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퍼지는 마약의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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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대학생 손쉽게 마약 구매…
‘잡기는 더 어렵다?’
수치가 말해주는 ‘심각성’
10대와 20대 마약 사범의 급증이 이를 주도했다. 10대 마약 사범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으며, 20대 마약 사범은 전년 대비 44.2% 늘었다. 10·20대 마약 사범이 전체에서 35.6%를 차지할 정도. 여성 마약 사범도 급증했다. 전년 대비 79.4% 증가해 전체 마약 사범 중 여성 비율이 최초로 30%대를 넘어섰다.
대학가 발칵 뒤집어놓은 마약 사건
모두 소위 ‘엘리트’가 될 이들이었다. 이들은 서울대와 고려대, 카이스트 등 수도권 주요 대학 13곳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의대와 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들어가기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생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A씨가 만든 연합 동아리에서 만나 마약을 구매하거나 유통·투약한 혐의다. 해당 동아리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캠퍼스픽’과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 차와 고급 호텔,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 등을 무료나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회원을 모았고, 동아리 회장인 A씨는 이들 중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뽑아 클럽이나 호텔 등에서 술을 마시다가 액상 대마를 권했다.
대마를 접한 회원들에게는 이후 MDMA(엑스터시), LSD, 케타민, 사일로시빈(환각버섯), 필로폰 등 환각 효과가 강한 마약을 순차적으로 투약했는데, 남성 회원들은 유흥업소 직원들을 호텔로 불러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
일선 경찰이나 검사들에게
‘마약’을 언급하면 하나같이 나오는 반응이 있다.
“진짜 심각한 수준이 됐다”는 것.
기존에는 미국 등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일부 1% 자제들의 ‘비싼 일탈’이었다면,
이제는 보통의 고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모험’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승” 군대도 마약 검사 실시
당연히 통계에서도 증가세로, 군내 마약 유입도 심각하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군내 마약 범죄로 인한 입건은 2018년 10건, 2019년 21건, 2020년 9건, 2021년 20건, 2022년 33건, 2023년 29건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반기에만 9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결국 올해 7월부터 입영 통지된 사람과 모집병 지원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마약류가 군내에 반입되는 일을 막아 안정적 병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에는 병역판정검사 또는 입영판정검사 시 문진표에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한 사람 등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마약류 검사를 실시했는데, 마약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7월 10일부터 군에 입대하는 모든 장병은 기존 5종 검사(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에 케타민을 추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돈 되면 다 하는 놈들 탓?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마약 조직은 점조직으로 윗선이 아니면 서로의 존재도 알지 못하게 운영된다. 고액 알바를 미끼로 밀수원을 모집하는데, 이들은 한 차례 비행기를 타고 태국 등 동남아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마약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한 번만 성공해도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주는데, 이렇게 들여온 마약은 한국에서 10배의 가격에 소량으로 나뉘어 유통된다.
10대 고등학생이 텔레그램으로 마약류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생 B군은 동갑내기 친구 둘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류를 도매가로 사들인 뒤 10배 웃돈을 받고 되판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군은 성인 공범(운반책)을 고용해 경찰 수사와 신분 노출을 피했는데, 이들이 마약 판매로 번 돈은 8,000만원에 달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으로 법정형이 최소 징역 10년이지만 한탕이라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 10~30대들이 홀리는 이유다. 실제로 마약 사범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천만원으로 시작해 해외에서 한 번에 500g, 1kg 정도 마약을 들여오는 데 성공하면 10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 마약을 들여오다가 적발된 C씨의 사례를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30대인 C씨는 중학교 동창 등과 함께 케타민을 태국에서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는 ‘업자’였다. 흔히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은 국내에서는 1g당 13만~17만원에 판매된다(1회분 0.05g).
하지만 이들은 한 번에 1.5kg씩 들여왔는데 1g당 2만 5,000원가량에 구입했다.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과정에서 5배 넘는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C씨 일당은 300~500g씩 비닐에 소분한 케타민을 속옷에 넣어 가져오는 방식으로 국내에 반입했는데, 보통 한 번 태국에 갈 때마다 5,0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한다. C씨는 경찰에 잡히기 전까지 10회 이상 태국을 거쳐 마약을 받았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5,000만원어치의 마약을 태국에서 구매하면 한국에서는 최소 5배 가격으로 판매된다”며 “각각의 역할에게 1,000만~2,000만원만 수익을 내줘도 총책은 수억원이 남는 장사이고, 보통 4~5회 이상 들여오다가 잡히기 때문에 다들 마약 유통을 계속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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