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육아휴직 '3년'에 근로시간 단축까지…실효성 확보가 관건

고홍주 기자 2024. 9.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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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지난 26일 본회의 통과
부모 각각 1년6개월 육아휴직 가능…4번 분할 사용
휴직 다 못 쓰면 근로 단축으로…못 쓴 기간의 '2배'
현장 어려움은 여전…사업주 처벌·제재도 솜방망이
우수기업에 세무조사 면제 추진…의무 대신 '지원'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어린이날인 지난 5월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05.0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아이 1명당 부모가 각각 1년씩 쓸 수 있던 육아휴직 기간이 내년부터 각각 1년6개월씩 총 3년으로 늘어난다. 육아휴직을 다 쓰지 못한다면 남은 기간의 2배를 육아기 단축근무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눈치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점을 호소하고 있어, 실효성 확보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 1년→1년 6개월…최대 4회까지 나눠쓰기 가능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위해 부모가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각각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사용하는 경우(한부모 또는 장애아 부모도 포함) 육아휴직을 6개월 이내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법정 육아휴직은 1년이지만, 3개월 이상 육아휴직 하는 경우 최대 1년6개월까지 늘어나며 필요에 따라 4번을 나눠서 쓸 수 있게 된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서는 그 기간의 2배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부모 근로자들이 자녀 양육을 위해 주당 15시간~35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6개월만 사용했다면 남은 12개월의 2배인 24개월 동안 하루 2시간씩 일찍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해도 통상임금을 전부 받을 수 있다.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촉진을 위해 대상이 되는 자녀 연령도 현행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로 대폭 확대한다. 최소 사용단위 기간도 현재는 3개월이지만, 1개월로 단축해 방학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현재 10일인 배우자 출산 휴가를 20일로 늘리면서 최대 3회까지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난임치료휴가 기간을 연간 3일에서 연간 6일로 늘렸다.

개정안은 공포 4개월 후 시행으로, 10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면 내년 2월께 정식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일·육아지원제도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4.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육아휴직 어려워"…실효성 확보가 '관건'

이처럼 제도가 대폭 확대됐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제도 실효성은 여전히 문제다.

고용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육아휴직자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는 12만6008명으로 전년(13만1084명)과 비교해 3.9%(5076명) 줄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1월~11월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8.1%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실제 육아휴직 활용은 증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9만672명(72.0%)이고 남성은 3만5336명(28.0%)이었다. 엄마의 육아휴직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2022년과 비교해 지난해 19.1%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사용이 늘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용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7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의 88.8%(1만4525명)은 여성이었다. 반면 남성은 11.2%(1833명)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는 아빠가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최근 5년 간 남성 사용률은 1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아제도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올해 3월 발표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에서 남녀 모두 언제든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0%에 그쳤다. 반면 육아휴직 신청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눈치가 보이거나 어렵다는 부정적 응답은 71.0%였다.

근로자가 신청하면 반드시 승인해야 하는 육아지원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부에서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지난 6월20일까지 약 5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가 2301건이었다. 하지만 기소나 과태료 부과는 129건(5.6%)에 그쳤다.

기간을 올해로 좁혀보면 신고 278건 가운데 25건(8.9%)만 법 위반을 인정받았다. 기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8건(2.8%)에 그쳤다.

반면 226건(81.2%)이 '2회 불출석', '신고의사 없음', '법 위반 없음', '취하', '각하' 등으로 기타 종결됐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2024.08.30. dahora83@newsis.com

정부, 의무 강화 대신 지원으로…우수기업에 세무조사 면제 추진

일각에서는 육아지원제도 실효성을 위해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무화를 통해 제도 사용을 강조하기 보다 지원을 늘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육아기 근로단축 사용에 눈치 보지 않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들에게 월 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업에 주어지는 대체인력지원금이 120만원까지 지원된다. 또 육아휴직을 간 동료의 업무를 분담하는 경우에도 월 2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과 세무조사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출산과 육아가 행복한 경험이 되어야만 지금의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정책자금 지원, 입찰사업 우대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 특히 일, 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아빠의 육아휴직을 독려하기 위해 육아휴직 수요가 많은 첫 3개월 동안은 월 급여를 현행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3개월에는 250만원, 4~6개월, 7개월부터 160만원으로 각각 급여가 인상된다.

급여 상향은 이미 사용된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지만, 형평성을 고려해 내년 1월 이전에 육아휴직을 게시했더라도 3개월 이내 기간에 있는 근로자 역시 월 2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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