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안타 4볼넷. 숫자만 보면 그렇게 못 친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1점밖에 못 냈다. 12일 광주 두산전에서 KIA가 1-5로 진 경기는 선수들의 클러치 능력 탓만 하기엔 미심쩍은 장면이 너무 많았다.
팬들이 경기 내내 이범호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진 건 그냥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찬스는 만들었는데, 그 찬스를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처음부터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준수를 8번에 두고 번트를 댔다

이날 경기에서 팬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장면은 4회였다. 나성범 볼넷과 윤도현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은 상황에서 이범호 감독은 한준수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결과는 번트 실패, 2루 주자 3루 태그아웃. 이후 볼넷으로 다시 만루를 만들었지만 삼진과 2루땅볼로 끝내 무득점으로 마쳤다.

문제는 작전 하나가 아니다. 이날 두산 선발은 좌완이었고, 한준수의 올 시즌 좌투 상대 OPS는 1.513으로 팀 내 2위다. 좌투를 가장 잘 공략하는 타자 중 하나인데 8번 타순에 배치해뒀으니 찬스가 와도 타석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였다.
차라리 6번이나 7번에 뒀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더 많은 기회가 갔을 텐데, 8번에 처박아두고 막상 타석이 왔을 때는 번트를 댄 셈이다. 팬들 입장에선 두 번 열받을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기회는 넘쳤다, 살리는 법을 몰랐을 뿐

사실 찬스 자체는 경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 1회 선취점을 뽑은 직후 만루까지 만들었지만 아데를린 유격수 뜬공, 윤도현 유격수 뜬공으로 줄줄이 물러났다.

6회엔 윤도현과 한준수가 나란히 내야 뜬공을 쳤고, 7회엔 박재현의 좌중간 2루타가 나왔지만 후속타가 없었다. 8회엔 김도영 안타 이후 아데를린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출루는 됐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하필 내야 뜬공과 병살이 터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올러도 결국 흔들렸다

타선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3회 올러는 정수빈에게 3루타를 맞은 뒤 중견수 김호령의 수비 실책성 플레이까지 겹치면서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6회엔 1-2로 뒤진 1사 1·2루 상황에서 박준순에게 3점 홈런을 맞고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4월 24일 롯데전 완봉승으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던 올러가 이후 세 경기 연속 4실점 이상을 내주며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팀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이범호 감독 운용, 또 도마 위에

결국 이날 패배를 두고 팬들이 감독을 지목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좌투에 강한 한준수를 8번에 묶어두고, 막상 타석이 돌아왔을 때 번트를 시켰다는 것.
이범호 감독의 선수 기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 한 경기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는 점이 팬들을 더 지치게 만들고 있다. 비슷한 패턴의 의문부호가 시즌 내내 쌓이고 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