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골프정찬’ 맛보려면 언제든 도쿠시마로!
그란디나루토36, 도쿠시마CC, J클래식GC

해외 라운드가 익숙한 골퍼라면 일본 골프여행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더불어 한국 골퍼가 가장 많이 찾는 인기 골프여행지다. 미야자키,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규슈 지방이 그중에서도 인기지만 다카마쓰와 마쓰야마 등 시코쿠 지방의 도시들도 최근 들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시코쿠 지방의 가장 동쪽에는 소도시 도쿠시마(德島)가 있다. 위로 올라가면 고베, 더 올라가면 오사카다. 고구마가 맛있기로 유명해 도쿠시마 내에서 어딜 가든 고구마를 이용한 다양한 간식거리를 만날 수 있다.
도쿠시마현의 고토다 마사즈미 지사는 고구마 대신 골프를 얘기했다. “명문 골프장이 여럿이라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도 골프여행을 위해 일부러 찾는 도시가 우리 도쿠시마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하지요.” 도쿠시마의 기온은 서울보다 늘 섭씨 4~5도가 높다. 현 내 대부분 골프장에서 평일에 10만~15만 원, 주말에도 20만 원 이하 금액(카트비 포함)에 18홀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고토다 현지사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우리는 지난달 2박 3일 일정으로 도쿠시마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우리를 골프장 세 곳으로 안내해준 도쿠시마현 관광스포츠문화과의 반도 다쿠야씨는 “2027년 월드마스터즈게임즈가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개최되는데 12개 종목 경기가 도쿠시마현에서 열린다. 그중 골프 종목은 현 내 5개 골프장에서 진행되며 이번에 가는 곳들이 그 리스트 중 세 곳”이라고 소개했다. 월드마스터즈게임즈는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아마추어 스포츠 축제다.

바다 조망의 매력적인 산악 코스
첫날 찾은 곳은 그란디 나루토 골프클럽36. 나루토시에 위치한 36홀 골프장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도쿠시마 골프장’을 치면 아직 많은 정보가 뜨지 않지만 그래도 그란디 나루토 이야기는 블로그 등에 제법 있다. 반도씨는 “도쿠시마 내에서 가장 많은 홀을 보유한 골프장이 바로 그란디 나루토”라고 설명했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공항에서 30분을 달리면 그란디 나루토 골프클럽이다. 낭만의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차창 밖 바다의 물색과 모양에 남성미가 넘친다. 알고 보니 세계에서 유속이 가장 빠른 해류가 흘러든다는 나루토 해협이 인근이란다. 유입된 해류가 반대편 해류와 섞이며 만들어지는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는 도쿠시마의 대표 볼거리 중 하나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작품이 바로 ‘나루토’. ‘원피스’와 ‘블리치’, 그리고 나루토는 일본 만화 3대장으로도 불린다. 나루토의 작가가 나루토 해협에서 영감을 얻어 나루토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2001년 개장한 골프장은 초심자부터 중상급자까지 다양한 골퍼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다. 설계자는 가토 후쿠이치. 일본을 대표하는 골프코스 설계가 중 한 명인 가토는 한국의 수원CC 뉴코스와 한성, 천룡, 도고CC 등도 설계했다.


동코스는 거의 모든 홀이 티잉 구역에서 그린까지 막히는 곳 없이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세토내해(瀬戸内海)의 풍광이 내려다 보이는 바다 조망 홀들도 선물처럼 나타난다. 페어웨이는 자비롭게 넓지만 굴곡은 상당한 편. 동코스가 여성적이라면 서코스는 남성적이다. 페어웨이 양옆으로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 언덕인 홀이 많고 큰 나무들이 홀별 독립성을 책임진다. 크고 작은 연못과 깊은 벙커의 적극적인 배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스코어카드의 홀 번호 옆에는 그늘집과 화장실, 낙뢰 대피소 위치가 픽토그램으로 표시돼 있어 캐디 없는 셀프 라운드 때도 불편함이 없다.
종일 비바람이 그치지 않았던 이날은 궂은 날씨의 제주에서 라운드하는 기분이었다. 잔디가 비를 흠뻑 먹었을 텐데도 배수가 잘돼 걸어 다니고 정상적인 샷을 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엉뚱한 샷을 날려도 쉽게 공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일본 골프장 경험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페어웨이 바깥으로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게 하는 대신 큰 나무들을 여유로운 간격으로 심어 놓은 덕분이다.

골프장 운영사는 일본 유명 레저기업 리조트트러스트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리조트트러스트 레이디스가 이곳에서 여러 번 열렸고 올해 5월 9년 만에 다시 이곳에서 개최된다. 클럽하우스 건물에도 숙박용 객실이 있고 별도 호텔동과 스파동도 있다. 본격적인 온천욕장을 갖춘 스파동의 아로마하우스 또한 그란디 나루토의 자랑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힐링하는 노천탕은 라운드 직후 누리는 낭만의 최고봉이다.


3m 그린 스피드에 ‘본 대로’ 쭉
다음날 찾은 곳은 도쿠시마시의 도쿠시마 컨트리클럽. 숙소인 도쿠시마역 근처에서 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970년 개장한 55년 전통의 코스인데도 ‘연식’이 그만큼 느껴지지 않은 것은 엄격한 코스 관리 때문이었다. 러프에서 벙커로 떨어지는 벙커 턱 주변의 단면들이 자로 잰 듯 균일한 데서 코스에 대한 경영자의 남다른 정성과 애정이 엿보였다. JLPGA 투어 도쿠시마 쓰키노미야 레이디스 클래식을 오랫동안 개최했었다고 한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3m. 가랑비가 거의 쉬지 않고 내렸는데도 비 영향을 계산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린 위의 공은 빠르게 굴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간 최악의 여름을 겪어온 탓에 그린 피해가 심했다고 하는데 보식과 이후 관리가 얼마나 잘됐는지 ‘본 대로’ 구르는 그린에 퍼트할 맛이 났다. 미묘한 경사가 많고 2단 그린도 골고루 섞여 있어 그린에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코스다.
카트에 앉으면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무를 법한 곳에 그린의 피치마크 보수 방법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다. 사진과 함께 순서별 요령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다. ‘15분 내 보수하면 하루 만에 잔디 복구, 1시간 내 보수하면 회복에 1주, 하루 지나고 보수하면 회복에 한 달’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꽂혔다.

일본 유수 골프장을 설계한 다케무라 히데오의 작품인 18홀 골프장은 아쿠이강 북쪽의 내륙에 위치한 본격 산악 코스다. 수려한 산세의 일부인 것처럼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홀들이 배치돼 있다.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 없이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은 형태의 홀들에 가슴이 뻥 뚫린다. 산속에 있는데도 오르막이나 내리막 지형보다 평지가 주를 이루고 도그레그라고 할 만한 홀이 거의 하나도 없다는 게 신기하다.
코스 길이는 보통 수준인데 파3 홀이 길고 벙커도 까다롭게 도사리고 있어 그만큼 또 재미있다. 4개의 파3 홀 중 3개가 180야드 이상이다. 15번 홀은 내리막이 있기는 해도 197야드나 된다. 그린 바로 앞의 연못까지 부담을 주는 홀이다. 4번 홀(파4)은 내리막 지형에 레귤러 티잉 구역 기준으로 337야드라 장타자라면 원온도 가능하겠다.
도쿠시마 컨트리클럽은 캐디와 함께 돌았는데 캐디의 능숙한 운영과 ‘오토바이 엔진’ 카트의 기동성 덕분에 9홀을 마치는 데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촬영 때문에 중간중간 멈춰서 시간을 보냈는데도 2시간이 안 걸렸다.
아담한 첨탑이 돋보이는 클럽하우스는 아늑하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클럽 챔피언 명패 등 갖가지 기록물들이 클럽의 역사를 곳곳에서 설명해준다. 그 옛날의 히코리 클럽도 멋스럽게 전시돼 있다.


우연히 만나 첫 홀 티샷에 “나이스 볼”을 외쳐주기도 한 스즈키 겐토 도쿠시마 컨트리클럽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 골프장 현황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골프 인구, 골프장 수, 그린피 등을 물어보면서 일본 내 사정도 들려줬다. 인근 소도시 마쓰야마에는 지난 한 해에만 수천 명의 한국 골퍼들이 다녀갔다고. 그러면서 공항과 시내에서 접근성이 특히 좋은 도쿠시마현의 골프장에도 한국 골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할 거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도쿠시마골프협회장이기도 하다.

점보 오자키가 감수한 공격골프 경연장
아와시에 위치한 J클래식 골프클럽은 도쿠시마 컨트리클럽과 대조되는 웅장한 클럽하우스가 사실상 코스의 성격을 말해준다.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면 코스 풍광이 통창에 파노라마처럼 비치고 그중 잘 정돈된 코스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키 큰 야자수들이다. 스타트 하우스로 나가 한 홀씩 돌다 보면 야자수 높이에 어울리게 긴 홀들이 도전 의욕을 돋운다.
이곳은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사토 겐타로가 디자인하고 오자키 마사시가 설계 감수를 맡은 18홀 코스다. 부산 기장군의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도 사토의 작품. ‘점보 오자키’로 더 잘 알려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통산 94승의 오자키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이다.
코스 소개에서부터 ‘어그레시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쓰여있다. 장타자라면 앞뒤 잴 것 없이 시원하게 공략하면 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매 샷에 타깃 설정이 중요하단다.
실제로 그렇다. 블라인드 홀은 참을 수 없다는 주의인 건지 모든 홀에서 랜딩 에어리어가 훤하게 눈에 들어온다. 연습장에서 갈고 닦아온 실력을 거리낌 없이 시험해도 좋을 코스다. 시원시원하게 ‘지르는’ 골프에 목 말라 있었다면 J클래식은 한 점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다.


다만 홀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파72에 화이트 티잉 구역 기준 전체 길이는 6427야드, 블루 티는 6806야드, 블랙 티는 7221야드에 이른다. 바람 영향이 있고 벙커도 많은 편이라 3온이면 다행인 파4 홀들이 즐비하다. 화이트 티잉 구역 기준 10개의 파4 가운데 390야드 이상이 6개나 된다. 파5인 11번 홀은 493야드짜리. 18홀 전체에 벙커는 79개다.
후한 스코어는 받을 수 없을지 몰라도 캐디 없는 셀프 라운드는 난이도 ‘하’다. 현재 우리 팀이 있는 지점부터 몇 야드 거리에 앞 팀 카트가 있는지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곧바로 치면 위험할 경우 경고 표시가 뜬다. 홀 모양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이며 핀까지 남은 거리도 미리미리 숫자와 음성으로 알려줘 거리측정기를 잊고 그냥 나갔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즐거운 라운드 뒤 시내로 돌아가면서 골프장 안내책자를 보니 12월까지 매달 일정이 빼곡하다. 프로 대회는 물론 작은 기업 이름이 붙은 아마추어 골퍼 대상의 별별 ‘컵’이 끊임없이 열린다.




도쿠시마 가는 법
이스타항공이 주 3회(화·목·토요일) 인천-도쿠시마 구간을 운항한다. 지난해 12월 말 취항한 따끈따끈한 노선이다.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여.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 출발해 낮 12시 15분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공항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편은 오후 1시 5분 출발, 2시 50분 도착 스케줄이다. 아와오도리공항에서 출발해 호텔 등 숙소가 몰려있는 도쿠시마역 부근 시내까지 가는 데는 차로 20분대.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항공 탑승권을 보여주면 이틀간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도 준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양준호 기자 사진=권욱 miguel@sedaily.com 도쿠시마현 제공 undefined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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