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너도나도 프리미엄을 외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건 기존 브랜드건 신차나 사업 방향성을 발표할 때마다 고급화를 주장한다.고급화 전략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제품의 전반적인 품질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소비자와는 때로 상충할 경우도 있다.
고급화 만큼 가격이 비싸지면서 합리적 가격대의 대중차를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일반 소비자가 선택할수 있는 '가성비' 좋은 대중차는 종류가 점점 줄어든다. 대중 브랜드지만 프리미엄 차량은 시작 가격이 턱없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제시스 등을 이런 고급 브랜드로 친다면 토요타, 현대차, 닛산, 혼다, 쉐보레 등은 대중 브랜드로 분류한다.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사이에 볼보가 위치한다.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브랜드 차별화에 열중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를 국산차보다 위급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산차 제조사의 기술력, 디자인, 품질, 가격 등 수입차가 한급 위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20년 이후에는 수입차라고해서 국산차보다 고급차로 여기는 경향은 거의 없어졌다.
수입차는 수입 원가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 그리고 수입사 마진이 추가되면서 본국보다 10~20% 비싸진다. 수입차는 프리미엄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최근 가격 파괴도 일어나고 있다. 국산차 브랜드가 글로벌 호평을 받으면서 국산차가 일부 수입차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산차 브랜드가 수입차 이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파생 문제도 등장한다. 가장 큰 문제는 동급 수입차와 견줄만큼 높아진 가격을 꼽을수 있다. 예를 들자면 현대차 그랜저와 싼타페의 경우 동급 수입 모델과 격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현재 구매 할수있는 경차를 제외한 가장 저렴한 2천만원대 국산차로는 현대 아반떼, 기아 K3,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KGM 티볼리, 르노코리아 아르카나(XM3)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91.4%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런칭해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 모델도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점점 가격이 비싸지는 '고가차'가 속속 등장한다.

르노코리아 역시 사명을 변경하고 엠블럼을 변경하면서 새로운 수입 모델을 들여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이드 인 프랑스'를 내세우면서 준 프리미엄 위치를 노린다. 당장 내년 출시 계획인 르노 세닉 E-TECH는 니어 프리미엄에 가까운 고급 모델로 포지셔닝한다.
차량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카플레이션'은 지난 코로나19 같은 특이한 현상에서 나타났다. 인구도 감소하고 차량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중고차를 구매하거나 신차를 오래 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 2020년 이후 국내 신차 판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체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현대기아의 경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차량 가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한 것이 이유다. 국산차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차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산차, 수입차 상관없이 대중차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원재료 및 물류비 상승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 원인으로 대당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보급률이 상승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이색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외주사에 의존해야 한다. 아울러 규모의 경제에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하면서 제조사가 남길수 있는 마진률 자체가 낮은 편이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대중차 가격이 급등한다. 전 세계적인 카플레이션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격상승을 피해 갈수 없었는데다 저가 브랜드 조차 고급화를 내새우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예전과 같은 ‘가성비’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스코다와 세아트다. 합리적인 저렴한 자동차를 생산하던 두 브랜드는 고급화 전략에 따라 폭스바겐 브랜드와 가격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심지어 세아트는 쿠프라 판매 간섭을 이유로 브랜드 폐지가 결정났다. 닛산 역시 남미 같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차 브랜드 ‘닷선’을 2013년 부활시켜 저가 보급형 승용차를 생산했지만 부진 끝에 202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갈수록 강력해지는 환경규제와 안전성 확보 탓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대당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차량들의 파워트레인, 트림, 옵션 구성을 최소화한다. 이같은 카플레이션은 저렴한 자동차를 선택하려는 서민 계층의 불편을 가중 시킨다.
다행스럽게도 전기차는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점점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전기차 주원료인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 배터리 개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터리 전문 기업들도 경쟁이 심화하면서 저렴한 배터리 개발이 치열하다. 저가형 전기차가 늘어나고 대당 수익성이 개선되면 과거와 같이 소비자 친화적인 저렴한 전기차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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