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스스로를 뛰어넘으며 최강임을 입증하다, 혼다 PCX

조회 8,2942025. 4. 2.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코로나 기간 배달 수요 급증에 힘입어 잠시 15만 대를 넘기기도 했으나 코로나가 가라앉으며 다시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0만 대를 겨우 넘기는 정도의 판매를 보였다. 옆나라 일본도 모터사이클 판매가 줄어 30만 대 정도를 기록했다고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규모가 짐작이 될 것이다.

물론 작은 시장이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이 국내에 들어와 판매되고 있다. 125cc의 소형부터 1,800cc 넘는 대형까지 배기량이나 장르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시장은 125cc 모터사이클, 그 중에서도 스쿠터 시장이다. 이 125cc가 잘 팔리는 것은 뛰어난 접근성이 가장 큰 이유로, 만 15세부터 취득할 수 있는 2종 원동기 면허나 1, 2종 자동차 면허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기 때문. 덕분에 국내 판매량의 대부분은 125cc 스쿠터가 차지하고 있고, 이를 갖고 있지 않은 브랜드는 판매량 순위 상위권에 오르지 못할 정도다.

워낙 판매량이 많은 시장인지라 이 시장을 두고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판매 1위는 명확하다. 출시 이후부터 높은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혼다의 PCX가 주인공. 2010년 처음 출시된 이후 글로벌에서 연간 약 80만 대의 판매를 이어왔으며, 국내에서도 출퇴근 등은 물론이고 배달업 종사자들에게서까지 높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판매를 이어온 덕분에 누적 판매량 15만 대를 넘겼을 정도다. 이 인기모델이 지난해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신형이 공개됐는데, 불과 두 달여 만에 국내 시장에 출시를 알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승차를 받아 무엇이 달라졌는지, 성능은 여전히 매력적인지 하나씩 살펴봤다.

과거 모델들과 전반적인 형태는 비슷하지만, 곡선과 곡면을 사용해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곡면을 줄이고 직선 사용을 늘려 스포티함을 강조한 모습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전면의 헤드램프도 X자 형태에서 아래쪽이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V자형으로 바뀌었고, 아예 주간주행등(DRL)으로 그 형태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고 있다. 후미등 역시 디자인이 바뀌어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을 구분한 형태가 채택됐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핸들바에 커버가 추가된 점인데, 승용 사용자들은 핸들 주변이 깔끔해져 반가워할 부분이지만, 배달 등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핸들바에 거치하는 것이 힘들어져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반드시 개방형이어야 한다고 느낀다면 커버를 분리하고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최근 모터사이클 계기판에 TFT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125cc 스쿠터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번 신형 PCX에는 5인치 풀컬러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덕분에 주행 관련 정보를 높은 시인성으로 전달하고 강한 햇볕 아래에서도 필요한 주행 정보를 잘 식별할수 있었다. 국내 사양에선 로드 싱크 기능이 빠져 교차로까지의 거리와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턴 바이 턴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구글 지도를 지원하지 않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좌측 핸들바에 새로운 디자인의 스위치를 통해 표시 내용은 물론이고 메뉴를 통한 차량 설정 등도 가능한데, 이전 스위치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편의기능에 이번 모델의 주요 변경점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열선 그립의 적용. 스쿠터의 신속함과 편리함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눈이 오기 전까지는 악착같이 스쿠터를 이용하게 되는데, 손이 시려 조작이 어렵다보니 사제품으로 열선 그립을 장착하거나 두꺼운 장갑 여러겹으로 추위를 버티는 각자만의 방법을 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신형에서는 혼다 정품 액세서리로 공급되는 열선 그립이 적용된 것이다. 5단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정품 액세서리답게 작동 단계를 TFT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혼다 정품인 만큼 열선 그립 역시 다른 부품과 동일하게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이렇게 출고 제품에 순정 열선 그립을 달고 동일하게 보증까지 적용해준 스쿠터가 있었던가 싶다.

시트 하단의 넉넉한 수납함은 그대로 이어져 풀페이스 헬멧까지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고, 이너카울 좌측의 글러브 박스는 용량이 1.7L로 넉넉한데다 내부에 USB-C타입 충전포트까지 갖춰져 있어 이동 중 충전이 편리하다. 다만 이동 중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고려해 이후 모델에서는 글러브 박스 커버 아래쪽으로 충전 케이블을 뽑아 이용할 수 있는 홈을 만들어준다면 소중한 스쿠터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니 좋을 듯하다. 스마트키는 이번 모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편리함을 극대화했고, 차량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경고음을 내는 도난방지 경보 기능도 갖춰져 안심이다.

일단 파워트레인은 지난 2021년 유로 4에서 유로 5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기존 2밸브 방식이던 eSP 엔진에서 새롭게 4밸브로 업그레이드된 eSP+ 엔진이 적용됐다. 배출가스 억제 등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성능을 조금 낮추는 방법을 택하는데, 혼다는 배기밸브 개수를 늘리고 ECU 설정 변경, 신형 산소센서 적용, 촉매 위치 변경, 배기 시스템 재설계 등이 이뤄진 신형 엔진으로 최고출력 12.5마력/8,750rpm, 최대토크 11.7Nm/6,500rpm의 수치를 달성하며 성능 하락 없이 새로운 환경 규제에 발맞췄다.

PCX가 처음 등장해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당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스프린터 스쿠터와는 다른 주행 질감을 보였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작고 가벼운 무게에 스포티한 성향을 강조하는 스프린터 스쿠터는 주행에서도 그런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는데, PCX는 과하지 않은 차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볍지 않은, 그러면서도 둔하지 않은 적당한 승차감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형 역시 이런 특성이 그대로 이어져 주행하는 내내 급가속하는 상황에서도 울컥거리거나 하지 않아 주행이 한결 편안하다.

운동성 역시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커브에서 차체를 기울이는 과정이 부드러워 오래간만에 타는데도 어색함 없이 빠르게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스프린터 스쿠터는 이 과정이 훨씬 민첩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너무 움직임이 가벼워 불안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 PCX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퍼스널 컴포트 살룬(Personal Comfort Saloon)’이라는 PCX의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신형에서 또 하나의 변경점은 쇼크 업소버의 업그레이드다. 기존에는 싱글 튜브 타입의 쇼크 업소버가 적용됐는데, 승차감이 준수하지만 거친 노면이나 과속 방지턱처럼 강한 충격이 전해지는 상황에서는 서스펜션이 한계에 금방 도달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리저버 탱크가 더해진 쇼크 업소버로 충격 흡수 성능을 강화했다. 주행을 막 시작하면서는 서스펜션이 꽤나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트나 핸들바로 전해져야 할 진동이 많이 줄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터사이클을 장시간 타다보면 진동 역시 적잖은 피로를 유발하는 만큼 이번 업그레이드는 비즈니스용으로 타는 라이더에게는 반가운 일이겠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디스크 방식으로, 충분히 우수한 제동력을 발휘하는데다 제동력이 일정하게 솟는 편이어서 이해가 쉽다. ABS는 앞에만 적용됐는데, 이에 대해 아쉬움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뒷바퀴는 미끄러져도 앞바퀴에 비하면 제어가 쉬운 편이라서 염려되는 부분은 아니다. 여기에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이 적용되어 미끄러운 노면에서 뒷바퀴가 헛도는 상황에서 그립력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며 안전성을 높인다.

아쉬운 부분은 높은 가격으로, 이번 신형은 29만 원 오른 472만 원으로 책정되어 어느새 500만 원을 목전에 두게 됐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부당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신형에 추가된 사양들만 생각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계기판까지 연동되는 열선 그립, 성능이 향상된 쇼크 업소버, 5인치 TFT 디스플레이 등 여러 변화점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29만 원만 오른 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 여기에 수납 공간도 넉넉하기 때문에 출퇴근 등 일상에서 이용하고자 한다면 별도의 탑케이스를 장착할 필요가 없는 점도 매력적이다. 뛰어난 내구성에 대해선 말이 필요할까. 그 누구보다 내구성에 민감할 배달 라이더들의 상당수가 PCX를 선택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신형 PCX를 시승하며 느낀 건 시장에 여러 경쟁 모델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까마득히 높은 저 위에 놓인 왕좌를 빼앗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강력했던 PCX가 여러 업그레이드를 더하며 더 강력한 모습을 갖췄기 때문. 물론 오른 가격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높은 가격에도 확실한 하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덕분에 PCX는 수년에 걸쳐 꾸준히 1위의 자리를 지켜왔다. 수많은 요소들에서 모두 앞서면서도 가격까지 낮춘 제품이 등장하면야 가능성이 있겠지만, 과연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