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국제학교 품은 아파트라더니 속았다" 안산 '생숙' 계약자들 사기분양 소송

[땅집고] 경기도 안산시 시화 MTV에 지어진 생활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현장. /유튜브 채널 'THINK ABOUT'

[땅집고] “호텔 서비스가 제공되는 최고급 주거시설에 미국 동부 우수학교로 선정된 명문 국제학교가 들어올 예정이라더니, 이게 뭔가요? 아파트도 아니었고, 학교는 땅도 안 팠습니다. 명백한 사기분양입니다.”(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1차 수분양자 A씨)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이행강제금 폭탄’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생숙을 공급한 시공사와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이 줄줄이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였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주택이 아닌 생숙을 주택처럼 속여 판 행위가 ‘불법 분양’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땅집고] 경기도 안산시 시화 MTV에 지어진 생활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내부에 들어가는 교육시설 관련 자료 /위례문부동산 블로그

■ 생숙 수분양자 “생숙 ‘준주택’ 둔갑시킨 건설업자 책임져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산시 성곡동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수분양자들이 MTV반달섬C1개발PFV, 현대건설, 미래인을 상대로 사기분양계약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지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당시 분양대행사와 시행사는 ‘미국에서 블루리본을 3번 수상한 이력과 미국 동부의 우수학교로 선정된 명문국제학교인 FPD 크리스챤 스쿨이 들어올 예정이고, 단지 내 입주자들의 자녀가 우선 입학한다’는 홍보 문구를 사용했다.

수분양자들은 이 문구로 인해 4억원~11억원 상당의 분양가를 내고 개별 호실을 분양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최고 49층, 8개 동, 총 2554호실 규모다.

소송을 맡은 최진환 법무법인정세 변호사는 “관계법령과 생숙 사태 발생 경과를 검토해 본 결과,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안되는 상업지구에서 생숙을 준주택으로 불법 분양한 사업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면서 “사업자들이 생숙을 자진 회수하지 않는 만큼, 법원을 통해서라도 강제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생숙이 도시계획을 망가뜨리는 불법 시설로 전락하고, 수분양자가 경제적 손해를 떠안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 생숙만 7000호실, ‘빈집’ 무덤 된 반달섬

이 단지가 들어선 경기 안산 반달섬은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반가량 거리에 있다. 이곳에서는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를 비롯해 약 7000호실 생숙이 준공됐거나 지어지고 있다. 탁 트인 서해안을 바라보고 있어 조망권이 매우 우수하다.

7000호실 중 대부분은 빈집이 될 처지다. 생숙은 2012년 주거와 숙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부동산’으로 도입된 뒤, 2021년 아파트와 오피스텔처럼 생겼으나 아파트와 달리 세금 혜택을 본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주거 사용이 금지됐다. 국토부는 2023년 10월 이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되, 올 연말까지 부과 시점을 유예한다고 했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1·2차 호실 수는 무려 3745호실이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제주도 그랜드하얏트호텔(1600호실) 보다 배로 크다. 사실상 제대로 된 관광 시설 하나 없는 곳에 아파트 모습을 한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분양자와 시행사, 시공사 등 공급주체,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러한 책임 공방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