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강도 차이 있냐구요?"...여성 승무원과 남성 승무원의 대답 극명히 갈렸다
‘비행기 승무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깔끔하게 묶은 머리, 단정한 차림에 화사한 미소의 스튜어디스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승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튜어드’라고도 불리는 남성 승무원들도 항공기마다 한두 명씩은 있습니다. 그들 역시 호감형 외모나 친절함은 여성 승무원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요.
최근 항공사 객실 서비스 업무에서 남자 승무원의 필요성 및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테러 또는 기내 난동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남자 승무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남자 승무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항공사에서는 매년 상당수의 남자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승무원의 역할은 균일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직업에 대한 경험과 인식은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직업에서 성별 격차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면밀히 조사되는 한 가지 측면은 여성 승무원과 남성 승무원 간의 업무 강도 차이입니다.
남자 승무원 얼만큼 알고있나요?
비행승무원이라고 다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행기 탄 뒤에 자세히 보면 조종사와 비슷한 옷을 입은 남성 승무원들이 한두 명씩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바로 한때 스튜어드(steward)라고 불리기도 한 남성 객실 승무원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쪽이 원조입니다. 처음에는 여객기가 아니라 비행선에서 승무원들이 근무했는데, 선내의 객실 웨이터를 이들이 맡던 게 현재처럼 변화된 것.
여성 객실 승무원을 가리킬 때는 영어 어휘인 '스튜어디스'로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대응하는 '스튜어드'의 경우 남성 승무원이 여성 승무원보다 적은 탓에 인지도가 높지 않고 '남자 승무원', '남승무원' 등으로 불립니다.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여성 승무원들과 큰 차이는 없으나, 서빙 및 고객응대 보다는 기내 보안 업무의 비중이 높습니다. 기내 보안 업무의 경우 기내 난동 및 테러 등의 비상상황에서 일종의 청원경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여성 승무원들만으로는 체력적으로 감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는 객실에 간호사를 투입하기 전까지는 남성 승무원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실제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을 때는 완력이 센 남성 승무원이 앞에 나서 진압하는 경우가 많죠. 지난 2016년 한 중견기업 회장의 아들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대한항공은 여객기 한 대당 남승무원이 한 명이상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남성 승무원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꼭 필요해진 남성 승무원..
국내의 경우 2000년까지 남성 승무원은 실제 보안요원 명목으로 투입되었으며, 청원경찰 신분도 부여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2000년에 대한항공 승무원 노조 결성 분쟁과 관련되어 5월과 6월에 각각 조종사와 남성 객실승무원의 청원경찰 지위가 해지되면서 남녀 객실승무원의 지위가 완전히 동등해졌습니다. 단, 역설적으로 남성 객실 승무원의 청원경찰 해지와 노조 결성 이후로 대한항공은 2011년까지 남성 승무원 채용을 하지 않고 기존 직원의 업무전환으로 때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단, 키를 매우 엄격하게 따집니다. 다른 외국계 항공사에서는 남성 승무원의 키를 그렇게 중요하게 보지는 않기 때문에, 키가 작은 남성 승무원 지망생들은 보통 외국계 항공사로 몰리는 편.
복지수준은 여성 객실 승무원과 동일하나 연봉은 오히려 여성 승무원보다 더 많고 승 진도 빨리 되기 때문에 남성 객실 승무원으로 승무원의 최고 자리인 사무장이 되는 건 기본이고 더 나아가 항공사 임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꽤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비교적 빨리 은퇴하는 여성 승무원과 달리 건강관리 잘 하고 가족들의 이해만 있다면 평생직업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에, 남성 승무원의 경우 중년 연령대의 승무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신에 공채 TO가 정말 적습니다. 747급의 경우 여성 승무원 15명, 남성 승무원은 기장, 부기장, 스튜어드 3명 정도로 운영되니까 TO 자체가 여성의 1/15인 셈입니다. 또 필요한 경우 신입사원을 뽑기보다는 항공사 내부의 지상직 직원들 중 남성 승무원 희망자들이 보직변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의 경우에 1년에 한 번씩 40~45명을 선발하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아예 스튜어드 공채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자 지원자들과 함께 지원받고, 심지어 마땅히 뽑을 사람이 없으면 그냥 안 뽑는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키를 굉장히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외항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남녀성별구분 없이 채용하지만, 싱가포르 항공처럼 한국에서는 남성 승무원을 채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하이재킹 문제로 인하여 남성 객실 승무원에 한해서는 무술 실력으로 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잘하면 선발에 유리합니다. 사실 이렇게 뽑히면 객실 경호원에 더 가깝게 됩니다.
조금 다른 업무, 그럼 그들의 연봉에도 차이가 날까요?
항공업계, 남녀 급여 차이 2배?… 사실일까
남자와 여자 승무원의 연봉 차이가 나진 않을까 궁금할테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2020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항공사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업계의 남성과 여성 평균 급여 차이는 최대 2.5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결과가 나온바 있습니다. 조사 대상은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총 7개사이며, 사업부문은 항공운송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평균의 함정"이라고 지적합니다. 서류상 드러난 숫자(수치)만을 단순 계산해 평균을 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로 비쳐진다는 것입니다.
실제 항공업계 사업보고서에는 회사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대부분 ‘항공운송사업’ 부문 하나만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항공운송사업 부문에는 운항승무원·캐빈승무원·지상직·사무직·정비사 등 모든 근로자들이 포함돼 단순 비교 시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업보고서상 남녀 직원 간 급여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운항(항공기 조종) 특기 승무원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측 관계자에 따르면 자사 운항승무원은 2,502명이며, 이들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이 중 여성은 50여명도 채 되지 않으며, 이들 개인의 연봉이 1억원을 웃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항공운송사업 부문 남성근로자는 7,995명인데, 이들 중 2,000여명(4분의 1) 이상이 운항승무원이라 대한항공 남성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입니다.
LCC 측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LCC 관계자는 "요즘 시대에 동일 직군에서 남녀 간에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운항승무원 직군에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남성인 점과 신입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점 등을 모두 감안하면 사업보고서상 남녀 임금 격차는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일 직군이면서 같은 연차인 남성과 여성근로자들의 임금은 동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자 승무원과 여자승무원이 말한 업무강도 차이..
경력 15년차 여성 승무원은 여승무원한테 요구되는건 남승무원한테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전했습니다. "메이크업부터, 화장의 기본, 머리염색도 제한이 심하다. 남자 승무원들 같은 경우 삐져나온 흰머리를 그냥 넘어갈때가 있지만, 여성승무원은 무조건 염색을 해야 한다"며 "남승무원들은 안경을쓸때가 있지만 여성 승무원들은 눈이 아픈경우에 사유서를 작성해야만 안경을 쓸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신 업무강도면에서 남자승무원이 조금 더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자 승무원이 있으면 확실히 비행의 분위기가 다르다. 승객들이 탑승할 때 무거운 짐을 들고 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짐을 들어주는 것도 남자 승무원들이 나서서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동료 입장에선 정말 고마울 뿐이다.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도중 만취 승객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된다. 여자 승무원들이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도 남자 승무원이 오면 상황이 정리가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슬림이 많은 비행에선 더하다. 여자 승무원들이 하는 지시사항을 귓등으로 안 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안전 관리다. 응급 상황이 닥쳤을 때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하는 지시사항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데, 과연 이 손님들이 내 말을 들을까 생각이 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자 승무원들을 위주로 뽑는 회사 잘못일까 성희롱하고 승무원 지시사항을 안 듣는 손님 잘못일까? 제가 생각하는 남자 승무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 이유다." 며 남자승무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3년된 남자 승무원은 남녀 승무원 성별에 따른 업무 차이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성 승무원이 되었습니다고 해서 즐겁기만 한 날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스튜어드들은 "남성 승무원으로서의 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적응하기"를 꼽습니다. 많은 여성들, 그것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들 사이에 있을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남성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대화의 주제를 찾기도 어렵고, 가끔씩 일어나는 동료들 사이의 불화나 다툼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죠. 특히 남중, 남고, 공대를 졸업한 스튜어드라면 갈등을 해결하는 여성들의 방식이 익숙지 않아 당황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승무원 세계의 엄격한 위계는 군대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하죠. 병역을 필한 남성 승무원들이 이런 상황에 더 익숙할 것 같지만, 여성 버전의 군기잡기에는 오히려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최근 노르웨이의 한 항공사에서 여성 직원에게는 힐을 강요하고, 남성 직원에게는 화장을 금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적은 알려진 북유럽의 대형 항공사인지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국내 항공사, 승무원 양성 교육기관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여성 승무원의 경우 눈병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경 착용이 금지되고, 손톱, 화장 등 외모에 관한 규정도 까다로운 편이죠. 한편 ‘승무원 명문’이라 불리는 인하공전의 항공운항과에서는 학생의 90%를 뽑는 특별 전형에 여성만 응시 가능하도록 해, 이를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편안히 서비스 받아 가며 타도 힘든 여객기 내에서 단정한 차림과 환한 미소를 유지하며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일이 쉬울 리 만무합니다. 남녀 승무원 모두가 공평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하고, 승객들의 적절한 존중을 받는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