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가족 195만원, 월급보다 비싸”···일본서 ‘체류 허가 수수료’ 폭탄 맞은 외국인들
영주 허가 수수료도 1만엔→20만엔 증가
외국인들 “타국서 일자리 찾을까” 고민도

“정말 힘듭니다. 도저히 무리에요”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박해를 피해 일본에 거주 중인 40대 미얀마인 남성이 기존에 일본 체류 자격 갱신을 위해 냈던 수수료는 1인당 6000엔(약 5만2202원)이었다. 2022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정주자’ 체류 자격을 가진 이 남성은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자녀 포함 가족 3명이 내야 하는 수수료는 1만8000엔이었지만 다음번 체류 자격 갱신 때는 1인당 7만5000엔씩 가족 3명이 모두 22만5000엔(약 195만7590원)을 내야한다. 월급 실수령액이 약 20만엔인 이 남성은 도쿄신문에 “월급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 25일 체류 허가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보도했다. 외국인 직원 없이 버티기 힘든 기업이나 요양시설 등에 미치는 수수료 인상의 영향은 부메랑처럼 일본인들의 생활에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25일 인상하기로 결정한 체류 자격 갱신 수수료는 기존에 허가기간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6000엔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체류 허가 기간이 3개월 이하인 외국인은 1만엔,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는 1만8000엔, 6개월 초과 1년 미만은 2만5000엔, 1년인 경우는 3만3000엔, 1년 초과 3년 미만은 4만8000엔, 3년 이상 5년 미만은 6만4000엔, 5년 이상은 7만5000엔 등으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남아시아 출신의 한 여성도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체류 허가 기간이 1년인 이 여성의 가족은 매년 갱신 수수료로 1만8000엔을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9만9000엔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월급이 13만엔 정도인 이 여성은 “지금도 빠듯하다. 이 이상 어떻게 절약하라는 건가”라며 한탄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또 영주 허가 수수료를 기존의 1만엔에서 20만엔으로 올렸다. 난민 신청자가 초기 1년간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2만4000엔에서 4만8000엔으로 늘어났다. 4인 가족이 난민 신청을 하면 1년간 모두 19만2000엔을 내야 하는 셈이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관련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일본은 면제하지 않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체류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오는 10월부터 영주자격 취득에 ‘일본인 가구의 평균 연소득 이상’이라는 소득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꾸준히 외국인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일본 거주 외국인들의 체류 자격 갱신과 영주 자격 취득 때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말 기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412만명이며 영주 자격이 있는 이를 제외한 291만명은 정기적으로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도쿄신문은 돌봄 현장은 외국인 없인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는 외국인 확보가 어려워지고, 우수한 인재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바현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4개 노인시설에서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4개국 출신 7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시설들의 요양보호 인력 가운데 3분의 1이 외국인이다. 이들 상당수는 1년마다 체류자격을 갱신해야 해 수수료가 6000엔에서 3만3000엔으로 오르게 된다. 일부 외국인 직원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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