바로 이런 "초현실적인 일이 발생"하는 영화들을 일컬어볼 수 있는데, 영화의 역사에서 '오컬트'는 늘 함께했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악마의 성>(1896년) 같은 3분짜리 영화부터, <엑소시스트>(1973년)의 전 세계적 흥행, 그리고 블록버스터로 진화한 <고스트버스터즈>(1984년)까지, 과학이 발전해도 '오컬트'는 늘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 이야기할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경찰 중심의 수사 영화나,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형태의 작품이 연이어 나오며 관객들이 "물린다"라는 말을 꺼낼 무렵, 다소 '마니아'들을 위한 소재이기도 한 '오컬트' 장르를 통해 신선함을 준 <검은 사제들>(2015년)로 데뷔했다.

그는 <검은 사제들>의 성공에만 취하지 않았는데, '엑소시즘'을 전면에 내세운 <엑소시스트>(1973년)를 훌륭히 한국적으로 변주했다면, <사바하>(2019년)는 '로버트 랭던'이 활약한 론 하워드 감독의 <다빈치 코드>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장르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있는데, 철저한 사전 조사와 이를 검증하기 위한 취재 작업이다.

<사바하>는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은 한국의 다양한 종교 형태를 훌륭히 보여주며,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새로운 빌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6개의 챕터로 관객을 인도하는 <파묘>는 각 챕터의 제목부터 장재현 감독이 오랜 준비를 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은 우주 만물의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기운으로 이원적 대립 관계를 나타내는 '음양오행'.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챕터는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을 지닌 무당 '화림'(김고은)이 '화림'을 스승으로 모시는 젊은 남자 무당 '봉길'(이도현)과 함께 LA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타고난 부자인 '박지용'(김재철)은 집안에 기이한 병이 3대째 대물림되고 있는데, 갓 태어난 자식만큼은 지켜내기 위해서 '화림'에게 거액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화림'은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상덕'이 명당을 찾으면 파묘의 관을 깔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맡는 베테랑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만나, '지용'의 상황을 소개한다.

두 번째 챕터인 '이름 없는 묘'는 회전하는 카메라로 터널을 빠져나가는 '상덕' 일행의 모습을 잡아주면서 문을 연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묘, 주변에 돌아다니는 여우의 모습, 그리고 흙의 맛을 통해 '상덕'은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이장을 거절한다.

잘못 이장하면 모두가 '줄초상'이라는 말은 덤.

하지만 기이한 병이 자식에게까지 유전됐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의뢰인의 진심 어린 호소와 결혼을 앞둔 카이스트 출신의 딸을 생각하며, '상덕'은 이장을 결심한다.

'화림'이 '대살굿'(영화를 위해 창작한 단어로, 돼지나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타살굿'의 형태와 비슷하다)을 하면 그래도 나을 것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모든 이장 과정은 불안함이 엄습했고, 그리고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파묘>는 이후 기이한 사건들이 '파면 팔수록' 나오면서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는다.

장재현 감독의 말마따나 <파묘>는 깊이 있는 서사를 지닌 <사바하>와 캐릭터 위주의 볼거리를 담아낸 <검은 사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영화다.

장 감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했으며,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쳐 작품이 불균질하게 튀어 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인공들처럼, 영화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활약을 강조한다.

이제 더는 명당이 없다고 땅과 관련한 다른 일을 시작한 풍수사, 대통령 염까지 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장의사,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시대에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MZ 무당들, 그리고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성 무당들까지,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치고 빠지는' 팀플레이를 통해 장르적 재미를 끌어 올린다.

한편, 주인공 '상덕'은 1장에서 사람은 죽어서 흙이 되고, 다시 태어나는 돌고 도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상덕'을 맡은 최민식의 과거 캐릭터들이 문득 떠올려졌다.

<명량>(2014년)에서 조선의 바다를 수호한 '이순신', <대호>(2015년)에서 '산군' 호랑이와 함께 살아간 명포수 '천만덕'이 환생하면 '상덕'이 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

영화는 후반부부터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게 하는 아이템을 꺼내는데, '상덕'은 그 아이템을 정리해야만 현재와 후손들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외친다.

순간적으로 클라이맥스가 '한일전'이 되는 느낌을 받아 당황할 관객도 있겠으나, 장재현 감독은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은데, 이를 파묘하고 싶었다"라고 기자 간담회에서 이야기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오컬트 장르'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진한 뚝심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졌다.

분명한 점이 있다면, 장재현 감독은 K-오컬트의 새로운 이정표를 <파묘>로 단단히 세웠다는 것이다.

2024/02/20 메가박스 코엑스

파묘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평점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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