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빌리티 시승기] 시에나, 연비와 승차감으로 완성한 가족차…"기름이 줄지 않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전측면 모습.

서울에서 출발해 충남권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일주일간의 시승. '토요타 시에나 2.5 하이브리드 2WD'는 연비와 정숙성, 승차감 면에서 패밀리카 본연의 강점을 보여줬지만, 7000만원이 넘는 가격과 디지털 편의사양의 완성도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시승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토요타 미니밴 '시에나 2.5 하이브리드 2WD' 을 타고 서울을 출발해 부천, 태안, 보령, 서산, 당진을 거쳐 되돌아오는 총 80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를 넘나드는 여정을 통해 장거리 주행 성능과 효율성, 실내 거주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시에나의 첫인상은 다소 '클래식'하다. 실내 구성은 2020년대 차량이라고 보기엔 복고적이다. 크고 투박한 기어노브, 버튼으로 가득 찬 센터페시아, 작은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디지털 감성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미국 시장에선 이미 12.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 시판 모델은 여전히 9인치 화면에 머물러 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측면 모습.

시동을 걸고 첫 발을 떼면, 이런 아쉬움은 어느새 잊혀졌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시에나는 부드럽게 속도를 올렸다. 이 차는 속도보다 '느긋함'과 '안락함'을 택한 차량이다.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총 246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24.1kgf·m로 가속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패밀리카에겐 충분하다.

특히 회생제동 시스템의 세팅이 인상적이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자주 느껴지는 회생제동의 울컥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제동할 때마다 배터리에 전기를 차곡차곡 저장하면서도 운전자에게는 거의 티를 내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원조' 토요타 시스템의 성숙도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비는 인상 깊었다. 주행 거리가 800km에 달했지만 연료 게이지는 절반 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공식 복합연비는 리터당 14.5㎞이지만,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훨씬 높은 리터당 19㎞ 이상을 기록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시에나의 효율성은 소비자에게 분명한 매력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실내 1열 인테리어.

주행질감도 만족스러웠다. 토요타는 시에나를 철저히 ‘가족 중심’으로 세팅했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스트럿, 후륜 더블위시본으로 구성됐다. 물침대처럼 부드럽지만, 불쾌할 정도로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특히 2열 시트 승차감이 경쟁 모델 대비 뛰어났다. 긴 거리 이동 중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다만 고속 와인딩 주행에서는 쏠림이 심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차체 특성상, 코너에서 민첩함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시에나의 2열은 토요타가 강조하는 '퍼스트클래스 시트'를 채택했다. 실제 느낌은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까웠다. 시트 조작은 전동과 수동이 혼합돼 있다.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레그 서포트를 펴는 일부 기능은 수동 조작이 필요하다. 완전한 고급감은 아니지만, 패밀리카로서의 거주성과 편의성은 뛰어나다.

실내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센터 콘솔과 글러브박스, 슬라이딩 도어 쪽 포켓까지 다양한 수납공간이 배치돼 있어 장거리 여행 시 유용하다. 슬라이딩 도어의 개방각도도 넓어,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아이들이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이 없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실내 2·3열 인테리어.

안전장비는 기본 이상이다. 토요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는 차선 유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등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시승 중에서도 ADAS 기능은 민감하고 정확하게 작동했다.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운전자 피로를 덜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유선과 무선 모두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다만 시승차에서는 무선 연결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실제 사용성은 확인하지 못했다. 기본 내비게이션 화면은 작고 조작감도 구식이지만, 시에나에는 카니발에는 없는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2열 승객 전용의 대형 화면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이 기능은 가족 여행 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 특히 유용한 장점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에 장착된 리어 시트 엔티테인먼트 시스템.

시에나는 자동차의 '기본기'라는 측면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기아 카니발보다 조용하고, 무게중심이 안정적이며,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도도 낮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해도 회생제동과 전기모터의 개입 타이밍이 훨씬 자연스럽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승차 기준 7289만원이라는 가격은 분명히 쉽지 않은 선택이다. 동일한 예산이라면 대형 SUV, 수입 세단, 프리미엄 전기차까지 선택지가 넓다. 시에나는 그 가격을 정숙성, 연비, 승차감, 공간 효율성이라는 '패밀리카의 본질'로 설득하려 한다. 화려한 스펙보다 실용성과 기본기를 우선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감성이나 고급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에겐 여전히 '비싼 구식 밴'으로 보일 것 같다.

글·사진=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