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협상안 넘긴 이란·트럼프는 ‘공격 중단’ 지시···일촉즉발 상황 넘겼지만 불씨 여전

최민지 기자 2026. 5. 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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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여성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내용의 그림 앞을 지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새로운 종전 협상안을 미국에 전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로 예정됐던 군사 작전을 보류하면서 양측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다만 공격이 중단된 기간이 2~3일에 불과한 데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새 제안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18일(현지시간) 협상단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날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새 협상안을 중재국 파키스탄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협상안이 “전쟁 종식과 미국 측이 취해야 할 ‘신뢰 구축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19일에는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이 새 협상안이 대이란 제재 해제와 자금 동결 해제, 해상 봉쇄 종료,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이란 인근 지역에서 미군 철수,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고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이 앞서 미국 측에 보낸 협상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하에 이란이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안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새 협상안 전달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 중단을 지시했다고 SNS에 밝혔다. 그는 “내일(19일) 예정돼 있던 이란 공격을 2~3일간 중단하기로 했다”며 “현재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일부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어떤 양보에도 열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며 협상 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대규모 공습 재개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작전 연기가 2~3일로 일시적인 데다, 이란의 협상안에 대한 만족이 아닌 역내 긴장 고조를 우려한 걸프국가들의 요청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들의 요청”을 이란 공격 계획 보류 이유로 밝혔다. 이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즉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준비를 하라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에 지시했다”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완강한 입장을 잇달아 내놨다.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이날 공식 SNS 계정을 개설하고 “호르무즈 해협 지정 구역 내 항행은 본 기관과 완전히 조율해야 하고 허가 없는 통항은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해저 광케이블을 새로운 압박 수단으로 들고나왔다. IRGC는 이날 산하 매체인 세파뉴스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광케이블에 허가제를 도입하고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며 통행료 부과 등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걸프 지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는 물론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인터넷·금융망을 겨냥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저 광케이블은 7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 해저 광케이블 사용료 부과를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연간 수억달러에 달한다고 타스님통신은 추산했다.

무력 공격을 재개할 경우 ‘전선을 넓히겠다’는 경고도 나왔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19일 “적(미국)이 다시 시온주의(이스라엘)의 함정에 빠져 이란에 새로운 공격을 감행할 만큼 어리석다면 우리는 새 장비와 방법으로 새로운 전선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나통신은 전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를 위해 최근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의 공식 엑스 계정. 엑스 갈무리

종전 협상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중재국 파키스탄의 역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자지라방송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의 긴장 심화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오만 등 다른 창구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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