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감독&작가가 밝힌 비하인드 전격 공개
[인터뷰] '선재' 감독·작가가 밝힌 '변우석 캐스팅'부터 '우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
"속상했어요. 반응은 좋은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에 (시청률을 보고)허탈한 웃음도 나왔지만, 시청 트렌드가 많이 바뀐 것 같더라고요.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어요."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연출을 맡은 윤종호 PD의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선재 업고 튀어'의 시청률은 온라인상의 보이는 뜨거운 반응에는 못 미치는 수치였다.
4월8일 방송을 시작한 '선재 업고 튀어'는 3.1%(닐슨코리아·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후 시청률은 4%대에서 정체를 보이다가 종영을 앞둔 15회가 돼서야 5%의 벽을 넘었고, 마지막 회에서 5.8%의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고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과는 시청률로만 재단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작품은 수많은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를 배출했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월요병 치료제'라고 불렸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에 따르면 5월 내내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변우석은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일약 톱스타로 발돋움했고, 김혜윤은 '믿고 보는 배우' 자리를 공고히 했다. 같은 기간 출연자 종합 화제성 조사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삶의 의지를 놓아버렸던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아이돌 그룹 이클립스의 멤버 류선재(변우석)를 살리기 위해 그의 열성팬인 임솔(김혜윤)이 2008년으로 타임슬립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류선재의 첫사랑이 임솔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결국 '구원'하는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도했다.
극본을 쓴 이시은 작가와 연출을 맡은 윤종호, 김태엽 PD를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다"며 "꿈만 같다"던 제작진에게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이들은 제작되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는 뒷이야기부터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 캐스팅 일화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① ... 3년간 표류한 드라마?
업계에서는 '선재 업고 튀어'가 캐스팅 등 여러 난항 속에 제작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는 실제로 기사화되면서 포털사이트에 '선재 업고 튀어 3년'이라는 문구가 자동으로 완성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시은 작가는 "3년의 시간 동안 편성이 안 되거나 캐스팅에 난항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시은 작가는 전작인 드라마 '여신강람'(2020년~2021년)을 끝낸 뒤 '선재 업고 튀어'의 기획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기획부터 작품이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이 3년이었다"면서 "대본을 쓰는 기간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남자 주인공 캐스팅은 난항이라기보다 선재에 맞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찾는 기간이 필요했어요. 선재는 수영선수이자 가수이고, 10대와 30대를 모두 연기해야 했죠. 청춘물과 어른 멜로의 느낌도 동시에 나야 했습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딱 떠오르는 배우가 없더라고요."
그 무렵 이시은 작가는 우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2022년)를 봤다. 그러면서 "'20세기 소녀' 속 모습을 보고 저런 이미지(변우석이 연기한 인물 풍운호)가 선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우연히 대본이 (변우석 소속사 측에)갔고 함께하게 됐다. 운명처럼 선재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② ... 화제성 따라가지 못한 시청률, 이유는?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한다. 1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로맨스 서사는 원작과 차별화되는, 정교한 각색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윤종호, 김태엽 PD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감각적인 연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로맨스와 판타지, 스릴을 오가는 건 물론 2008년 당시를 재현한 레트로 소재와 주인공들의 청량한 하이틴 로맨스 등 다채로운 관람 포인트로 화제를 이어갔으나 시청률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3회부터 6회까지 3.4%로 변동이 없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7회 4.5%로 뛰어올랐지만, 5.8%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역대급' 화제성이라는 평가에 비하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윤종호 PD는 "밤늦게 김태엽 PD랑 통화한 적도 많다"면서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이 올리는 반응이 좋아서 기대를 했지만..."이라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나름대로 분석을 했는데 잘 모르겠더라. '여성 팬들이 많은데 아이들을 재우고 OTT로 보는 것 같다' '요즘은 몰아서 기다려서 본다' 등 위로의 말들도 많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이시은 작가는 "제가 지루한 걸 못 참아서 대본의 속도가 빨랐다. 반전도 많았다"면서 "2049 시청층에서는 흥미 요소가 되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이야기를 잘 못 따라갔다. 그래서 '대중성이 떨어졌을까?' 고민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작품은 2049 남녀 시청률에서 8주 연속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사랑받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않게 나왔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의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이시은 작가)
●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③ ... 우산 장면, '늑대의 유혹' 참고했을까
'선재 업고 튀어'에는 유독 우산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라고 시작하는 가수 윤하의 '우산'이라는 곡이 흐르면서 류선재가 임솔에게 파란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이 1회 엔딩을 장식했다. 2회에서는 환한 미소의 임솔이 노란 우산을 들고 류선재를 향해 뛰어온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로맨스 소설로 인기를 얻은 귀여니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늑대의 유혹'(2004년)에서 정태성(강동원)이 정한경(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극중 임솔과 인연을 맺는 송건희가 연기한 배역은 김태성으로,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배역의 이름이기도 하다.
윤종호 PD는 "우산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들을 레퍼런스로 참고했지만, 우리만의 것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면서 "색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든 변우석, 김혜윤이 가진 장점을 뽑아내려고 노력했고, 우산 장면이 잘 묘사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유명한 우산 장면은 다 찾아봤어요. 강동원 배우의 '우산신'을 어떻게 하면 뛰어넘을 수 있을지(웃음), 어떻게 하면 '우산하면 변우석'이 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하면서 만들었고 다행히 빛을 발휘한 것 같아요." (김태엽 PD)
●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④ ... 임솔 역에 김혜윤을 정하고 대본 작성한 이유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역할은 처음부터 김혜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은 작가는 임솔 역에 김혜윤을 정해두고 대본을 써 내려갔다.
이 작가는 "기획을 하면서 임솔에 대한 서사가 깊어졌다"면서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밝게 세팅하고, 슬픈 감정을 끌어내는 걸 주로 쓰는데 쉬운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솔이는 밝고 사랑스럽지만, (다리가 다치는 등의 사건을 통해)30대가 됐을 때는 어느 정도 성장이 멈춘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순수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깊은 아픔이 있죠. 주로 김혜윤 배우의 밝은 모습은 봤는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2022년)를 통해 깊은 내면 연기를 볼 수 있었어요. 감동을 받았죠." (이시은 작가)
그때부터 이 작가는 "머릿속에 김혜윤을 놓고 대본을 써 내려갔다"면서 "당연히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캐스팅을 했는데 고맙게도 해준다고 해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솔이가 와준 것이 시작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⑤ ... "드라마는 모르겠지만, 선재 너만큼은 된다"고 말한 이유는?
변우석은 '선재 업고 튀어' 인기의 진원지이자, 동시에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임솔을 향한 애틋한 순애보와 직진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선재 앓이'의 열병에 빠지게 했다. 제안받는 대본이 이전보다 "10배에서 20배 정도" 많아질 만큼, 제작사와 방송사들은 변우석을 차기작에 데려가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변우석 신드롬을 지켜보는 제작진의 뿌듯함이 클 수밖에 없다.
"변우석 배우는 장점이 많아요. 워낙 착하기도 하고, 삶의 우여곡절도 많았더라고요.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배우 자체의 서사까지도 알고자 했죠.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야지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촬영 전 미리 만나서 얘기도 하고 쉴 때 리딩도 맞춰보고, 배우와 제작진이 선재를 공들여서 만들었어요." (윤종호 PD)
윤 PD는 "변우석의 노력이 첫 번째이고, 제작진이 비주얼 등 그 친구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면서 변우석에게 "'이 작품이 대박 날지는 모르겠지만, 선재 너만큼은 된다. 선재, 무조건 떠 그러니까 우리만 믿고 가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시은 작가는 변우석이 "선재를 너무 사랑하더라. 본인이 캐릭터를 사랑한 만큼 몰입했고, 그것이 빛을 내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작가로서 고맙다"며 변우석의 공을 높이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