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전승 상대에게 다 잡은 승부 내준 왕즈이..3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 실패

세계 2위 왕즈이(중국)가 세계 6위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에게 게임스코어 1-2(21-9 17-21 4-21)로 역전패했다. 상대전적 7전 전승이었던 선수에게 3게임을 4-21로 내주며 무너진 결과다.

세계 1위 안세영이 이미 대회를 떠난 상황에서 나온 조기 탈락이라는 점에서, 이 패배를 와르다니 개인의 이변으로만 읽으면 놓치는 지점이 있다. 안세영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선수가 준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대회 여자단식 판도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왕즈이의 최근 흐름은 이번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 준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게임스코어 1-2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어 6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는 더 이른 16강에서 한국의 심유진에게 0-2로 완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이번 일본 오픈 8강 탈락까지 더하면 최근 3개 대회에서 매번 다른 상대에게, 매번 다른 라운드에서 걸려 넘어진 셈이다.

와르다니와의 상대전적은 이날 경기 전까지 7전 전승이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서도 2-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세계랭킹은 2위와 6위로 4계단 차이에 불과해, 이번 대결 자체는 크게 이변으로 분류되지 않는 매치업이었다. 준결승에 오른 와르다니는 앞서 김가은을 꺾은 야마구치 아카네와 4강에서 맞붙는다. 이번 대회 여자단식은 세계 1~2위가 모두 4강 이전에 자취를 감춘 셈이 됐다.

문제는 안세영이라는 변수다. 세계 1위 안세영이 16강을 앞두고 발 부상으로 기권, 귀국하면서 왕즈이 입장에서는 우승 경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사라진 대진표를 받아든 셈이었다.

그럼에도 준결승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는 점은, 이번 탈락이 단순한 대진 운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으로 읽힌다. 통상 최상위 랭커에게 최대 라이벌의 공백은 우승 확률을 크게 높이는 호재로 여겨지지만, 왕즈이는 그 기회를 3게임 만에 스스로 반납한 셈이 됐다.

1게임은 왕즈이의 흐름이었다. 초반 4-1로 앞서나가며 주도권을 쥐었고, 다양한 코스 공략을 앞세워 11-5로 인터벌을 맞은 뒤 16-8까지 격차를 벌렸다.

막판 5연속 득점으로 21-9, 세트 스코어차 12점(이번 대회 왕즈이의 세트당 최다 마진)을 기록하며 손쉽게 첫 게임을 가져갔다. 경기 초반만 놓고 보면 세계 2위다운 완성도였다.

2게임부터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와르다니가 초반 5-1로 앞서갔고, 왕즈이가 8-8 동점까지 따라붙었지만 이후 범실이 겹치며 다시 점수를 내줬다.

후반 재추격에 나섰으나 승부처 집중력이 흔들리며 17-21로 게임을 내줬다(동점 이후 리드 재탈환 실패). 1게임과 달리 인터벌 이후 한 번도 앞서지 못한 채 흐름을 완전히 내준 것이 2게임의 특징이었다.

3게임은 사실상 일방적이었다. 0-7, 1-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았고, 이후에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아 2-19까지 벌어졌다.

최종 스코어는 4-21(득점률 16%대, 이번 대회 8강 경기 중 가장 낮은 세트 득점률)로 마무리됐다. 3게임 내내 왕즈이가 앞선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터벌 시점 기준으로 보면 1게임은 11-5로 앞선 채, 3게임은 1-11로 뒤진 채 맞았다는 점에서 같은 선수가 치른 경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낙차를 보였다.

이번 탈락은 와르다니의 반짝 이변이라기보다, 왕즈이가 승부처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패턴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왕즈이는 각기 다른 라운드, 각기 다른 상대에게 무너졌다.

5월 준결승에서는 야마구치에게, 6월 16강에서는 심유진에게, 이번 8강에서는 와르다니에게 패했다. 상대와 라운드가 매번 다르다는 점은 특정 선수와의 상성 문제가 아니라 본인 쪽 변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세계랭킹 격차로도 이번 결과는 설명되지 않는다. 왕즈이와 와르다니의 랭킹 차이는 4계단에 불과했지만, 3게임 스코어 차는 17점에 달했다.

여기에 2게임 8-8 동점 이후 리드를 다시 잡지 못한 것과 3게임 초반 0-7로 밀려버린 흐름은 같은 유형의 패턴, 즉 균형을 잡은 뒤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무너진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통상적인 해석은 "컨디션이 절정에 오른 와르다니에게 당한 이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왕즈이가 최근 석 달 사이 서로 다른 세 명의 선수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은 상대 요인보다 본인 쪽 변수, 이를테면 승부처 운영이나 심리적 흔들림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만든다.

이 판단이 맞다면 다음 대회에서 확인할 지표는 분명하다. 리드를 잡은 세트, 특히 인터벌 직후 구간에서 점수 차를 지켜내는지가 관건이다. 이 구간에서 다시 흔들린다면 이번 탈락은 일회성 부진이 아니라 왕즈이의 뚜렷한 약점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21-9와 4-21이 같은 선수의 같은 날 성적표라는 사실이 이번 탈락의 성격을 압축한다. 3개 대회 연속 결승 문턱에서 멈춘 왕즈이가 승부처 흐름을 지켜내는 법을 다음 대회에서는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세영의 공백이라는 호재를 다시 만났을 때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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