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공방 검찰로…LS·대한전선 사활 건 ‘해저 케이블 전쟁’ [biz-플러스]
LS전선 “핵심기술 도용돼…원칙적 대응”
대한전선 “자체 기술 충분…도용 사실무근”

국내 전선업계 1·2위 업체인 LS(006260)전선과 대한전선(001440) 간의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결국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경찰이 3년여의 수사 끝에 대한전선 측이 LS전선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양사 갈등은 향후 상당한 규모의 손해배상이 오가는 ‘법정 전쟁’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29일 업계 및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원 등 4명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3명과 해당 법인 3곳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2~2023년 충남 당진에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설계 도면 등 영업비밀을 빼내어 불법적으로 반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공장 설계를 맡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다. 가운건축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1~4동 공장 설계를 전담하며 노하우를 쌓았는데 이후 경쟁사인 대한전선과 계약을 맺고 당진 공장 설계에 착수했다. 해저케이블은 중간 이음새 없이 수십~수백㎞의 ‘장조장(Long-length)’으로 생산해야 하며 그 무게만 수천 톤에 달한다. 이 때문에 초고중량 케이블의 생산과 보관, 이동을 위한 특수 설비 레이아웃 자체가 수십 년의 노하우가 담긴 핵심 영업비밀이라는 것이 LS전선 측의 주장이다. 경찰 역시 가운건축 측이 LS전선과 맺은 비밀유지 약정을 파기하고 내부 자료를 대한전선에 무단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사태를 ‘국가 핵심기술 탈취’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LS전선 측은 “해저케이블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자 수십 년간 임직원들의 헌신과 막대한 투자로 축적해 온 핵심 기술”이라며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기술 침해 행위에 대해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기술 도용으로 인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향후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한전선은 경찰의 결론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한전선 측은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서 타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참여 업체가 타사와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전선은 이미 2009년부터 수차례 해저케이블을 성공적으로 생산·납품한 실적이 있고 공장 도면을 지속적으로 자체 설계할 만큼 기술적 이해도가 높아 타사의 기술을 베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진 1공장 건설 비용 자체가 2200억 원 수준인데 조 단위 피해를 보았다는 상대방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남은 사법절차에서 영업비밀성에 대한 법적 쟁점들을 충실히 소명해 결백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맞섰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개될 검찰 수사 결과와 법정 다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함에 따라 검찰은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대한전선의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법원에서 대한전선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국내 전선업계 판도를 뒤흔들 대규모 민사 소송전이 뒤따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케이블 시장에서의 ‘K-전선’ 경쟁력에 미칠 파장도 최대 관심사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초고압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슈퍼 사이클’을 맞이했다. 양사 모두 글로벌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번 소송전 결과에 따라 두 회사의 글로벌 시장 입지와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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