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매몰자들…“식량 대신 수의로 쓸 담요 보내달라”
이, 구호활동 위한 유엔 기구 접근 거부…골든타임 지나
병원도 한 곳뿐…가자 당국 “사람들, 죽을 때만 기다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한 채 수주째 폭격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 매몰된 이들을 찾기 위한 구조 활동까지 막고 있다는 유엔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수습조차 못한 시신이 늘어가는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부는 북부 주민들에게 죽음이 임박했다며 식량 대신 시신을 감쌀 담요를 보내달라고 23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가자지구 책임자인 게오르기오스 페트로풀로스는 건물 잔해에 매몰된 주민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접근을 허가해 달라는 OCHA의 요구를 이스라엘군이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가자 북부 상황이 “재앙을 넘어섰다”고 표현했다.
OCHA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집중된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선 구조 작업이 6일째 중단되며 골든타임을 넘긴 상태다. OCHA 관계자는 최근 공습으로 최소 40명이 살고 있는 건물 3채가 무너졌지만 매몰 현장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도 “3주간 끊임없는 폭격에 북부는 물과 식량, 의료 지원이 끊긴 상태”라며 “도로나 건물 잔해 아래에 시신이 방치돼 도처에서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신을 수습하거나 생존자를 구조하는 일조차 방해받고 있다”면서 “가자 북부에선 사람들이 그저 죽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도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현재 북부에는 카말 아드완 병원 한 곳만 부분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OCHA는 전했다. 그러나 이 병원조차 이틀 전 혈액이 바닥난 상태다. 응급실엔 끊임없이 환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21일 이틀간 이 병원은 200명 이상의 외상 환자를 받았고 이 가운데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초과하며 많은 부상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북부 지역 외과의사 마흐무드 알하지 아흐마드는 “병원이 대부분 문을 닫고 의료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해 길바닥에서 수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1~22일 양일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북부에서 115명이 죽고 48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국제사회에 시신을 덮을 담요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부는 병원 인근에 놓인 시신 사진을 공개하며 “요즘 날씨가 추워져 담요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병원에 시신을 감쌀 천이 부족해 담요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곧 죽임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식량과 물은 필요치 않다. 피와 상처를 가릴 수 있도록 시신을 덮을 수의를 보내 달라”고 밝혔다.
북부를 포위한 채 구호품을 끊는 이른바 ‘굶겨 죽이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스라엘군은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가자 북부에 구호트럭 진입을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이후 약 일주일간 요르단 등이 보낸 트럭 230대 분량의 구호품이 가자 북부로 이송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구호단체의 구조 활동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역에 지난 일주일간 478대의 구호트럭이 진입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하루 350대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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