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계열사, 밸류업 세분화 '하세월'…"적극 이행" vs "신중해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금융 계열사가 구체적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주가 부양에 집중하는 KB금융, 메리츠금융그룹 등과 달리 3분기에도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금융 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우수한 실적을 거둔만큼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불안정한 외부 금융 환경을 감안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면서다.
20일 현재 삼성금융 계열사 중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 방안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곳은 전무하다.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개최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표류 중인 점을 고려해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정책 등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면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는 삼성금융 계열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된다는 점에 주목, 적극적인 밸류업을 요구하고 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1보다 낮으면 자산대비 비교적 저평가 된 것으로 여긴다. 즉 현재 주가가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전날 기준 PBR은 삼성화재가 0.9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삼성증권 0.59, 삼성카드 0.53, 삼성생명 0.48 순으로 나타났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부 교수는 "PBR이 낮다는 것은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저조하다는 뜻"이라며 "PBR이 낮은 금융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결과적으로 주가 부양에 효과가 나타난다면 타 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 산업이 전반에 걸쳐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공시가 늦어지는 데는 금리 및 회계제도 등 불안정한 대외환경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삼성금융 계열사의 3분기 실적이 대체로 양호한 점을 들며 주주환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3분기에도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을 미룰 요인이 적다"며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K-ICS 비율이 꾸준히 250% 이상을 기록해 탄탄한 자본건전성을 갖추고 있어 잉여자본도 충분히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에서도 언급했듯 K-ICS 비율이 220%를 초과하면 가용 범위 내에서 국내 및 해외투자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다만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변동 대비…잉여자본 확충 먼저"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이 곧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주주환원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시각을 비춘다. 특히 '삼성생명이 주주환원 자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삼성생명이 수년 전부터 판매한 상품 중 고금리 상품이 많아 요구자본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지급여력비율 관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생명 측도 이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감자를 진행하면 주가 상승여력이 높다"며 "감자 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올라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평가된 상황에서 팔아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면 아무리 계열사라도 배임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이 200% 밑으로 내려갈 것이 확실시 되자 자본비율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까지 감안한 계리적 가정 변경까지 염두에 둬서 자본 건전성이 주주환원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자본여력과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성, 이익 체력 등을 고려하면 자본확충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산부채종합관리(ALM)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기대를 상회하는 중장기적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 업종의 경우 구조적으로 자본 변동성이 커 주주환원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렵다"며 "금리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잉여자본을 축적해야 하는 니즈가 발생해 주주환원이라는 자본 유출 요인에 대해 타 업종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생명 관계자는 "올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회사가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장 및 주주환원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준한 기자