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지배기업 총자산 80조…재계 서열 10위권
아주 드문 10대 그룹 1·2인자 동시 구속 ‘위기’
홈플러스 회생에 치명타, 지급불능 상태 빠질듯
사모펀드시장 ‘충격’…투자 실패땐 감옥행 ‘선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단순한 금융투자사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MBK가 지배주주로 있거나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총자산과 매출액 등을 합산해 하나의 대기업집단처럼 묶어 보면 자산 기준 12조원의 고려아연, 10조원의 홈플러스, 20조원의 롯데카드에 지오영, 오스템임플란트, bhc, 네파 등을 포함하면 총 70조~80조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는 국내 재계 서열 10위인 GS그룹의 80조 원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11위인 신세계 64조원이나 58조원인 한진그룹보다 많습니다.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공정위 재계 순위표에 이름이 오르지 않을 뿐 실질적인 기업 집단으로 보면 이미 대형 사모펀드 MBK나 한앤컴퍼니는 대기업 그룹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10대 그룹의 사실상 총수와 2인자에 해당하는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지금 동시 구속될 상황입니다. 그것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혐의로,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말입니다. 만약 이 기업 집단의 이름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MBK가 아니라 GS나 신세계, 한진그룹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재계 역사에서 상위 그룹의 서열 1위와 2위 최고 경영자가 동시에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 장면은 매우 드뭅니다. 아무리 혐의가 중대하더라도 통상적으로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 책임을 묻는 절차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 대해 산업계나 자본시장에서조차도 이상하리만큼 담담하게 소비됩니다. 누구도 이를 재계 10위권 대기업 총수와 2인자의 동시 구속이라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앞다퉈 이들의 구속을 촉구합니다. 그 대상이 사모펀드 MBK의 김병주와 김광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든 그들 앞에 ‘사모펀드’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금융자본의 탐욕’이라는 도식 속으로 빠르게 수렴됩니다.
GS·신세계였다면 이렇게 했을까
서울중앙지검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해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내일(1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검찰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매입채권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했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이 논리를 한층 더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영장 청구를 ‘약탈적 경영에 대한 경종’으로 규정했고, “망하기 직전의 시한폭탄을 투자자에게 팔아넘긴 행위”라고 단정했습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역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을 홈플러스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즉각 구속과 엄정 처벌을 요구합니다. 국민연금 손실과 민생 피해를 언급하며 이번 사건을 기업 문제를 넘어 사회적 범죄로 규정합니다.
반면 MBK와 홈플러스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에 준비된 기획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시장에서 운전자금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예견하지 못했고 회생절차 역시 미리 준비한 바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검찰의 ‘사전 인지·기획’ 프레임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주장입니다.
8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를 둘러싼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선을 긋습니다. 검찰이 문제 삼는 전자단기사채는 신영증권이 별도의 신용평가를 거쳐 독자적으로 발행하고 판매한 금융상품이며, 홈플러스나 주주사 MBK는 발행이나 재판매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향후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 대목은 김병주 회장이나 김광일 부회장 입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단적으로 2010년 말~2011년 초 ‘LIG 사태’ 당시 구본상 부회장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전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0억원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려 8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LIG손해보험을 KB금융에 팔아 피해액을 전액 보상한 다음 4년으로 감형됐습니다. 김병주 회장이나 김광일 부회장도 자칫 장기간 감옥살이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LIG 사태’ 감안하면 장기간 옥살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전단채 발행에 대한 책임은 홈플러스보다 신영증권의 책임이 크다는 중론입니다. 신영증권은 2022년 8월부터 홈플러스 전단채와 기업어음 발행을 주관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고 누적액만 3조원에 이릅니다. 여기서만 상당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도 적반하장격으로 홈플러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앞으로 법원에서 이런 점들이 충분히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이들의 구속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신병 처리 문제가 아닙니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실제로 구속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입니다. 영장 청구 대상자 4명 중 3명은 현재 홈플러스 회생계획을 사실상 주도하는 핵심 인력입니다. 김광일 부회장은 회생절차상 관리인으로서 경영과 재산 관리, 회생계획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김정환 부사장과 이성진 전무 역시 자금조달과 비용 절감, 매각 전략을 맡아 왔습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3000억원 규모의 DIP(Debtor-In-Possession Financing) 금융, 즉 긴급 자금수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기료 납부와 협력업체 대금 지급, 임직원 급여를 포함한 운전자금 조달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 돈은 사실상 유일한 생명줄입니다.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은 회생계획 인가 이후에나 추진이 가능해 단기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달 안에 DIP 금융이 성사되지 않으면 홈플러스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진단입니다. 회생 절차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상화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회생 절차의 핵심 인력들이 동시 구속될 경우 DIP 금융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관리인이 교체될 경우 법원이 새로운 관리인을 선임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홈플러스의 유동성은 버텨주지 않습니다. 회생이 실패할 경우 피해는 주주나 대주주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와 근로자들, 지역 상권과 금융권으로 연쇄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홈플러스 긴급 자금수혈 무산되나
충격은 홈플러스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MBK는 운용자산만 45조원(300억달러) 수준으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150조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플레이어입니다. 이 시장의 1, 2인자가 동시에 구속되는 상황은 국내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강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사모펀드 시장을 법적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 등의 자금 유입은 급격히 위축될 것입니다. 이는 향후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통로 자체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쿠팡으로 상징되는 이커머스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베팅한 결과이며, 투자의 실패일 뿐입니다. 여기에다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고 지나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모펀드를 ‘약탈적 자본’으로 일반화하려는 여론은 더 확산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그동안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비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개별 사안의 책임을 묻는 것과 사모펀드 산업 전체를 도덕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구분돼야 합니다.
매우 아이러니한 장면도 있습니다. 김병주 회장은 쿠팡 김범석 의장처럼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법적으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상황을 관망할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자발적으로 귀국해 기업 회생과 정상화 과정에 관여해 왔습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구속 리스크를 키운 악수가 되는 현실을 자본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한국에 들어와 기업을 책임지려는 선택이 오히려 형사적 불이익으로만 돌아온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그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법 앞에 예외는 없습니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구속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계 10위권에 해당하는 기업 집단의 총수와 2인자를 동시에 구속하는 선택이 자본시장에 어떤 충격과 후폭풍을 몰고 올지, 법원은 사회적 파급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병주가 쿠팡 김범석처럼 버텼으면
내일 영장 심사는 몇 사람의 신병을 가르는 절차가 아닙니다. 홈플러스 회생의 성패와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신뢰,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의 리더를 어떤 기준으로 다루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입니다. 그래서 이 판단은 유난히 무겁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만큼 법원의 선택이 산업계 전체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 내지 후폭풍 역시 오래 갈 가능성이 큽니다.
자본시장이나 사모펀드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독일의 목사 마르틴 니묄러의 ‘고백’이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부당함이 타인에게 향할 때 침묵하면 그 부당함은 결국 나에게 돌아옵니다.
“처음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유대인을 잡아갔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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