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서 84㎡ 분양가로 15.7억원을 매기자 벌어진 일

심상치 않은 부동산 경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울 강북과 경기도에서 공급된 신축 아파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지방에서는 지역 중소 건설사 부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중견 건설사까지 3분기에 줄줄이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을 넘은 분양가”

최근 서울 강북과 경기도에서 공급된 신축 아파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아크로 베스티뉴’는 217가구 모집에 122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5.7대1에 그쳤다. 10월까지 과천이나 성남 등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수십대 1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이 단지는 안양에서 처음으로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 전용 84㎡가 15억7000만원에 달했다. 인근 신축 시세보다 3억~4억원가량 비싼 가격이다.

지난달 26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는 전용 105㎡ 이상은 16개 주택형 중 8개가 1순위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중소형 주택형에 청약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은 14.9대1을 기록했지만, 3.3㎡당 평균 3825만원에 달하는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의 반감이 작용했다. 지금까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분양가다.

10월 말 기준 수도권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9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7.2% 뛰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도권 1순위 평균 경쟁률은 20.7대1이었지만, 지난달 수도권에서 분양한 20개 단지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6.5대1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가운데 분양가까지 오르자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같은 인기 주거지가 아닌 수도권에서 국민 평형 분양가가 15억원 정도로 오르면서 “실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렵다” “선을 넘은 분양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부동산 얼어붙자 중견 건설사 줄적자

중견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중견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과 금호건설,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등은 올해 3분기(연결기준) 나란히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은 54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8분기 연속으로 적자였다. 코오롱글로벌(-211억원)도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건설(-1574억원)과 동부건설(-219억원)은 3분기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에서 주택·토목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나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대형 건설사보다 국내 부동산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서 매출을 올리는 지방 분양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타격이 컸다. 9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83.3%(1만4375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지역 건설사 부도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건설업 부도업체는 총 26곳으로 23곳이었던 작년 기록을 넘어섰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05위인 부산 건설사 신태양건설이 230억여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신태양건설은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시공에 참여해 이름을 알린 업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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