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이 배동현에게 지불한 금액은 양도금 2억 원이다. 올해 연봉은 3400만 원. 합쳐봤자 2억 3400만 원짜리 투수가 6경기 4승 무패 ERA 2.55로 리그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화가 35인 보호 명단에서 빼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서 돌고 있었을 선수다. 팬들이 "못 알아본 한화가 바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설 감독이 상대팀 2군에서 먼저 봤다

배동현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20경기 38이닝 1승 3패 ERA 4.50으로 나쁘지 않은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 상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줄곧 2군에만 머물렀다.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한화는 결국 2025년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그 배동현을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설종진 감독이었다. 지난해 7월까지 키움 퓨처스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설 감독은 한화 2군과의 경기에서 상대팀 투수로 나선 배동현을 유심히 봤다. 설 감독은 "내가 퓨처스팀 감독으로 있을 때부터 좋게 봤던 선수였다.
패스트볼 스피드도 어느 정도 나왔고, 게임 운영도 좋은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확정된 뒤에는 배동현을 아는 지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장점과 훈련 방식까지 꼼꼼하게 물었다.
기회만 주면 한다더니 진짜 했다

배동현은 스프링캠프에서 설 감독에게 "경기에 나설 기회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직접 말했다고 한다. 그 말대로였다. 올 시즌 6경기 24⅔이닝 4승 무패 ERA 2.55, 이제 리그 전체에서도 KIA 올러, KT 보쉴리 같은 외국인 에이스들과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세 차례 등판에서는 안우진의 이닝 제한 빌드업을 뒷받침하며 12일 롯데전 6이닝 무실점, 24일 삼성전 4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설 감독은 "지금 페이스로 봤을 때 10승 정도 해준다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한화 입장에서는 얼마나 뼈아프냐

배동현이 키움 유니폼을 입고 리그 다승 선두를 달리는 동안, 한화 불펜 ERA는 리그 꼴찌(6.57)다. 배동현 한 명이 한화에 있었다면 적어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는 채웠을 텐데, 엄상백 토미 존 수술 아웃에 황준서의 선발·불펜 겸직까지 이어지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더욱 뼈아프다.

지난해 한화가 포스트시즌에서 탈진한 원인 중 하나가 선발 뎁스 부족이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카드를 스스로 내놓은 셈이다.

물론 한화 입장에서는 배동현이 한화 2군에 있을 당시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항변도 가능하다. 하지만 설종진 감독이 상대팀 경기에서 먼저 눈여겨봤고, 2차 드래프트 직후 그를 잘 아는 지도자들에게 직접 전화까지 돌렸다는 사실은, 결국 같은 선수를 보는 눈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