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가 독자 하이브리드 기술로 유럽 시장을 평정하며 글로벌 100만 대 판매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 틈새시장을 파고든 전략이 적중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경쟁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16일 르노에 따르면 차세대 풀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을 탑재한 심비오즈와 에스파스가 연비 혁신을 이뤘다. 특히 심비오즈는 1.8L 160마력 엔진으로 연비 23.3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98g/km를 달성해 동급 최강 효율을 과시했다.

주목할 점은 배기량을 늘렸음에도 연비가 개선됐다는 사실이다. 기존 1.6L에서 1.8L로 키우면서 출력은 94마력에서 160마력으로 70% 증가시켰지만, 연비는 오히려 향상됐다. 이는 350bar 고압 직분사 시스템과 앳킨슨 사이클 적용 등 엔진 효율 기술의 진화 덕분이다.

르노 E-Tech의 핵심은 F1 기술에서 파생된 무클러치 변속기다. 열 엔진용 4단과 전기모터용 2단을 조합해 15가지 주행 모드를 구현한다. 도심에서는 최대 80%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료비를 40% 절약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2020년 첫 출시 당시 10.3%였던 하이브리드 비중이 2024년 35%로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에는 44.2%까지 치솟았다. 프랑스에서는 하이브리드 판매 1위, 유럽에서는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작년 출시된 심비오즈는 출시 즉시 프랑스 판매 톱10에 진입하며 르노 SUV 라인업 중 2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길이 4.41m 컴팩트 바디에 624L 트렁크와 1000km 주행거리를 확보한 실용성이 히트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형 SUV 에스파스 역시 200마력 하이브리드로 연비 20.8km/L를 달성하며 '대형차=연비 나쁨'이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943L 트렁크 용량과 1100km 주행거리로 장거리 여행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를 보이는 가운데 르노의 하이브리드 승부수는 시의적절했다. 완전 전기차 전환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향후 몇 주 내 100만 대 돌파를 앞둔 르노가 하이브리드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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