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부드러운 인상 뒤에 단단한 심지를 숨긴 사람.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순한 외모와 잔잔한 목소리, 화보 촬영 내내 어색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김동환이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그의 담백함은 단단함으로 변모한다. 흔들림 없는 제구와 과감한 투구로 고려대의 승리를 이끄는 사이드암 투수. 2년 연속 U리그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아 도합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을 통틀어 허용한 사사구는 단 한 개뿐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묵묵한 성장으로, 어느새 고려대의 ‘대장 호랑이’가 된 김동환의 이야기다.
Photographer Seul Lee Editor Daeeun Park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김동환
출생 2004년 11월 24일
신체조건 182cm 80kg
출신교 경남 원동중 - 경남고 - 고려대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본지와의 첫 만남입니다! 평소에 <더그아웃 매거진>을 본 적 있어요? (4월 30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4학년 투수 김동환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더그아웃 매거진> 피드를 잘 보고 있어요. (정)튼튼이 형의 인터뷰도 기억나네요.
섭외 제안을 받고 기분이 어땠어요?
튼튼이 형에게 연락이 왔었는데, 형이 “꿈에서 네가 <더그아웃 매거진>과 인터뷰했다”라고 하는 거예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형에게 헛꿈이라고 얘기했죠. 근데 전화를 마치고 얼마 안 돼서 실제로 섭외 연락이 온 거예요! 꿈만 같았습니다. (정튼튼에게도 얘기했나요?) 얘기했어요. 본인의 꿈이 지금까지 다 맞아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터뷰 소식을 알렸나요?
처음에는 동기 한 명한테만 말했어요. “너만 알고 있어라”라고 했는데 바로 야구부에 퍼트려 버리더라고요. 동료들이 제게 찾아와서 정말이냐고 물었어요. 가족에게는 어제 말했습니다.
본인이 어떤 투수인지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시작해 볼까요?
제구력이 좋고, 타자를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입니다.

#고려대 에이스
26시즌 U리그 개막전이었던 경희대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어요. 인상적인 시작인데요?
시합 전에는 상당히 긴장했어요. 저 자신한테 확신이 크지 않았거든요.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경기가 잘 풀렸습니다. 위기가 닥쳐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었어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던데요?) 그런 경우는 자책점에 포함되지 않으니까, 편하게 던지자는 마음이었어요.
2년 연속 U리그 개막전 선발 투수였죠. 김지훈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나 봐요.
특별히 저만 신뢰하신다고 느끼진 않아요. 감독님은 모두를 똑같이 바라보시거든요. 그 대신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좋아하시죠.
사이드암 투수였던 김주한 코치(전 SSG 랜더스)에게는 어떠한 도움을 받나요?
동계 훈련에서 체인지업을 함께 연마했어요. 저는 원래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못했거든요. 어느 날 코치님이 “너는 왜 체인지업을 안 던지냐?”라고 물으시길래, 원래 잘 못 던진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하셨어요. 그 후로 코치님과 체인지업을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제구도 잡히고, 변화구의 각도 커졌죠. 코치님이 사이드암 투수로서 어떻게 타자를 상대해야 위협적인지, 볼 배합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셨어요.
고려대가 김지훈 감독 부임 이후, 바이오메카닉스를 접목한 훈련을 시작했어요. 경험해 보니 어땠어요?
2024년에 처음 바이오메카닉스를 경험했어요. 처음에는 생소하고,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졌거든요. 1년에 두 번씩 바이오메카닉스를 활용했는데, 투구 메커니즘을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투구 시의 상체 움직임을 세세하게 분석해 주더라고요. 처음엔 분석 결과가 별로였는데, 결과를 토대로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하며 고쳐 나갔습니다. 최근에 진행했던 분석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어요.
더불어 멘탈 코치도 초빙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매 경기, 이닝이 끝나고 숨을 돌릴 때 멘탈 코치님과 대화를 나눠요. “어떤 생각으로 공을 던졌니?”하고 물어보시죠. 제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 주세요. 평소에도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U리그에서 평균자책점(이하 ERA) 1.00과 WHIP 0.67을 기록한 2025년부터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어떤 부분을 개선했어요?
제구는 원래 자신이 있었지만, 결정구가 없었어요. 근데 체인지업을 새롭게 장착한 뒤로, 타자를 상대하기가 더 쉬워졌어요. 자연스레 자신감도 붙었죠.
체인지업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어요?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어요. 보통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은 옆으로 휘는 궤적인데, 제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다소 특이해요. 오버핸드 투수가 던지는 것처럼 수직으로 떨어지거든요. 지금은 제 주무기가 된 터라 패스트볼보다 더 큰 비중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경남고 3학년 시기에도 7승 무패, ERA 1.32를 기록하며 황금사자기 우승과 함께 주말리그 우수 투수상을 받았어요. 고학년이 되며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이 궁금한데요?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2학년 때는 저학년이다 보니 솔직하게 뒷일을 의식하지 않고 던졌어요. 3학년이 되니까, 책임감과 부담감이 자연스레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이 경기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느껴요. (프로 직행이 욕심나지는 않았어요?) 당연히 욕심이 났죠. 하지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드래프트 중계를 본 기억이 나네요.
고려대의 에이스로서, 연세대와의 정기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요?
욕심은 있는데, 제 욕심보다는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한 경기잖아요. 저 말고도 고려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으니, ‘마운드에 올라가면 열심히 던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고려대가 최근 정기전에서 2연승 중인데, 부담감은 없어요?) 계속 이기다 보니까, 승리가 당연해요. 지는 게 상상이 되지 않네요.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는 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가요?
준비 기간부터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준비해요. 야구장에서는 후회 없이 본인의 플레이를 펼치고자 하죠. (승리한 뒤의 분위기는 어때요?) 안암 캠퍼스에 가면, 운동부가 지나갈 때 다른 학부 학생들이 환호해 주더라고요!

#후회 없이!
4학년이고, 팀의 리더가 됐어요. 마음가짐이 남다르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이잖아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추억도 가득 쌓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인가요?
친구랑 비슷해요. 후배들이 느낄 때도 편한 형이지 않을까요? 장난도 자주 치거든요. 저도 선배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후배였고요.
가장 의지하는 동료는 누구인가요?
정원진 선수요. 투수로서 배울 점이 많아요.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거든요. 평소에도 거의 붙어 다녀요. 장난도 자주 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죠.
롤 모델도 있어요?
튼튼이 형이요. 마인드가 엄청 건강하거든요. 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잡념 없이 투구하는 게 보여요. (본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뭐예요?) 주로 잠을 자요. 잠을 자면 머리를 비울 수 있으니까요. 깨고 나면 자기 전에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가 반절은 줄더라고요.
고려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던 특별한 배경이 있어요?
사실 고려대에 올 줄은 몰랐어요. 그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야구하고 싶어서 지원했었죠. 처음엔 경희대나 광운대에 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고려대 합격 소식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학교 자랑을 한 번 해볼까요?) 축제를 즐기거나 응원할 때, 정말 남부럽지 않은 학교라고 느껴요.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나요?
시험이 어려워요. 운동이 끝나면 밤 11~12시 정도가 되는데요, 운동부는 오전에 수업을 몰아서 듣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운동을 늦게 마치고 아침 일찍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일상이 반복됐는데, 이 루틴을 유지하는 게 조금 힘들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즐거웠던 수업이 있었죠?) 일본어 같은 교양 수업은 재밌게 들었어요. 전공 수업은 비슷한 내용이 많은데, 교양 수업에서는 다른 분야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캠퍼스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언제였나요?
매 시즌이 끝나면 같은 학번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요. 벌써 3년이 됐네요. 보통 가평이나, 가까운 펜션을 예약해서 놀거든요. 족구도 하고, 술도 마시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야구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최강야구(현 불꽃야구)’에 출연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제 공이 레전드에게 통하는지가 궁금했거든요. 고등학생 시절에도, 대학생 시절에도 상대해 봤는데요. 한 번 경험했으니 두 번째는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특히 대학생 신분으로 경기했을 때는 경기장에 팬들이 가득 찼거든요? 저 빼고 모두가 상대편 같았어요. 홀로 싸우는 느낌이 들어서 막막한 기분이더라고요.
반년 전부터 ‘고려대학교 야구부’ 유튜브 채널이 운영되던데, 촬영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보통 고학년보다 저학년이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 비중은 작아요. 제가 촬영해야 한다면… (고민) ‘하루 브이로그’를 찍어보고 싶네요!

#엔린이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랑 NC 다이노스 경기를 보러 갔었어요. 그날 김종호 선수가 기습번트를 대고 1루에서 슬라이딩하며 세이프가 되는데, ‘나도 저렇게 빠르고 멋진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야구를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NC 다이노스 팬이었나 보네요?
맞아요! NC가 잘하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마침 롤 모델 정튼튼도 NC로 갔잖아요!) 맞아요. 실제로도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가, 제가 어렸을 때 응원했던 팀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정말로 NC에 가니까 신기했어요.
NC의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 팬이자 후배로서 동기부여를 받을 때도 있나요?
NC의 경기를 보면 빠른 구속을 지닌 투수가 많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도 패스트볼의 구위를 더 성장시켜야겠다고 마음 먹곤 해요.
사이드암 투수가 되기로 결심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시절엔 외야수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팀에 투수가 없어서 우연히 해 보게 됐는데, 감독님이 사이드암으로 던져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다들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는데, 저만 옆으로 공을 던지니까 특별한 기분이었어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 같더라고요! 물론 중학교 때까지는 계속 야수를 병행하긴 했어요. 야수도 곧잘 했지만, 투수에 더 자신이 있어서 집중해 보기로 한 거죠.
올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를 앞두고 있어요. 최근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드래프트 직전에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해서 제 실력이 급격히 향상될 거라 보지는 않아요. 지금은 제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에서 운영 중인 ABS 시스템이 사이드암 투수에게는 불리하다는 시각이 있어요. 이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옆으로 흘러 나가는 공이 ABS에 잘 걸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가로로 움직이는 슬라이더보다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필요성을 느꼈죠. 앞으로도 체인지업을 통해서 제가 불리할 수 있는 지점을 극복하려고 해요.
경기 중에 코피가 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만큼 흔들림이 별로 없어 보여요. 평소 성격도 비슷해요?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성격이에요. 차분하고, 감정의 폭도 작은 편이라고 느껴요.
루틴이나 징크스가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최대한 머릿속을 비우려 해요.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 보면 끝도 없더라고요. 그저 원래 하던 대로 마운드에 오르고자 합니다. 루틴이나 징크스에 대해서는 계속 의식하게 되는데요, 루틴을 만들고 싶을 때마다 억지로 자제하죠.
쉴 때는 어떻게 지내요?
동료들과 다 같이 PC방에 가서 ‘PUBG:배틀그라운드’를 해요. (잘하는 편이에요?) 음… 그런 편인 걸로 하겠습니다. (피식)
‘투수 김동환’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볼넷이 적고, 마운드에 등판하면 믿음이 가는 투수로 기억됐으면 해요. 어떤 상황에 올라가더라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요. (올해 목표는 뭔가요?) 팀으로는 첫 대회인 U리그부터 우승하는 것이 목표예요. 개인적으로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분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고려대학교 야구부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2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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