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 들어서는 핵석조각공원·핸드백박물관] 두 남자의 손에서 '명품' 탄생…보러 오세요
제물포고 출신 박은관 시몬느 회장·김창곤 조각가
문화예술 발전 한 뜻
송도 6·8공구내 조성 인천시와 협약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아주 특별한 공원이 조성된다. (인천일보 7월9일자 8면 '송도문화공원에 핵석 조각공원·핸드백 박물관 조성') 원시돌인 '핵석'으로 작업하는 조각가의 거대 조각 작품과 세계 명품백을 만들어 유통하는 회사의 핸드백 박물관으로 꾸며지는 공원이다. 김창곤 조각가와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온 친구 사이로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데 뜻을 모으면서 이번 일을 성사시켰다. 지난 8일 인천시에서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의 추진을 알린 이 두 인물을 직접 만나 결심의 이유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박은관 시몬느 회장
“명품백 모든 것 알게 되는 공간이죠”
세계 명품백 10%가 우리나라서 생산
생산 과정·가치 부여 등 배경 한 눈에
버버리, 지방시, 셀린, 코치, 토리버치… 세계 명품백의 10%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이 없다. 1987년 창립된 주식회사 시몬느가 그 역할을 한다.
이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은 인천 중구 북성동에서 태어나 갯내음을 맡으며 자랐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유럽과 미주 등을 바삐 오가며 세계 명품 가방 시장의 주역이 된 그의 시선은 그러나 늘 인천을 향해 있었다.
나를 일궈낸 고향 인천에서 무언가를 공유하고 종국에는 착지하겠다는 그의 막연한 희구는 인생의 꿈이 되어 있었다.
“핸드백 박물관을 인천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명품가방의 모든 것을 한눈에 알게 되는 공간이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핸드백 박물관에 그는 가방의 역사와 의의를 담으려 한다. 이동형 수납이라는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 개인을 표현하는 개성이자 재물의 등가로써도 작동하는 명품백의 모든 종류와 생산 과정, 가치가 부여되는 배경 등을 볼 수 있다.
그는 이미 2012년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세계 최초로 핸드백 박물관을 지어 운영한 바 있다. 작품값만 100만 파운드(약 17억9000만원)에 달하는 명품백 350점 등을 비롯해 여성 자립과 장식 예술의 역사 등이 고스란히 옮겨 오고 또 한층 더 풍성해질 예정이다.
박은관 회장은 특히 그의 제물포고등학교 동창 김창곤 조각가의 작품이 함께 유치될 공원이라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넘치지 않는 인천 송도에 2개의 분야를 동시에 안착시키는 데도 깊은 의미를 두고 있다.
“성숙의 마지막 단계는 '나눔'으로 귀결되지요. 우리 둘은 인천에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이루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이 공원이 그 실체입니다.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에 디딤돌 하나 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터뷰] 김창곤 조각가
“넓은 곳에 수많은 조각품, 사랑받았으면”
가장 단단하고 거친 핵석으로 작업
추억 가득한 인천에 작품 기증키로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어야 비로소 한눈에 담기는 거대한 핵석들. 보는 이로 하여금 웅장함과 경이로움마저 들게 한다. 거친 날것의 돌들이 그의 손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견뎌야 하는 수많은 시간과 고통 그리고 인내. 그럼에도 다시 돌을 찾고 예술을 새긴다.
대한민국 유일 핵석 조각가로 알려진 김창곤 조각가의 작품들이 인천 송도에 모인다. 유년시절 추억이 가득한 인천에 그의 인생과 함께한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서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무렵 인천 송월동으로 이사 왔어요. 이후 제물포고등학교까지 인천에서 보냈죠. 중학교 무렵부터 화강암에 조각하기 시작했으니, 인천이 조각가 삶의 출발점이고 그 작품들이 한 데 모이는 유일한 곳이 되는 거네요.”
사실 그의 작품을 유치하고 싶다는 지자체의 요청은 끊이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늘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창곤 조각가는 “바다 향을 맡으며 조각을 했고 그 추억이 가득한 곳에 작품을 기증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이번 조각 공원 조성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조각 공원을 통해 시민들이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작업하는 돌들은 가장 단단하고 거칩니다. 돌을 잘라서 꺼내고 밀어가는 과정 모두가 힘들고 어렵지만 이를 통해 얻는 희열과 보람은 말로 다할 수 없죠. 제 작품들은 사랑과 평화를 대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혹은 선생과 제자, 해와 달, 음양의 관계성 등 사랑이라는 큰 범주 아래 연결된 모습을 표현합니다. 공원은 자연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넓은 곳에 설치된 수많은 작품이 한 데 모여 오케스트라처럼 시민들에게 회복과 사랑을 선사했으면 합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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