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분양하고 민간아파트라 읽는다"..'LH'빠진 신혼희망타운 논란
"공공성 훼손, 차별 조장 우려" 자문에도 강행
LH 빠진 채 '나인포레' '웨이브리즈' 등 브랜드 난립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성을 훼손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혼희망타운 분양 시 ‘LH’라는 이름을 제외한 개별브랜드 사용을 허용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 만족도 향상 차원이라지만 막대한 세금을 들여 민간아파트를 지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LH는 현재 공공분양·임대별로 개별 주택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일반 공공분양 아파트에는 자체 고유 브랜드인 ‘ANDANTE(안단테)’가 일괄 적용되고 있다. 공공임대 아파트는 ‘LH’라는 브랜드를 일괄 사용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분양(임대)인 신혼희망타운이다. 본래 신혼희망타운의 브랜드는 ‘LH’를 쓰거나 ‘LH+개별브랜드’(예: LH르플로랑)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에더해 LH는 지난 7월부터 입주민이 희망할 경우 ‘LH’라는 이름을 제외하고 개별브랜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 7월 이후 분양되는 신혼희망타운 중 하남감일 A7지구는 ‘비발디’, 고양지축 A1지구는 ‘나인포레’, 부산기장 A2지구는 ‘웨이브리즈’, 화성동탄 A104지구는 ‘디루체’ 등의 개별브랜드가 적용됐다.
막대한 세금들였는데, 민간아파트되는 격
개별브랜드 단독 사용을 허용하게되면 이름만 들어선 해당 아파트가 공공분양인지 민간분양인지 구분할 수 없게된다. 이는 ‘LH’가 빠졌지만 고유 브랜드인 ‘안단테’를 쓰는 일반 공공분양 아파트와도 차원이 다른 경우다.
개별브랜드 허용 배경에 대해 LH는 “민원이 많기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신혼희망타운 입주민들은 아파트 브랜드에서 ‘LH’를 빼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3~4월의 경우 “LH를 지워달라”는 민원이 두 달 새 3만9000여건 접수됐다. 최근 분양된 수도권의 한 신혼희망타운은 입주 후 입주민 투표를 통해 ‘LH+개별브랜드’였던 아파트 이름에서 아예 ‘LH’를 빼버리기도 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공분양 아파트가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는 탓에 젊은 신혼부부들은 ‘LH’라는 이름을 기피하는게 사실”이라며 “개별브랜드를 쓸 경우 아파트 가격이 보다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LH 지우기’ 하나” 비판도
이같은 개별브랜드 허용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짓는 공공주택이 갖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기존 공공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을 가져오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안단테’를 쓰는 일반 공공분양 아파트에까지 개별브랜드 허용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있다. LH가 “공공주택 품질향상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LH 지우기’에 나서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H 역시 부작용을 우려하고 사전에 법률자문까지 맡겼다. LH가 지난 6월 의뢰한 자문을 맡은 한 법무법인은 “LH의 존재 목적 내지는 공적 역할, 공공주택에 대한 인식 제고, 공공임대 입주민에 대한 낙인효과 우려 등 형평성을 고려할 때 ‘LH’를 뺀 개별브랜드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에따르면 LH는 부적절하다는 법률자문까지 받아놓고도 개별브랜드 허용을 강행한 것이 된다.
박 의원은 “LH는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으로서 ‘LH’라는 브랜드를 스스로 폐기할 것이 아니라 품질향상과 혁신 등 이미지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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